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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조실록 56권, 선조 27년 10월 20일 갑자 5번째기사 1594년 명 만력(萬曆) 22년

사헌부가 좌의정 윤두수를 탄핵하다

사헌부가 아뢰기를,

"좌의정 윤두수(尹斗壽)는 본래 성품이 음흉한 데다가 탐욕스럽고 교활하여 간신(奸臣)이 국사를 담당하고 있을 때에 그의 사주를 받아 선사(善士)를 해쳐 【그 당시 두수(斗壽)는 대사헌으로 최영경(崔永慶)을 논핵하였다. 】 옥중에서 굶주림과 추위에 죽게 하였고, 죽은 뒤에는 자진(自盡)하였다는 말을 지어내어 무고한 사람으로 하여금 구천(九泉)에서 원통함을 품게 하였으니, 그의 마음씀이 매우 음흉하고 참혹합니다. 그리고 변란이 일어난 초기에 파천(播遷)할 적에는 조정에 들어와 법을 한손에 쥐고 전권(專權)을 자행하면서 국가의 위급함은 생각지 않고 오직 재물을 모아 자신을 살찌우는 것만 일삼아 아첨하는 무리를 열읍(列邑)에다 배치시켜 놓음으로써 뇌물이 모여들고 채단(彩段)이 무더기로 쌓여 사방에서 못된 짓을 본받아 탐욕스러움이 풍습을 이루었습니다. 때문에 우리 나라 사람만이 침뱉고 욕하는 것이 아니라 중국의 장수도 비루하게 여겼습니다. 또한 어진 이를 질투하고 공 있는 이를 시기하며 언로(言路)를 막음으로써 인심이 흩어지고 국사가 날로 잘못되게 하였습니다. 그러니 조야(朝野)의 모든 사람이 누군들 분통스럽게 여기지 않겠습니까. 더구나 3도의 체찰사(體察使)가 됨에 있어서는 맡은 책임이 매우 중한데도 탐욕스럽고 비루한 습관을 고치지 못하여 뇌물이 문전에 운집(雲集)하고 짐바리가 도로에 끊이질 않았습니다. 모든 군국 사무(軍國事務)에 관계되는 일은 게을리 하여 정리하지 않고, 밖으로는 큰소리 치면서 조정에 품하지 않고 경솔히 군사를 출동하여 나라의 위엄이 땅에 떨어지게 하였습니다. 우리 성상의 복수하시려는 마음이야 어찌 속히 흉적을 쓸어버리고 국치(國恥)를 쾌히 씻어버리고자 하지 않으시겠습니까. 다만 시세(時勢)가 그렇지 못하여 쉽게 시행하지 못하셨을 뿐입니다. 그런데 두수(斗壽)는 시세를 헤아리지 못하고 군사를 함부로 움직였으니, 이는 송(宋)의 한탁주(韓佗胄)가 변방의 흔단을 열고 가사도(賈似道)가 망령되이 출사(出師)했던 일397) 과 무엇이 다르겠습니까. 그의 전후 죄상은 한두 가지가 아니니, 결코 재상의 지위에 그대로 있어 거듭 명기(名器)를 욕되게 할 수는 없습니다. 체면(遞免)을 명하여 국사를 그르치는 후회가 없도록 하소서."

하니, 답하기를,

"좌의정이 어찌 그러하겠는가. 왜변이 일어난 후로 근로(勤勞)한 일에 있어서는 적을 토벌하려는 뜻이 간절하여 시세의 불리함을 미리 헤아리기 어려워서일 것이다. 이러한 때에 중임을 맞은 대신을 어찌 논하겠는가."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33책 56권 48장 A면【국편영인본】 22책 380면
  • 【분류】
    정론-간쟁(諫諍) / 인사-임면(任免)

  • [註 397]
    한탁주(韓佗胄)가 변방의 흔단을 열고 가사도(賈似道)가 망령되이 출사(出師)했던 일 : 송(宋)의 한탁주는 금(金)과의 전쟁을 일으켜 후환(後患)을 남겼고, 가사도는 사신(師臣)이 아니면 친히 출사하는 것은 불가하다는 것을 들어 만류하는 말을 무시하고 출사(出師)하였다가 대패(大敗)하였다. 《송사(宋史)》 권474 한탁주·가사도전(韓佗胄·賈似道傳).

○司憲府啓曰: "左議政尹斗壽, 性本陰兇, 濟以貪猾, 當奸臣用事之際, 受其指嗾, 戕害善士, 【其時, 斗壽爲大司憲, 論崔永慶。】 致令瘐死獄中, 旣死之後, 做出自盡之說, 使無辜之人, 含冤九泉, 其爲用心, 已極陰慘。 及變初播遷之時, 入秉朝綱, 自恣專權, 不念國家之危急, 唯以黷貨肥己爲事。 吮舐之徒, 布置列邑, 苞苴輻輳, 彩段堆積, 四方效尤, 貪饕成風, 非惟國人唾罵, 至於將嗤鄙。 且妬賢、忌功, 蔽塞言路, 使人心解體, 國事日非, 朝野瞻聆, 孰不憤惋? 迨其體察三道, 委寄極重, 而貪鄙之習, 尙不悛改, 賂遺雲集於門戶, 駄載絡繹於道路。 凡干軍國事務, 慢不整理, 外爲大言, 不稟朝旨, 輕擧損威, 幾至塗地。 夫以我聖上復讎之誠, 豈不欲迅掃兇醜, 快雪國恥哉? 只緣時勢不然, 不得輕擧耳。 斗壽乃敢不度時勢, 妄動師旅, 此與佗冑之開邊, 似道之出師, 何異? 其前後罪狀, 不一而足, 決不可冒據具瞻之地, 以重辱名器。 請命遞免, 俾無僨事之悔。" 答曰: "左議政, 豈如此乎? 變後多有勤勞之功, 至於擧事事, 志切討賊, 利鈍難以逆覩。 此時受任大臣, 豈可論之?"


  • 【태백산사고본】 33책 56권 48장 A면【국편영인본】 22책 380면
  • 【분류】
    정론-간쟁(諫諍) / 인사-임면(任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