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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종실록23권, 중종 10년 10월 1일 갑인 2번째기사 1515년 명 정덕(正德) 10년

재변과 관련하여 내전의 단속, 원자의 교육, 삼공에 대한 신임 등에 대한 김근사의 상소

홍문관 부제학(弘文館副提學) 김근사(金謹思) 등이 상소하기를,

"이달 21일에 파주(坡州)·교하(交河)에 지진(地震)이 있었고, 또 듣건대 경상도 함창현(咸昌縣)의 민가에서 발이 셋 달린 닭이 났다고 합니다. 아, 대저 음(陰)이 고요해질 때에 땅이 움직이고, 겨울이 시작할 때에 양(陽)이 성하고, 만물이 정상(正常)이어야 할 때에 요사(妖邪)가 일어나는 비상한 이변이 한꺼번에 겹쳐 나타나는 일은 예전에도 듣기 드물었습니다. 이변이 일어나는 것은 참으로 부질없이 그렇게 되는 것이 아니라, 일이 아래로부터 감응되어 나타나는 것이 형상에 그림자가 따르고 소리에 울림이 따르는 것과 같습니다.

예전에 송 인종(宋仁宗) 때 지진이 일어났는데, 한기(韓琦)는 말하기를 ‘하늘은 양이고 땅은 음이며, 양은 임금의 상(象)이고 음은 신하의 상이니, 임금은 움직여야 마땅하고 신하는 고요해야 마땅한데, 이는 여알(女謁)674) 이 용사(用事)하는 데에 대한 응험(應驗)이다.’ 하였고, 방적(龐籍)은 말하기를 ‘정치에 빗나간 데가 있어 인정(人情)에 가려진 것이 있기 때문이다.’ 하였으며, 장방평(張方平)은 천둥의 이변을 논하기를 ‘천둥은 2월에 시작하여 8월에는 그쳐야 하며, 천둥은 본디 양기(陽氣)이고 임금의 상이 있으므로, 제때에 앞서서 소리나는 것도 오히려 양이 숨어 있지 않고 절도없이 새어 나오는 것이다.’ 하였습니다. 한 효무제(漢孝武帝) 때에 팽성(彭城)의 민가에 세 발 달린 닭이 있었는데, 경방(京方)의 《역전(易傳)》675) 에 이르기를 ‘임금이 부인(婦人)의 말을 잘 들으면 닭에 요사한 것이 생긴다.’ 하였습니다.

신 등이 하늘과 사람의 뜻을 탐구하고 예와 이제의 논의를 참고하여 그 징벌하는 근본을 따져 보니, 어찌 그렇게 되도록 한 까닭이 없겠습니까? 인정이 가리워지고 군도(君道)가 빗나간 일은 워낙 없다고 할 수 없겠으나, 궁위(宮闈)의 청알(請謁) 또한 어찌 반드시 없으리라고 보장할 수 있겠습니까? 궁금(宮禁)이 은밀하기는 하나 하늘의 살핌이 매우 밝으므로, 전하께서 조금이라도 사사로운 생각을 가지시면 위로 하늘의 꾸지람이 있게 할 만한데, 더구나 지금 중위(中闈)676) 의 자리가 비어 있어 내정(內政)이 소속될 곳이 없으므로, 조금만 치우친 것이 있게 되면 요사한 술수로 어지럽히는 일이 갖가지로 나올 것이니, 전하께서는 일에 앞서서 경계를 먼저 하여 하늘의 뜻에 따르소서.

