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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종실록33권, 중종 13년 5월 15일 계축 4번째기사 1518년 명 정덕(正德) 13년

지진으로 인하여 의논하고, 인재 등용 방법에 대해 논란하다

전교하기를,

"이번에 있은 지진은 실로 막대한 변괴라 내가 대신들을 불러 보고자 하니 시종(侍從)은 그들을 부르라."

하였다. 정원(政院)이 예관(禮官)의 장(長)도 아울러 부를 것을 청하였다. 예조 판서 남곤 등이 먼저 입시하니, 상이 이르기를,

"요즈음 한재가 심한데 이제 또 지진이 있으니 매우 놀라운 일이다. 재앙은 헛되이 일어나는 것이 아니요 반드시 연유가 있는 것인데, 내가 어둡고 미련해서 그 연유를 알지 못하겠노라."

하매, 남곤이 아뢰기를,

"신이 처음 들을 때에 심신(心神)이 놀랐다가 한참 만에 가라앉았으니, 상의 뜻에 놀랍고 두려우실 것은 더구나 말할 것이 없습니다. 요즈음 경상·충청 두 도(道)의 서장(書狀)을 보니 모두 지진이 있었다고 보고하였는데, 서울의 지진이 이렇게 심한 것은 뜻밖입니다. 옛날 사서(史書)를 보면 한(漢)나라 때 농서(隴西)에 지진이 일어나 1만여 인이 깔려 죽은 일이 있었습니다. 이것이 늘 큰 변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번 지진도 가옥을 무너뜨린 일이 있지 않습니까? 땅은 고요한 물건인데, 그 고요함을 지키지 못하고 진동하니 이보다 큰 변괴가 없습니다. 상께서 즉위하신 뒤로 사냥이나 토목 공사나 성색(聲色)에 빠진 일이 없고, 아랫사람이 또한 성의(聖意)를 받들고 모두 국사에 마음과 힘을 다하여 ‘태평 시대’라고는 할 수 없어도 ‘소강(少康)’이라 할 수는 있습니다. 그런데 재변이 하루하루 더 심각하니, 신은 고금과 학문에 널리 통하지 못하여 재변이 일어나는 원인을 알 수 없습니다."

하니, 상이 이르기를,

"오늘의 변괴는 더욱 놀랍고 두렵다. 내가 사람을 쓰는 데 항상 잘못이 있을까 두려워하고 있는데, 친정(親政)이 끝나자 곧 변이 일어났고 또 오늘의 친정은 보통 때의 친정과는 다른데도 재변이 이와 같으니 이 때문에 더욱 두려운 것이다."

하였다. 얼마 있다가 또 처음과 같이 지진이 크게 일어나 전우(殿宇)가 흔들렸다. 상이 앉아 있는 용상은 마치 사람의 손으로 밀고 당기는 것처럼 흔들렸다. 첫번부터 이때까지 무릇 세 차례 지진이 있었는데 그 여세가 그대로 남아 있다가 한참 만에야 가라앉았다. 이때 부름을 받은 대신들의 집이 먼 사람도 있고 가까운 사람도 있어서, 도착하는 시각이 각각 선후(先後)가 있었으나 오는 대로 곧 입시하였다. 영의정 정광필이 아뢰기를,

"지진은 전에도 있었지마는 오늘처럼 심한 적은 없었습니다. 이것은 신 등이 재직하여 해야 할 일을 모르기 때문에 이와 같은 것입니다."

하고, 홍문관 저작 이충건(李忠楗)은 아뢰기를,

"근래에 재변이 계속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지진은 예전에도 있었지만 어찌 오늘날같이 심한 것이야 있었겠습니까? 조정 정사(朝廷政事)의 득실(得失)과 민간의 이해(利害)·질병(疾病) 등을 진실로 강구해야 합니다. 신과 같이 어리석고 천한 자가 무엇을 알겠습니까마는 기강(紀綱)이 설 수 있을 것 같으면서 끝내 서지 못하는 것은, 하민(下民)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니라 대신 때문에 그러한 것입니다. 재행(才行)이 쓸 만한 자를 취인(取人)하는 일에 대해 조정 의논이 이미 정해졌고, 상께서도 성명(成命)이 계셨습니다. 대신이 진실로 시행할 수 없는 것으로 여긴다면 그 시행할 수 없는 까닭을 변명해야 할 것이요, 부득이 시행해야 할 것이라면 마땅히 속히 해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오늘날까지 끌면서 좀처럼 봉행할 뜻이 없으니, 상께서 명이 계신데도 대신이 이럴진대 하물며 그 아랫사람이겠습니까? 신의 생각으로는 기강이 서지 않은 것은 대신이 스스로 무너뜨렸기 때문입니다."

