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헌부가 민생을 위해 영구히 가공하기를 청하다
사헌부가 아뢰기를,
"우리 나라의 공판(公辦) 1가지 일은 온갖 폐단의 근원이 되고 민생들의 모두(蟊蠧)155) 가 되는데, 우물쭈물하여 과감히 개혁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다가 처음으로 성명(聖明)의 때를 만나 예의(銳意) 경장(更張)해서 오래 되었던 큰 폐단이 하루아침에 통쾌하게 고쳐졌는데, 다만 자기만 편하려고 생각하는 인정이 마침내 싫어하고 괴로와하는 말을 하기 때문에, 시행한 지 한 해도 못되어 갑자기 혁파하려는 생각을 하여 세우자마자 곧 혁파하게 되었으니 이것이 무슨 정치하는 체통이겠습니까.
해조로서는 공판을 할 때에 비록 쌀을 주지 않더라도 본시 본사가 공급해 주는 것이 있으므로 전복(典僕) 및 사주인(私主人)156) 에게 마련하도록 하면 되는데, 상례의 식사 이외에 놀이에 쓸 거리나 영접하고 전송할 때의 차림 따위를 멋대로 외람하게 하지 않는 것이 없습니다. 종잡을 수 없는 의논에 흔들리지 말고, 국고(國庫)가 풍족하면 단지 조종조(祖宗朝)의 횡간 규정에 의하여 영구히 가공(家供)하게 하소서."
하니, 상이 답하기를,
"가공에 관한 일은 공판을 개혁함으로 인하여 도리어 새로운 폐단을 일으키게 되었다. 여러 차례 다시 의논하도록 명했지만 좋은 계책은 보지 못했다. 혹은 마땅히 도로 그만두어야 한다고도 하고 혹은 구차한 의논만 올리고 있으므로 내 마음이 자못 쾌하지 못하다. 지금 계사(啓辭)를 보건대 횡간대로만 하자고 했는데, 이는 역시 쉬운 일이다. 다만 앞서 호조가 아뢴 것처럼 거행하기 어려울까 두렵다. 그러나 마땅히 다시 의논하여 처리하겠다."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5책 8권 60장 A면【국편영인본】 21책 315면
- 【분류】재정-국용(國用)
○己巳/府啓: "我國公辦一事, 爲百弊之根柢, 生民之蟊蠹, 而因循姑息, 莫之敢革。 端遇聖明, 銳意更化, 積久巨弊, 一朝痛革。 第緣人情自便之計, 竟發厭苦之言, 行未周年, 遽有欲罷之志, 旋立旋罷, 此何等政體也? 該曹爲公辦之時, 雖不給米, 自有本司之供, 不過責辦於典僕及私主人, 常食之外, 遊衍之具、迎餞之設, 無不恣意濫行。 請勿爲浮議所動, 國廩如足, 則只依祖宗朝橫看之式, 永爲家供。" 上答曰: "家供事, 因革公辦, 反挑新弊, 累命更議, 未見善策。 或以爲當還罷, 或獻苟且之議, 予意殊不快。 今見啓辭, 只依橫看云, 則此亦易矣。 但恐難行, 如前戶曹之啓。 然當更議處之。"
- 【태백산사고본】 5책 8권 60장 A면【국편영인본】 21책 3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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