신 등이 듣건대, 선유(先儒) 호굉(胡宏)677) 이 말하기를 ‘태자(太子)를 교양함에는 삼가지 않아서는 안된다. 큰 근본이 바른 뒤라야 나라를 보전할 수 있다.’ 하였고, 가의(賈誼)678) 도 말하기를 ‘천하의 명(命)은 태자에게 달려 있고, 태자가 훌륭해지는 것은 일찍부터 가르치고 좌우(左右)를 가려 뽑는 데에 달려 있다.’ 하였는데, 이는 만세토록 바뀌지 않는 정론(定論)입니다. 신 등이 듣자옵건대 원자(元子)679) 가 늘 외간에 거처하여 천한 여염을 가리지 않고 기혈(肌血)이 안정될 사이 없이 항상 옮긴다 하니, 이것이 어찌 보양(輔養)하는 도리이겠습니까? 강보(襁褓)에 싸여 있어 아직 지각이 없다고는 하나, 예로부터 태교(胎敎)라는 것이 있는데, 더구나 자라나는 오늘날이겠습니까? 일찍이 금중(禁中)에 들어와 강보에 있을 때부터 바탕이 있도록 교양하여, 두세 살 어린 나이의 희롱에 있어서도 절도 없는 데에 접하지 말고 좌우의 듣고 보는 것이 모두가 바른 법도에 맞도록 하면, 습관과 성질이 이룩되어 착하지 않으려 하더라도 그럴 수가 없을 것입니다.

신 등이 또 듣건대, 임금이 천위(天位)680) 를 함께 하여 천직(天職)을 닦는 자를 삼공(三公)이라 하는데, 국가에서 서사(署事)681) 를 폐하고부터 삼공의 직임이 가벼워지기 시작하고 급속히 쇠미하여 이제 와서는 한갓 헛된 자리로 있을 뿐이니, 어찌 통탄할 일이 아니겠습니까? 삼공의 직책은 나라의 법전에 적혀 있으므로, 일에 관여하여 처결하는 일은 폐하였을지라도 체통은 남아 있으나, 퇴폐하여 구차하게 있다가 차차로 물러가니, 한갓 그 직위가 있을 뿐이고 직사를 맡아보지는 않는 것이며, 재변을 만나면 문득 으레 사직하니, 거의 거짓에 가깝지 않습니까? 전에 대간이 이것을 말하여 삼공으로 하여금 날마다 도당(都堂)682) 에 좌기(坐起)하여 인물을 진퇴(進退)하고 국정을 논의하게 하기를 청하매 전하께서 이미 윤허를 내리셨는데, 오히려 작은 혐의를 고집하여 주저하고서 시행하지 않으니, 이는 비록 삼공이 태만한 죄이기는 하나, 또한 전하께서 맡겨서 책임지워 이룩하게 하는 정성을 다하지 못하신 데에서도 말미암은 것입니다.

전하께서 구언(求言)하는 정성을 보건대, 지극하지 못하신 데가 있습니다. 사람의 생각은 깊을 수도 있고 얕을 수도 있으므로 시비가 혹 정해지지 않으면, 임금이 모두 듣고 널리 받아들여서, 옳은 것은 쓰고 옳지 않은 것은 버려야 사람들이 뜻을 다 말할 수 있습니다. 만약에 사람마다 다 뜻이 맞고 말마다 다 이치에 맞도록 하게 하려 한다면 구언하는 길이 좁아지지 않겠습니까? 일전에 박상(朴祥) 등이 상소하여 망령된 일을 아뢰어 죄가 도역(徒役)683) 에 이르렀습니다. 말이 죄줄 만하더라도 성왕(聖王)은 말 때문에 사람을 죄준 일이 없었는데, 전하께서는 착한 말에 대하여 속을 터놓고 받아들여서 언로(言路)를 넓히셨다는 것은 듣지 못하였고, 잘못된 말에 대해서는 문득 법으로 처벌하시니, 신 등은 사람들이 입을 다물고 말하지 않게 될까 염려됩니다."

