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상세검색 문자입력기
중종실록 105권, 중종 39년 11월 14일 기유 3번째기사 1544년 명 가정(嘉靖) 23년

정승과 승지·사관을 불러 전위의 뜻을 밝히다

대간이 합사하여 아뢰기를,

"상의 옥체가 미령하시어 오래도록 낫지 않아 더욱 위중해지는데도 의원만 수시로 들어가 진찰하고 대신은 한 번도 들어가 문후하지 못하니 지극히 미안합니다. 대신이 들어가 문후하게 하소서."

하니, 답하기를,

"아뢴 뜻이 지당하다. 의논할 일이 있으니, 두 정승과 약방 제조·승지·사관은 근처에 대기하여 명을 기다리라."

하고, 정원과 사관이 명정전(明政殿)으로 나아오니, 전교하기를,

"두 정승과 담당 승지·사관 등은 들라."

하였다. 좌의정 홍언필, 우의정 윤인경이 아뢰기를,

"지금 대간의 아룀에 따라 신들을 불러 보려 하시나, 상의 옥체에 미령하신 지 오래되어 의관(醫官)을 접견하시는 일까지도 힘이 드신다고 하니 지극히 미안합니다. 만약 부득이 신들을 불러 보시려면 편한 대로 하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하니, 답하기를,

"대간이 비록 아뢰지 않더라도 진작부터 불러 보려고 했었다."

하였다. 얼마 있다고 전교하기를,

"옷차림을 허술하게 하고 대신을 접견하기가 매우 미안하기 때문에 조복(朝服)을 걸치고 보려 한다. 즉시 들어오라."

하니, 이에 홍언필·윤인경·임열(任說)·왕희걸(王希傑)·강사안(姜士安)·이감(李戡) 등이 내관 이승호(李承豪)를 따라 침전 안으로 들어가 뵙자, 상이 익선관(翼善冠)을 쓰고 조복을 걸치고 이불을 두르고 앉았고, 세자는 관대(冠帶)하고 그 옆에 엎드려 있었으며, 내시 2인도 시립해 있었다. 홍언필 등이 차례로 방 안에 들어가 엎드리니 상이 촛불을 당겨 놓으라고 명하고 【이 때 해가 넘어가려 하였으므로 방 안은 어두웠다.】 붓을 잡고 작은 종이에다 글을 쓰려 하였으나 잘 안 되는 듯하였다. 이어 이승호에게 주면서 이르기를,

"너는 이 뜻을 대신에게 고하라."

하였다. 그 작은 종이에 쓰기를,

"나의 병이 뜻밖에 이렇게까지 되었으니 다른 말은 다시 할 것이 없고 기운 또한 피곤하니 어찌 많은 말을 할 수 있겠는가. 천명과 인사가 이미 이와 같으니 재상들은 지금 많이 불러보지는 못하나 전위(傳位)하는 일을 확실히 말하겠다. 조정은 이미 내가 평소 전위하려고 한 뜻을 알고 있으므로 다시 번거롭게 말하지 않는다."

하고, 이어 홍언필 등에게 이르기를,

"내 병이 이러하니 위장(衛將)·분소 순장(分所巡將)·감군(監軍)에 대한 낙점(落點) 등의 일을 세자로 하여금 하도록 하고자 하니 필획이 다를지라도 해로울 것이 있겠는가. 내가 비록 형체는 있으나 사람 구실을 할 수 없다. 노열(勞熱) 증세가 일시적으로 잠시 뜸했다가는 또 금방 발작해서 왕래가 무상하다. 내가 국사를 볼 수 없는 사실을 조정 대소인(大小人)이 누가 모르겠는가. 세자에게 전위를 해야 인심에도 합할 것이니 조정 상하가 억지로 고집해서는 안 되고 대신들도 내 뜻을 따르면 매우 다행하겠다. 내가 말하는 어조만 보아도 병이 중하다는 것을 알 것이니 이 밖에 무슨 말을 하겠는가. 내가 마침 대신을 불러 보려고 하는데 대간이 말을 하여 내가 매우 감격했다. 나는 이 자리에 있을 수 없으니, 이 말 외에 무슨 말을 하겠는가."

하였다. 【이때 상의 병환이 아주 위독하여 숨이 곧 끊어질 지경이었고 말도 이어지지 않았으며, 편히 앉아 있지도 못하므로, 좌우가 모두 소리없이 울었다.】 홍언필 등이 말을 하려 하니, 상이 이르기를,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가? 나는 병중에 귀가 어두워 들을 수가 없다. 큰 소리로 말하라."