하니, 상이 이르기를,

"천거(薦擧)로 사람을 쓰는 일은 당초에는 시행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하였지만, 중간에 의논이 다른 사람이 있어 일치하지 않았고, 그 후에 조정의 의논이 결정되었지만 그 절목(節目)을 마련하는 일은 해조(該曹)와 정부가 함께 의논해야 하는데 요즈음 대신에게 연고가 있기 때문에 해조에서 의논하지 못한 것이다."

하였다.

정광필이 아뢰기를,

"아직까지 마련하지 못한 것은 신이 혼자서 재직하기 때문이거니와, 신은 실상 이 일이 다 옳다고 생각지 않습니다. 상의 마음은 비록 멀리 당우(唐虞)의 정치를 기약하고 있으나, 법은 마땅히 선왕(先王)의 법을 지켜야 합니다. 만약 일체 다 고쳐 버리면 뒤에 반드시 폐가 있을 것입니다. 이른바 과거(科擧)라고 하는 것은 공심(公心)으로 사람을 뽑는 것이므로, 삼대(三代) 이후로 오직 이 법만이 공평한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만약 미리부터 어떠어떠한 사람을 뽑아야 한다 하고 뽑으면 이는 공심으로 사람을 뽑는 것이 아니니, 신은 실로 그것이 옳은 것인 줄 모르겠습니다."

하니, 상이 이르기를,

"이는 조종(祖宗)의 법을 무너뜨리는 것이 아니다. 일시에 훌륭한 사람을 천거하고 또 책문(策問)으로 시험하여 사람을 뽑는 것이니, 일정한 법규로 삼는 것이 아니다. 만일 절목(節目)이 있다면 이는 곧 입법(立法)하는 것 같으니 다시 절목을 만들 것 없이 다만 천거하고 시험하여 뽑는 것이 어떠한가? 이렇게 하면 일정한 규정이 없어서 상법이 되지 않을 것이다."

하매, 부응교 민수원(閔壽元)이 아뢰기를,

"천거로 사람을 뽑는 것은 매우 훌륭한 일입니다. 또 법을 정해 놓고 계속 시행할 것도 아니니 어찌 조종의 법을 무너뜨리는 것이라 하겠습니까?"

하니, 정광필이 그 말을 공박하며 말하기를,

"무슨 말을 그렇게 하는가? 이는 모두 구차한 말이다."

하였다. 남곤이 아뢰기를,

"신 등이 천거로 시취(試取)하는 것이 좋은 줄을 모르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후세의 인심이 순박하지 못하여 교사(巧詐)한 마음이 날로 늘어나, 공도(公道)로 과거(科擧)를 설치하고 사람을 뽑게 하였는데도 중간에 각종 폐단이 생겼는데 하물며 천거의 공정을 바랄 수가 있겠습니까? 이 일은 마땅히 신중하게 다루어야 합니다. 그리고 오늘의 재변이 매우 크니, 재변이 일어나게 된 연유를 생각해서 더욱 신중히 하여야 합니다. 이는 필시 은연중에 조짐이 있는 것인데도 사람이 알지 못하는 것입니다. 조종의 법도는 마땅히 금석과 같이 굳게 지켜야 합니다."

하였다. 이때에 우의정 안당이 또 와서 입시하여 나아가 아뢰기를,

"정승이라고 하는 것은 임금과 함께 나라를 다스리는 것인데, 신과 같은 사람이 외람하게 자리에 올라 있으니, 오늘 큰 변이 있은 것은 아마도 신 때문에 일어난 것이 아닌가 합니다. 이것은 확실히 알 수는 없는 일이지마는 신의 뜻은 그러합니다. 신처럼 용렬한 사람을 정승 자리에 두었으니 어찌 재변이 없기를 보증할 수가 있겠습니까?"