하니, 전교하기를,

"근래 재변이 매우 심하므로 나도 두려워한다. 소(疏)에 말한 ‘궁위의 청알이 어찌 없겠느냐.’는 것은, 내가 과연 그런 일이 있는지 모르겠으나 ‘일에 앞서서 먼저 경계하라.’는 것은 옳다. 원자를 교양하는 도리는 내가 모르는 바가 아니나, 여염에서 교양하더라도 어찌 쉽사리 그렇게 되겠는가? 또, 삼공이 날마다 도당에 좌기하는 것은 매우 옳으므로 내가 이미 윤허하였는데, 대신들은 시행하지 못할 듯하다고 사양하였다. 바야흐로 구언하는 중인데 박상을 죄준 것은 대간이 청하기 때문이었음을 경 등은 이미 알 것이다. 재변이 날로 심해가는 것은 내가 덕이 없기 때문이니 밤낮으로 미안하다. 경 등이 상소한 뜻은 더욱 유의하겠다."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12책 23권 15장 A면【국편영인본】 15책 112면
  • 【분류】
    정론-정론(政論) / 과학-천기(天氣) / 과학-생물(生物) / 역사-고사(故事) / 왕실-종친(宗親) / 행정-중앙행정(中央行政)

  • [註 674]
    여알(女謁) : 궁녀(宮女)의 청(請). 궁녀가 임금의 사랑을 믿고서 권세를 부리고 은밀한 청탁을 하는 것.
  • [註 675]
    《역전(易傳)》 : 《경씨역전(京氏易傳)》의 약칭. 한(漢)나라 경방(京方:본성이 이〈李〉였는데 스스로 고쳤다)이 지은 역학서(易學書). 후세의 전복(錢卜)의 방법은 실로 여기서 나왔다고 한다. 《사고제요(四庫提要)》 자술수(子術數).
  • [註 676]
    중위(中闈) : 왕비.
  • [註 677]
    호굉(胡宏) : 중국 송대(宋代)의 학자. 정호(程顥)·정이(程頤)의 문인(門人)인 양시(楊時)와 아버지 호안국(胡安國)에게 배워 그 학문을 전하였다. 호는 오봉(五峯). 《송사(宋史)》 권435, 《송원학안(宋元學案)》 권42.
  • [註 678]
    가의(賈誼) : 중국 한대(漢代)사람. 이사(李斯)의 문인 오공(吳公)에게 배워 그 학문을 전하였다. 뒤에 장사왕(長沙王)·양회왕(梁懷王)의 태부(太傅)가 되었으므로 세칭 가태부 또는 가장사라 한다. 《사기(史記)》 권84, 《한서(漢書)》 권48.
  • [註 679]
    원자(元子) : 임금의 적장자.
  • [註 680]
    천위(天位) : 하늘이 부여한 관위(官位). 맹자(孟子)가 벗[友]의 도리를 물은 만장(萬章:자〈字〉는 자하〈子夏〉이다)에게 답하는 가운데에서 왕공(王公)이 어진이를 존중하는 도리에 언급하여, 진 평공(晉平公)의 예를 들어 이것은 "천위를 함께 하지 않고 천직(天職)을 함께 하지 않고 천록(天祿)을 함께 하는 것이 아니니, 사(士)가 어진이를 존중하는 방법이요, 왕공이 어진이를 존중하는 방법은 아니다." 하였는데, 그 뜻은 어진이를 존중하는 예(禮)로는 천위·천직·천록을 함께 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맹자(孟子)》 만장하(萬章下).
  • [註 681]
    서사(署事) : 직사(職事)를 서리(署理)하다. 곧 맡은 일을 처리하는 것, 또는 그 일.
  • [註 682]
    도당(都堂) : 의정부의 별칭.
  • [註 683]
    도역(徒役) : 도형(徒刑). 도형은 《대명률(大明律)》의 오형(五刑)의 하나인데, 조금 중한 죄를 지은 자를 1∼3년 동안 자유를 빼앗고 관에서 노역(勞役)에 종사하게 하는 형벌이다.

