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인수·이약빙을 사사하고 이언적·노수신·유희춘 등을 귀양보낸다는 교서
중외의 대소 신료와 기로(耆老)·군민(軍民)들에게 교서(敎書)를 반포하였다.
"제왕의 인덕(仁德)으로서는 간흉에게 추종한 자들을 용서해 주는 것이 귀한 것이나 《춘추(春秋)》의 대의(大義)로서는 사실 난적(亂賊)에 동조한 자는 엄하게 다스려야 하는 것이다. 이는 법으로는 당연한 것이고 일로서는 그만둘 수가 없는 것이다. 돌이켜 보면 어린 내가 이 큰 기업(基業)을 이어받아 바야흐로 많은 혼란을 견디어 내지 못할까 근심하였었는데, 지난번 여러 간흉들의 반란에 걸리었다. 사나운 올빼미가 어미를 잡아먹는 악행(惡行)을 쌓았고, 미친 개가 주인에게 짖는 음모를 길렀으니, 이는 사람에게 용납될 수가 없다. 진실로 그들의 털을 뽑아 계산하더라도 그들의 가죽을 벗겨 방석을 삼아 마음에 통쾌하게 하고자 한다.
풀을 제거하는 데는 마땅히 그 뿌리를 뽑아버리기에 힘써야 하고, 간흉을 없애는 데는 종자를 남기지 말아야 한다. 다만 차마 못하는 정사로서 추종자는 다스리지 않는다는 법을 본받아, 사악한 생각이 사라지게 하여 흉당(凶黨)들이 스스로 조심하기를 기다렸었는데, 세월이 이미 오래되었는데도 기만하는 행위는 더욱 심하여 아직도 물수리 같은 소리를 고치지 않고 감히 독이 있는 꼬리를 흔들고 있다. 훈구(勳舊)를 지적하여 공이 없이 훈적(勳籍)에 기록되었다고 하고, 역적의 무리를 편들어 사실이 아닌 죄를 받았다고 한다. 간사스런 입을 놀려 화기(禍機)를 선동하는데, 이는 왕법이 엄하지 아니하여 인심이 안정되지 못한 탓이다. 마땅히 상전(常典)을 적용하여 분명하게 위엄을 보여야 하겠으나, 그래도 옥(玉)과 돌이 구별없이 다 타버릴까 염려하여 시조(市朝)에서 죽이지 아니하고 모두 말감(末減)해서 우선 하형(下刑)으로 조치한다.
이에 송인수(宋麟壽)·이약빙(李若氷)은 사사(賜死)하고, 이언적(李彦迪)·정자(鄭磁)는 극변안치(極邊安置)하고, 노수신(盧守愼)·정황(丁熿)·유희춘(柳希春)·김난상(金鸞祥)은 절도안치(絶島安置)하고, 권응정(權應挺)·권응창(權應昌)·정유침(鄭惟沈)·이천계(李天啓)·권물(權勿)·이담(李湛)·임형수(林亨秀)·한주(韓澍)·안경우(安景祐)는 원방부처(遠方付處)하고, 권벌(權橃)·송희규(宋希奎)·백인걸(白仁傑)·이언침(李彦忱)·민기문(閔起文)·황박(黃博)·이진(李震)·이홍남(李洪男)·김진종(金振宗)·윤강원(尹剛元)·조박(趙璞)·안세형(安世亨)·윤충원(尹忠元)·안함(安馠)은 부처(付處)하고자 한다.
아! 신하는 간특한 짓을 해서는 안 되는 것인데, 스스로 죄를 지었으니 벗어날 수가 없는 것이다. 나라에 의형(義刑)191) 과 의살(義殺)192) 이 있어 그 법이 나에게 있는데, 감히 폐지할 수 있겠는가. 이에 이렇게 교시(敎示)하는 것이니, 두루 자세히 알기를 바라노라."
- 【태백산사고본】 5책 6권 23장 B면【국편영인본】 19책 530면
- 【분류】정론(政論) / 사법(司法) / 변란(變亂)
○敎中外大小臣僚、耆老、軍民人等:
王若曰。 帝王之仁, 雖貴於宥奸兇之脅從。 《春秋》之義, 實嚴於討亂賊之黨援。 法所當然, 事非得已。 顧予沖質, 受此丕基。 方憂多亂之未堪, 頃罹群慝之交構。 悍梟稔攫母之惡, 瘈狗畜吠主之謀。 於人不容, 固難擢髮而數其罪; 在法無赦, 皆欲寢皮而快於心。 芟夷合務其除根, 殄滅毋俾其易種。 第以不忍之政, 乃體罔治之規。 庶使邪念之潛消, 用期兇黨之自戢。 歲月旣久, 誑誘益深。 尙未革其鴞音, 敢自掉其蠆尾。 直斥勳舊, 謂錄籍之無其功。 陰右逆類, 指伏誅之非其實。 簧皷邪喙, 扇動禍機。 是由王法之失嚴, 以致人心之不靖。 宜擧常典, 顯示明威。 猶慮玉石之焚, 尙寬市朝之肆。 竝從末減, 姑置下刑。 玆將宋麟壽、李若氷賜死, 李彦迪、鄭磁、極邊安置, 盧守愼、丁熿、柳希春、金鸞祥絶島安置, 權應挺、權應昌、鄭惟沈、李天啓、權勿、李湛、林亨秀、韓澍、安景祐遠方付處, 權橃、宋希奎、白仁傑、李彦忱、閔起文、黃博、李震、李洪男、金振宗、尹剛元、趙璞、安世亨、尹忠元、安馠付處。 於戲! 臣無作慝作奸, 孽自己不可逭也。 邦有義刑義殺, 法在我其敢廢乎? 故玆敎示, 想宜知悉。
- 【태백산사고본】 5책 6권 23장 B면【국편영인본】 19책 530면
- 【분류】정론(政論) / 사법(司法) / 변란(變亂)