하였다.

이때에 밤이 이미 2경(更)이었으므로 대신이 모두 유문(留門)132) 으로 나갔다. 대간이 합사(合司)하여 광화문(光化門) 밖에 모여서 면대(面對)하기를 청하니, 곧 유문으로 들어오게 하였다. 대사헌 고형산(高荊山)·대사간 공서린(孔瑞麟) 등이 입시하자, 상이 이르기를,

"오늘의 지진은 보통 변괴가 아닌지라, 처음부터 매우 놀라운 나머지 곧 대신을 불러서 물어보았거니와, 대간이 합사하여 와 있다 하기에 잘못된 일이 무엇인가를 듣고자 하여 이제 소대(召對)하는 것이다."

하매, 고형산이 아뢰기를,

"오늘의 지진은 고로(古老)들도 모두 평생에 들어 보지 못한 것이라 합니다. 사람들이 모두 깔려 죽지나 않을까 두려워하여 불안을 느끼고 있으니 이와 같이 놀라운 일이 어디 있겠습니까? 사중(司中)의 뜻은 음(陰)이 성하고 양(陽)이 쇠하면 이런 재변(災變)이 생기는 것이다 하고, 상께서는 군자(君子)를 부르고 소인(小人)을 물리치려 하니 또한 지극한 일입니다. 그러나 소인이 다 물러가지 아니하고, 몰래 화심(禍心)을 품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하고, 공서린은 아뢰기를,

"듣건대, 근래에 또한 마음에 불평을 가진 자가 있다 합니다. 이제 성학(聖學)이 고명(高明)하시고 향방(向方)이 이미 정해졌으니 진실로 그 틈을 탈 수는 없을 것입니다마는, 사람의 마음이 시종여일(始終如一)하기는 매우 드문 것이니, 털끝만큼이라도 틈이 생기면 부언(浮言)과 사설(邪說)에 동요하기 쉬운 것입니다. 더구나 이번의 재변으로 인해서 또한 임금의 마음을 동요시키려고 하는 자가 있을 것이니, 청컨대 사설에 동요되지 마소서."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17책 33권 11장 B면【국편영인본】 15책 433면
  • 【분류】
    과학-지학(地學) / 역사-고사(故事) / 인사-선발(選拔) / 인사-임면(任免) / 사법-재판(裁判)

  • [註 132]
    유문(留門) : 열어 둘 때가 아닌데도 대궐문을 열어 두는 일. 대궐문은 으레 초혼(初昏)에 닫았다가 날이 새면 여는 것인데, 나갈 사람이 다 나가지 않았기 때문에 열어 둘 때가 아닌데도 계속 열어 두는 것을 말한다. 《중종실록(中宗實錄)》 권115년 경오·갑진 세주(細註).