○弘文館副提學金謹思等上疏云:

今月二十一日, 坡州交河地震。 又聞, 慶尙道 咸昌縣人家, 有三足鷄生。 嗟夫! 陰靜而地動, 冬立而陽盛, 物常而妖作, 非常之變, 疊見於一時, 在古罕聞。 變異之作, 諒非徒然, 事感於下, 應猶影響。 昔 仁宗時地震, 韓琦以爲: "天, 陽也, 地, 陰也; 陽, 君象, 陰, 臣象, 君宜轉動, 臣宜安靜, 此, 女謁用事之應。" 龐籍以爲: "政有差失, 人情有所壅蔽也。" 張方平論雷變以爲: "雷當以二月出, 八月入。 雷本陽氣, 有人君之象, 故先時而聲, 猶陽不閉藏, 發洩無度也。" 孝武時, 彭城人家, 雞有三足。 京房 《易傳》曰: "君用婦人言, 則雞生妖。" 臣等探天人之情, 參古今之論, 以原厥罰之本, 則豈無所召而然? 人情之壅閉、君道之差失, 固不可謂無, 而宮闈請謁, 亦安敢保其必無乎? 宮禁雖密, 天監甚昭, 殿下倘有一念之私, 猶足以上動天譴, 況今中闈位曠, 內政無屬, 一有所偏, 妖幻百出, 願殿下先事以戒, 以循天意。 臣等聞, 先儒胡宏曰: "養太子不可以不愼。 大本正然後, 可以保國。" 賈誼亦曰: "天下之命, 繫於太子。 太子之善, 在於早諭敎、選左右。"此, 萬世不易之定論也。 臣等伏聞, 元子常處外間, 不擇賤閻, 肌血未定, 遷徙靡常, 此豈輔養之道乎? 雖在襁褓, 未有知覺, 古有胎敎, 況今日就岐嶷之時乎? 宜早入禁中, 自在襁褓, 敎養有素, 孩提嬉弄, 罔接非度, 左右耳目, 無非正法, 則習與性成, 雖欲爲不善, 不可得已。 臣等又聞, 人君所與共天位、治天職者, 三公也。 國家自廢署事, 三公之任始輕, 駸駸至今, 徒有虛器, 豈不痛哉? 三公命職, 敍在國典, 關決雖廢, 體統猶在。 而頹靡苟且, 循循退避, 徒有其位, 而不職其事。 及遇災變, 輒以例辭, 不幾於欺誣耶? 頃者臺諫、侍從言之, 請使三公, 一坐都堂, 進退人物, 論議國政, 殿下旣賜允許。 而猶執小嫌, 蓄縮不爲, 此雖三公曠關之罪, 亦由殿下委任責成之未盡其誠耳。 臣等伏覩, 殿下求言之誠, 有所未至也。 人之識慮有淺深, 是非或不定, 要須人君兼聽博採, 可者用之, 不可者置之然後, 能盡物情。 若欲使人人而合意, 言言而當理, 求言之道, 不已隘乎? 日者朴祥等以疏陳謬妄, 罪至徒役。 言雖可罪, 聖王未嘗以言罪人, 言之善者, 未聞虛懷迎納, 以廣言路, 而言之謬者, 輒繩以罰, 臣等恐人之杜口而不言也。

傳曰: "近來災變彌甚, 予亦懼焉。 其曰:‘宮闈之請謁, 豈無乎?’ 予不知其果有, 先事以戒則可矣。 若敎養元子之道, 予非不知。 雖使養於閭閻, 豈忽易而然也? 且三公日坐都堂, 甚可, 故予已允矣。 而大臣則以近不爲而辭之。 方求言, 而遂因臺諫之請, 乃罪朴祥者, 卿等已悉予意。 災變日甚, 是予否德所致, 夙夜未安。 卿等所疏之意, 更當體念。"


  • 【태백산사고본】 12책 23권 15장 A면【국편영인본】 15책 112면
  • 【분류】
    정론-정론(政論) / 과학-천기(天氣) / 과학-생물(生物) / 역사-고사(故事) / 왕실-종친(宗親) / 행정-중앙행정(中央行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