하니, 홍언필이 아뢰기를,

"심열 증세는 반드시 근원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됩니다. 특히 마음 쓰시는 일이 계신가 염려되어 조정에서는 정성을 다해 알고자 합니다. 일찍이 민망한 생각을 서계(書啓)하려고 하다가 하지 못했습니다. 심열 증세가 무슨 까닭으로 오래도록 회복이 되지 않으십니까? 혹 마음 쓰시는 일이 있어 이러한 증상을 불러온 것이 아닙니까? 지금의 하교는 이와 같으시나 조리하신다면 자연 회복되실 것입니다. 조종들께서도 어찌 질병을 겪고 회복되신 일이 없었겠습니까. 마음을 쓰지 마시고 오랫동안 조리하시면 치료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자, 상이 이르기를,

"나에게 특별히 마음 쓰는 일은 없고, 소소하게 마음 쓰는 일이야 전일에 어찌 없었겠는가. 그러나 지금은 마음에 걸리는 것이 전혀 없다."

하였다. 홍언필이 아뢰기를,

"성심이 석연하시어 염려가 없으시다니 매우 다행입니다."

하니, 상이 이르기를,

"지금 전위한다면 내 병이 어찌 조금이라도 낫지 않겠는가. 병세가 이같이 되어 옷도 갖춰 입지 못하고 대신을 불러 보는 형편이니, 어찌 범연하게 생각한 것이겠는가. 조정에서 진실로 나를 살리려고 한다면 조종조의 고사를 따르는 것이 옳다. 내가 감히 헛말을 하는 것이 아니니, 대신들은 반복해서 헤아려야 한다. 오늘 소란스러울 듯하여 다른 대신들은 아울러 불러 말하지 않았다."

하였다. 윤인경이 아뢰기를,

"신들이 재상의 자리에 있으면서 상의 증상이 어떠하시다는 것을 모르고 의원들에게 물으니, 별로 다른 증세는 없고 다만 심열이 왕래할 뿐이라고 하였습니다. 성상의 마음에 과연 불편스러운 일이 있으십니까? 신들이 계달하려다가 미처 못하여 민망한 생각이 망극합니다. 전교하신 일은 어찌 이같이 하실 수 있겠습니까. 옛 제왕 중에는 역년(歷年)이 긴 사람도 많았으니 잡념을 없애버리시고 조리하신다면 크게 다행이겠습니다."

하니, 상이 이르기를,

"앞서 말한 감군(監軍)·위장(衛將)·분소(分所)에 관한 일은 비록 필획이 다르더라도 세자로 하여금 하게 하라."

하자, 세자가 엎드려 흐느껴 울면서 아뢰기를,

"대신이 어찌 범연히 헤아려서 아뢰었겠습니까. 여러 가지 생각을 하지 마소서."

하였다. 홍언필이 아뢰기를,

"이러한 일은 병을 조섭하실 때에 염려하실 일이 아닙니다. 세자 또한 반드시 마음 아파하실 것입니다."

하니, 상이 이르기를,

"세자에게 자리를 물려 주고, 대신들이 따른 뒤에라야 내 노열(勞熱)이 덜해질 것 같다. 이러한 때에는 자리를 벗어나지 않을 수 없다."

하였는데, 홍언필이 아뢰었다.

"신이 미열합니다마는, 조정에서 상을 모신 지가 40년이 되었습니다. 상을 위하는 생각이 어찌 한이 있겠습니까. 대체로 심열은 모두 심려 때문에 나오는 것이니 잡념을 없애면 즉시 회복되는 것입니다. 신들이 오래도록 모시고 있기가 미안하여 우선 물러가겠습니다."

사신은 논한다. 상이 즉위한 이래 권간(權奸)이 용사(用事)하여 조정을 제멋대로 어지럽혀서 골육에까지 화가 미쳤으니 심려가 마침내 병이 된 것은 당연하다. 이미 밝은 예지(睿智)로 사물을 통촉하지 못하고 간흉(奸兇)에게 권력을 맡겼으며, 또 임금의 대권을 행사하지도 못하고 억지로 따르다가 이것이 쌓여서 고황(膏肓)에 병이 들어 끝내 구제할 수 없는 슬픔에 이르게 되었으니, 아! 슬프다. 병세가 이와 같은데 어찌 다른 생각이 있겠는가. 옛날의 제왕들도 전위한 사실이 많이 있었다.


