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으로 인하여 정광필과 안당이 대신의 직임을 해직해 주도록 청하다
영의정 정광필이 아뢰기를,
"요즈음 재변이 매우 커서 천지의 기운이 상응(相應)하지 아니합니다. 어저께 일어난 지진은 근고(近古)에 없는 일로서 하늘이 경계(警戒)를 보임은 진실로 헛되이 일어난 것이 아닙니다. 전교에 ‘원통한 옥사가 있는 것인가?’ 하셨으나 이것뿐만이 아닙니다. 숭상하는 것이라든지 사람을 쓰는 것이 혹 마땅하지 아니하여 그런 것이 아니겠습니까? 거듭 생각해보건대 이는 반드시 신이 섭리(燮理)133) 를 잘하지 못한 때문에 그런 것이니 신을 해직(解職)하여 주소서."
하고, 우의정 안당이 아뢰기를,
"신과 같은 자는 재기(才器)가 실로 여러 신하에게 떨어지는데도 차서(次序)를 넘어 탁용(擢用)하셨으나, 물러가서 생각하매 아무것도 능한 것이 없는 사람입니다. 어저께는 밤새도록 네 차례나 지진이 있었으니 예전에 일찍이 없던 변괴입니다. 대저 정승을 두는 것은 중대한 일인데, 착하지 못한 자가 정 자리에 앉아 천직(天職)을 폐하면 이 또한 재변을 부를 만한 것입니다. 속히 신의 직책을 가시고 다시 물망 있는 사람을 택하시어 제수하소서."
하니, 전교하기를,
"어저께 대신과 대간을 접견한 뒤로부터 마음이 편치 못하여 잠을 이루지 못하였는데 4경(更)이 되자 또 지진이 있었다. 어저께 초저녁에 땅이 흔들리기 시작한 뒤로 밤새도록 연달아 지진을 하니 매우 놀라운 일이다. 내가 암매(暗昧)한 사람이라서 그 까닭을 모르겠다. 방금 아래에서는 당우(唐虞)의 정치를 이룩하려고 성심껏 보도(輔導)를 하는데도, 내가 훌륭하지 못해서 교화(敎化)를 이루어 천지(天地)의 마음에 맞게 하지 못하기 때문에 이와 같은 경계를 보이는 것이다. 어찌 대신이 직책을 다하지 못해서 그런 것이겠는가. 사직하지 말라."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17책 33권 13장 A면【국편영인본】 15책 434면
- 【분류】과학-지학(地學) / 인사-임면(任免)
- [註 133]섭리(燮理) : 고르게 잘 다스림. 곧 정승의 직책을 말한다.
○領議政鄭光弼啓曰: "近者災變甚大, 天地之氣不相應。 昨日地震, 近古所無, 天之示警, 固不虛也。 傳敎以爲有冤獄耶? 然非徒此也。 習尙或用人等事, 無奈未得其宜耶? 反覆思之, 必由於臣之不能燮理也。 臣請解職。" 右議政安瑭啓曰: "如臣者, 材器固出群臣之下, 而擢用不次。 退後思念, 無有小能。 昨日地震, 徹夜(允)〔凡〕 四震, 前古所無之變。 夫置相, 大事。 不善者居相位, 曠廢天職, 此亦可召災變。 請亟遞臣職, 更擇有物望之人以授之。" 傳曰: "自昨日接見大臣及臺諫之後, 心不自安, 未能就寢, 至四更又震。 自昨日午夜始震, 徹夜連震, 甚可駭愕。 予之暗昧, 未知其由。 方今在下, 欲致唐、虞之治, 盡心輔導, 由予不善, 未能究化, 以當天地之心, 故示警若此。 豈大臣不能盡職而然也? 其勿辭。"
- 【태백산사고본】 17책 33권 13장 A면【국편영인본】 15책 434면
- 【분류】과학-지학(地學) / 인사-임면(任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