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등에게 경원 대군에게 전위한다고 전교하다
이날 밤 삼경에 상이 기절하였다가 다시 살아났다. 영상·좌상과 여러 재상들이 다 빈청에 모이고 승지·사관도 따라 참여하였는데, 영상 등에게 전교하기를,
"내 병세가 더하기만 하고 줄지는 않으니 마침내 일어나지 못할 것이다. 그러므로 이제 경원 대군(慶原大君) 【곧 상의 이모제(異母弟)인데 이때 12세였다.】 에게 전위(傳位)하니 정부(政府)와 정원(政院)은 알라."
하였다. 【승전색(承傳色) 김승보(金承寶)가 말하기를 ‘상의 병환이 매우 위급하시어 중궁께서 또 와서 모셨는데 계품(啓稟)하기를 「나라의 일에 대하여 어찌하여 한 마디 말하여 처리하지 않으십니까?」 하였으므로, 이 명이 계셨다.’ 하였다.】 그래서 빈청의 자리를 메운 사람들이 다 눈물을 흘렸고, 영의정 윤인경이 곧 승지 최연(崔演)을 시켜 전위하는 일을 기초하게 하였다. 【그 초안에 ‘영의정 윤인경과 좌의정 유관에게 분부한다. 내 병세가 날로 더하여 오래도록 낫지 않으므로 장차 기무(機務)를 총섭(摠攝)할 수 없으니, 경원 대군 이환(李峘)에게 전위한다. 경들은 더욱 힘쓰고 도와서 내 뜻에 부응하라.’ 하였다.】 단자(單子)에 써서 입계(入啓)하려 하는데, 윤인경 등이 말하기를,
"중대하기가 전위하는 일만한 것이 없는데 이제 환시(宦侍)의 한 마디 말로써 정하는 것은 정리와 의리에 있어서 다 온편하지 못하게 여겨지니, 지금 곧바로 어침(御寢)에 들어가 친히 상의 분부를 받는 것만 못하고, 또 상의 기후가 어떠하신지를 살펴야 하겠다."
하였다. 그래서 영의정 윤인경, 좌의정 유관과 승지 최연, 기사관(記事官) 안함(安馠)·한지원(韓智源)이 함께 청연루(淸讌樓)의 남계(南階) 아래로 들어갔는데, 윤임(尹任)이 나와서 보고 곧 들어가 아뢰기를,
"영상·좌상 등이 왔습니다."
하니, 상이 이르기를,
"보기가 미안하다."
하였다. 윤임이 드디어 재촉하여 들어가 살피게 하자, 윤인경 등이 들어가 절하고 부복(俯伏)하니, 상이 관대(冠帶)를 차리지 않고 대신을 만나기가 미안하다 하여 침상(寢牀)에서 내려 오려는 모습을 지었으나 기력이 다 되어 그렇게 하지 못하였다. 억지로 윤흥인(尹興仁)을 시켜 부축하게 하여 일어나서 이르기를,
"경들은 내 기후를 보라."
하였다. 윤인경·유관이 손으로 우러러 어루만져 보니 여윈 뼈가 앙상하여 차마 볼 수 없어 눈물이 쏟아지는 것을 참을 수 없었다. 상이 또한 매우 피곤하여 몸을 가누지 못하고 숨이 가빠서 쓰러지려 하자, 윤인경 등이 승전 내시(承傳內侍)를 재촉하여 전위 단자(傳位單子)에 계자(啓字)를 찍게 하고, 드디어 함께 목이 쉬도록 통곡하고서 나왔다.
- 【태백산사고본】 2책 2권 78장 A면【국편영인본】 19책 256면
- 【분류】왕실-국왕(國王) / 행정-중앙행정(中央行政)
○是夜三更, 上又氣絶而復蘇。 領、左相及諸宰相, 咸會于賓廳, 承旨、史官亦隨之。 傳于領相等曰: "予之病勢, 有加無減, 終必不起。 故今傳位于慶原大君, 【卽上之異母弟, 時年十二。】 政府、政院其知之。"【承傳色(金承實) 〔金承寶〕 言曰: "上疾甚危急, 中宮又來侍, 仍啓稟曰: ‘國事何無一言以處之至?’ 故有是命。】 於是, 賓廳滿坐皆垂泣, 領相尹仁鏡, 卽令承旨崔演, 草其傳位事。 【其草有曰: "敎領議政尹仁鏡、左議政柳灌曰: 予之病勢, 日益彌留, 將不得摠攝機務, 傳位于慶原大君 峘, 卿等其尙勵翼, 以副予懷。"】 書諸單子, 將入啓, 仁鏡等以爲: "重大者, 無如傳位事, 今以宦侍一言定之, 於情義皆以爲未便, 不如今刻直入于御寢, 親承上敎, 且可審上之氣候如何?" 於是, 領議政尹仁鏡、左議政柳灌及承旨崔演、記事官安馠ㆍ韓智源, 同入于淸讌樓南階下, 尹任出見, 卽入啓曰: "領、左相等至矣。" 上曰: "見之未安。" 尹任遂促令入省, 仁鏡等入拜俯伏, 上以不冠帶見大臣爲未安, 將有下牀之狀, 而氣力將盡, 未果能也。 强令尹興仁扶持而起曰: "卿等觀予氣候。" 仁鏡、灌以手仰撫之, 則瘦骨崢嶸, 所不忍見, 不堪涕泣之交如。 上亦困甚, 不能措身, 氣息奄奄, 仍思頹臥, 仁鏡等促令承傳內侍, 印啓字于傳位單子, 遂相與痛哭失聲而出。
- 【태백산사고본】 2책 2권 78장 A면【국편영인본】 19책 256면
- 【분류】왕실-국왕(國王) / 행정-중앙행정(中央行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