  • 【태백산사고본】 53책 105권 26장 A면【국편영인본】 19책 155면
  • 【분류】
    왕실(王室) / 정론-정론(政論) / 행정(行政) / 군사(軍事) / 역사-사학(史學) / 의약(醫藥)

○臺諫合司啓曰: "上體未寧, 彌留至今, 只令醫員以時入診, 大臣一未得入候, 至爲未安。 請令大臣入候。" 答曰: "啓意至當。 有議事, 兩政丞、藥房提調、承旨、史官, 待命于近處。" 政院與史官詣明政殿庭, 傳曰: "兩政丞、色承旨、史官等入來。" 左議政洪彦弼、右議政尹仁鏡啓曰: "今以臺諫所啓, 欲引見臣等, 而上體未寧, 今已日久, 至如醫官接見之時, 亦爲勞動云, 至爲未安。 若不得已 見臣等, 則從便爲之何如?" 答曰: "臺諫雖不啓, 曾欲引見矣。" 俄而傳曰: "闕服而接見大臣, 甚爲未安, 故加朝服而欲見之。 可卽入來。" 於是彦弼仁鏡任說王希傑姜士安李戡等, 隨內官李承豪, 進見寢內。 上戴翼善冠, 加以朝服, 擁衣衾而坐, 世子冠帶而伏於其側, 內侍二人亦侍。 彦弼等以次入伏于房內, 上命引燭, 【時日欲落, 房內昏黑。】 把筆臨小紙, 似欲點綴不能。 仍付李承豪曰: "汝以是意, 告于大臣。" 其小紙書曰: "予病不意至此, 更無他言, 而氣且困憊, 亦何多言乎? 天命人事, 皆已若此, 宰相今雖不得多引見, 而傳位之事, 決然言之矣。 朝廷已知予常欲傳位之意, 故不復煩說。" 仍謂彦弼等曰: "予病若此, 衛將、分所巡將、監軍落點等事, 欲使世子爲之, 筆畫雖異, 亦何傷乎? 予雖有形骸, 而不爲人矣。 勞熱之證, 一時暫歇, 而又卽還發, 往來無常。 予之不能莅事, 朝廷大小之人, 孰不知之? 傳位于世子, 而後亦合於人心, 朝廷上下, 不可强執, 而大臣等從予意幸甚。 聽予言勢, 則可知病重, 此外如何言哉? 予方欲引見大臣, 臺諫言之, 予甚感焉。 予則不可在此位, 此外如何言哉?" 【時上疾已大革, 氣息奄奄, 言語斷續, 不能安坐, 左右莫不淹泣。】 彦弼等將出言, 上曰: "所言何言耶? 予病失聰, 未能聽也。 進而大言。" 彦弼啓曰: "心熱之證, 想必有源。 慮有用心之事, 朝廷至誠欲知, 嘗欲書啓悶悶之意, 而未敢矣。 心熱之證, 何故久未差復乎? 抑有用心之事, 而致有此證乎? 今之下敎如此, 調理則自然差復。 在祖宗, 豈無疾病而差復之時乎? 不爲用心, 而久爲調保, 則可瘳。" 上曰: "予別無用心之事, 如小小用心之事, 則前豈能無乎? 然今則無一顧藉心。" 彦弼曰: "聖心釋然, 不爲念慮, 幸甚。" 上曰: "若於此時傳位, 則予病豈不少愈乎? 病勢至此, 闕服而引見大臣, 亦豈偶然之計乎? 朝廷固欲生我, 則依祖宗故事可也。 予非敢爲虛說, 大臣當反覆計之。 今日似爲擾亂, 故他大臣, 不得竝命而言之。" 仁鏡曰: "臣等在位, 不知上證何如, 問諸醫員, 則答以別無他證, 只心熱往來云。 聖念果有不平之事乎? 臣等欲爲啓達而未能, 徒有罔極之悶。 傳敎事, 則何敢如是爲之? 古昔帝王, 多歷年所者, 不爲不多, 掃除雜念, 調保幸甚。" 上曰: "前言監軍、衛將、分所之事, 雖異筆, 而使世子爲之可也。" 世子伏地涕泣曰: "大臣, 豈偶然計而啓之? 請勿雜慮。" 彦弼曰: "如此等事, 非養病時所當念慮。 世子亦必爲傷痛矣。" 上曰: "推位於世子, 而大臣從之, 然後予之勞熱, 似可歇矣。 如此時, 不可不釋位。" 彦弼曰: "臣以迷劣, 侍朝四十年矣。 爲上之情, 曷有窮乎? 大抵心熱, 皆出於念慮, 掃除雜念, 則當卽差復。 臣等久侍未安, 姑退。"

【史臣曰: "上卽位之後, 權奸用事, 擅亂朝政, 致有骨肉之禍, 宜乎用慮, 竟底於疾。 旣不能明睿燭物, 而委柄奸兇, 又不能奮發乾剛, 隱忍而從之, 積成膏肓之疾, 終於不救之慟。 嗚呼哀哉! 病勢若此, 有何他意? 古昔帝王, 亦多有傳位之事矣。"】


  • 【태백산사고본】 53책 105권 26장 A면【국편영인본】 19책 155면
  • 【분류】
    왕실(王室) / 정론-정론(政論) / 행정(行政) / 군사(軍事) / 역사-사학(史學) / 의약(醫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