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도 관찰사 정응두가 도내의 지진 상황을 장계하다
경상도 관찰사 정응두(丁應斗)가 장계(狀啓)하기를,
"2월 8일에 도내(道內) 50여 읍에 지진이 일어나 집과 담이 무너지고 산성이 붕괴된 곳도 있습니다. 지진이 일어난 뒤에는 큰바람이 불고, 또 연기도 아니고 안개도 아닌 것이 공중에 자욱하여 산야(山野)를 분간할 수 없었고 하늘은 어두컴컴하였습니다. 괴상한 물건이 하늘에서 흩어져 떨어졌는데 파씨[葱種] 같은 것, 맨드라미씨[鷄冠花實] 같은 것으로, 메밀처럼 세모지고 모두 속은 희고 겉은 검었습니다. 이런 것들이 계속 떨어지다가 3월 6일에서야 그쳤습니다."
하고, 전라도 관찰사 조광원(曺光遠)이 장계하기를,
"2월 8일에 순천(順天) 등 10여 읍에 지진이 있었습니다."
하니, 정원에 전교하기를,
"근래 많은 재변이 함께 일어나는데 무엇 때문에 그런지를 알 수 없다. 또 경상도에서는 파씨 같은 물건이 하늘에서 떨어졌다 하니 내농포(內農圃)에 심게 하라."
사신은 논한다. 천재(天災)·지변(地變)·물괴(物怪)가 어느 때 어느 곳이고 나타나지 않음이 없으나, 남쪽 두 도(道)의 60여 고을에 같은 날 지진이 일어난 것은 더욱 심한 변괴이다. 절박한 근심이 아침이 아니면 저녁에 닥칠 것인데도 조정의 상하는 태평한 세상인 양 즐기고 있으므로 식자(識者)들이 근심하였다.
하였다. 정원에 전교하기를,
"요사이 가뭄이 계속되고 비올 징조가 없으니 이달 27일 【세속에서 비가 오는 날이라고 한다.】 까지 기다렸다가 비가 오지 않아서 한재(旱災)가 절박하면 종묘에서 별제(別祭)를 거행할 것이니 전례를 상고하여 아뢰라."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10책 14권 26장 A면【국편영인본】 20책 120면
- 【분류】과학-지학(地學) / 역사-사학(史學) / 왕실-의식(儀式)
○庚子/慶尙道觀察使丁應斗狀啓:
二月初八日, 道內五十餘邑地震, 或屋宇墻壁墜落, 或山城崩壞。 自地震後, 有大風, 又有非烟非霧, 散布空中, 不辨山野, 天日黯黮。 或有怪異之物, 自空散落, 有如葱種, 有如雞冠花, 實有三觚, 如蕎麥子, 皆內白外黑。 至三月初六日而止。
全羅道觀察使曺光遠狀啓:
二月初八日, 順天等十餘邑地震。
傳于政院曰: "近來衆災俱發, 不知何以有此歟? 且慶尙道, 來如葱種之物, 令內農圃種之。"
【史臣曰: "天災、地變、物怪, 無日不現, 無處不有, 而南方兩道竝六十餘邑, 同日震驚, 其變尤甚。 迫切之憂, 不朝則夕, 而朝廷上下, 怡怡如太平之世, 識者憂之。"】
傳于政院曰: "今者久旱無雨徵。 當觀今二十七日, 【諺云下雨日也。】 旱災迫切, 則行宗廟別祭, 前例考啓。"
- 【태백산사고본】 10책 14권 26장 A면【국편영인본】 20책 120면
- 【분류】과학-지학(地學) / 역사-사학(史學) / 왕실-의식(儀式)