○傳曰: "今玆地震, 實莫大之變。 予欲迎訪, 大臣、侍從其召之。" 政院請竝召禮官之長, 於是禮曹判書南袞等先入侍。 上曰: "近者旱災已甚, 今又地震, 甚可驚焉。 災不虛生, 必有所召。 予之暗昧, 罔知厥由。" 南袞曰: "臣初聞之, 心神飛越, 久之乃定。 況上意驚懼, 固不可言。 近見慶尙忠淸二道書狀, 皆報以地震, 不意京師地震, 若此之甚。 竊觀古史, 隴西地震, 萬餘人壓死, 常以爲大變。 今日之地震, 無奈亦有傾毁家舍乎? 夫地, 靜物, 不能守靜而震動, 爲變莫大焉。 自上卽位之後, 無遊佃、土木、聲色之失, 在下之承奉聖意, 亦皆盡心國事, 雖不可謂太平, 亦可謂少康, 而災變之來, 日深一日。 臣非博通, 未知致災之根本也。" 上曰: "今日之變, 尤爲惕懼。 常恐用人失當, 而親政纔畢, 仍致大變。 且今日之親政, 又非如尋常之親政, 而致變如此, 尤爲惕懼者此也。" 未幾, 地又大震如初, 殿宇掀振, 上之所御龍床, 如人以手或引或推而掀撼。 自初至此, 凡三震, 而其餘氣未絶, 俄而復定。 時承召大臣等, 以家遠近, 來有先後, 而來卽入侍。 領議政鄭光弼曰: "地震前亦有之, 然未有如今日之甚者。 此臣輩在職, 未知所爲而若是也。" 弘文館著作李忠楗曰: "近來災變, 連緜不絶。 地震古亦有矣, 豈有如今日者乎? 朝廷政事得失, 民間利害疾病, 固當講究, 如臣愚賤, 何知之有? 然紀綱若可以立, 而終未立焉者, 非自下民, 而蓋自大臣也。 以才行可用者取人事, 朝議已定, 上有成命。 大臣苟以爲不可行, 則當辨明其不可行者, 如不得已而行之, 則當速爲之可也, 而淹延于今, 略無奉行之意。 自上有命, 而大臣若此, 則況其下者乎? 臣意以爲, 紀綱未立, 蓋大臣自毁也。" 上曰: "薦擧取人事, 初以爲當行, 而中間衆論有異, 未歸于一。 其後廷議已定, 然其節目磨鍊, 該曹、政府當共議之, 觀近日大臣有故, 而該曹未議耳。" 光弼曰: "時未磨鍊者, 蓋以臣獨在也, 且此事, 臣實未知其盡善也。 上心雖遠期之治, 法則當守先王之法。 若一切改更, 後必有弊。 所謂科擧者, 公心以取人, 故三代以下, 獨此法爲公平矣。 今若先料當取其某與某而取之, 則此非公心而取之者, 臣實未知其可也。" 上曰: "此非毁祖宗之法也。 一時薦進善人, 又試策問以取之, 非爲一定之規也。 若果有節目, 則此似立法矣。 不必更爲節目, 而只以薦擧試取何如? 若是則亦無規矩, 而非定法矣。" 副應敎閔壽元曰: "薦擧取人, 此甚美意也。 且非一定其法, 而例爲擧行者也, 豈毁祖宗之法也?" 光弼折之曰: "何其言之若是乎? 此皆苟且之言也。" 南袞曰: "臣等非不知薦擧試取之爲美事也, 但後世人心不古, 巧詐日生。 乃以公道設科取士, 然猶中間有猥濫之弊。 況望其薦擧之公乎? 此事所當重愼。 今日之災變甚大, 當思致災之由而日愼焉。 此必有兆朕於隱然之中, 而人莫之知也。 祖宗之法度, 守之堅如金石, 可也。" 於是右議政安瑭又來入侍, 進曰: "夫相位, 所與共治天職, 而如臣亦且冒處, 今日卽有大變, 恐由臣而致之也。 此未可的知也, 臣之意如此。 如臣庸劣, 置之相位, 安能保其無災變乎?" 是時夜已二更, 大臣皆留門以出。 臺諫合司, 聚于光化門外, 請面對, 卽令留門以入。 大司憲高荊山、大司諫孔瑞麟等入侍, 上曰: "今日地震, 非常之變, 初甚驚駭。 卽召大臣, 已親訪之, 聞臺諫合司以來, 欲聞闕失, 今乃召對耳。" 荊山曰: "今日地震, 古老皆言: ‘生來所未聞。’ 人皆慮其壓死, 不安于居。 有若是可驚者乎? 司中之意, 謂陰盛陽微, 則致此災變。 上意欲進君子退小人者亦極矣, 然抑恐小人之未盡去, 亦有潛藏禍心矣。" 瑞麟曰: "聞近來亦有不平其心者。 今聖學高明, 向方已定, 固無得以乘其隙矣, 然人心終始如一者鮮, 若有絲毫間隙, 則浮言邪意, 易得以動搖。 況因此災變, 亦有欲搖動者。 請勿爲邪議所動焉。"


  • 【태백산사고본】 17책 33권 11장 B면【국편영인본】 15책 433면
  • 【분류】
    과학-지학(地學) / 역사-고사(故事) / 인사-선발(選拔) / 인사-임면(任免) / 사법-재판(裁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