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국 태수가 토의를 바치다
일본국(日本國) 대내 대중 대부(大內大中大夫) 좌경조윤 겸 방장풍축 사주 태수(左京兆尹兼防長豐筑四州太守) 다다량 정홍(多多良政弘)이 원숙 서당(元叔西堂)을 보내어 와서 토의(土宜)를 바쳤다. 그 서계(書啓)에 이르기를,
"이 먼저 경술년1153) 겨울에 내려 주신 서계와 아울러 좋은 물품과 요청한 《비로법보전장(毗盧法寶全藏)》을 사승(使僧)이 싸서 싣고 돌아왔으니, 족히 복(僕)1154) 의 영광이 됩니다. 이후로 바다가 멀리 막혀서 하례하는 정성을 펼 겨를이 없어서 머뭇거리다가 이에 이른 것이며 거만한 것은 아닙니다. 이제 신사(信使) 원숙 서당(元叔西堂)을 보내어 삼가 정성을 바치고 서로 우호(友好)하는 예를 닦게 합니다. 복의 적(嫡)1155) 신개(新介)가 균지(鈞旨)1156) 를 받들고, 근자에 간웅(奸雄)이 왕기(王畿)1157) 를 침범한 것을 정벌하기 위하여 군려(軍旅)를 거느리고 낙(洛)1158) 에 올라가는데 양식을 운반하는 길이 멀어서 운조(運漕)1159) 의 비용이 많습니다. 이로 말미암아 귀국의 구원을 엎드려 청합니다. 병자(兵資)1160) 를 얻기 어려우니, 동전(銅錢) 5천 관(貫)과 목면(木棉) 5천 단(端)을 혜사(惠賜)하여 사졸의 기한(飢寒)을 구휼해 주시면, 중상(重賞)을 주는 밑에 용부(勇夫)가 있어서 반드시 백전 백승(百戰百勝)할 것입니다. 그러면 궁시(弓矢)1161) 의 가성(家聲)1162) 이 더욱 떨치고 동맹의 우호를 길이 닦을 것이니, 저희 나라의 승평(昇平)을 즐거워 할 뿐만 아니라 또한 귀국의 성수(聖壽)1163) 를 빌고 해마다 사직(社稷)1164) 의 천추(千秋)를 기원하겠습니다. 인하여 전개(專价)1165) 를 명해 보내어 조금이나마 원정(遠情)을 표하고 많지 아니한 토산품을 별도 건목(件目)1166) 을 갖추어 감히 전달되기를 빌며 복(僕)의 정성을 펴게 하니, 굽어살피기를 바랍니다."
하였는데, 그 별폭(別幅)에는 개(鎧) 1령(領), 흑피 제연구 병풍(黑皮諸緣具屛風) 1쌍(雙), 수묵회(水墨繪), 주병견(朱柄鑓) 10정(挺), 흑초 대도(黑鞘大刀) 10정(挺), 주병 장도(朱柄長刀) 2정(挺), 주칠 과자분(朱漆菓子盆) 1백 매(枚), 절부반(折敷盤) 대소(大小) 40편(片), 섭첩 금니 선자(攝疊金泥扇子) 1백 파(把), 백련초(白練綃) 5단(端), 백릉문초(白綾紋綃) 5단(端)이었다.
- 【태백산사고본】 44책 281권 22장 A면【국편영인본】 12책 384면
- 【분류】외교-왜(倭)
- [註 1153]경술년 : 1490년 성종 21년.
- [註 1154]
복(僕) : 자기를 겸손하게 이르는 말.- [註 1155]
적(嫡) : 적자(嫡子).- [註 1156]
균지(鈞旨) : 상관의 명령.- [註 1157]
왕기(王畿) : 수도 근방.- [註 1158]
낙(洛) : 그 나라 서울.- [註 1159]
운조(運漕) : 배로 운반하는 일.- [註 1160]
병자(兵資) : 군자금.- [註 1161]
궁시(弓矢) : 무사를 가리킴.- [註 1162]
가성(家聲) : 가문의 명성.- [註 1163]
성수(聖壽) : 임금의 장수.- [註 1164]
○癸酉/日本國大內大中大夫左京兆尹兼防、長、豐、筑四州太守多多良政弘遣元叔西堂來獻土宜。 其書契曰: "先是庚戌之冬, 所賜書幷珍貺及所需毗盧法寶全藏, 使僧稛載而回還, 足以爲僕之榮。 爾來洋海夐阻, 不遑伸賀忱, 因循臻玆, 匪慢也。 今遣信使元叔西堂, 謹述誠款, 以修同系好, 僕嫡新介, 承鈞旨, 頃奸雄寇王畿, 爲征伐, (卒)〔率〕 軍旅上洛, 糧道遼遠, 運漕役費夥矣。 繇是伏請貴國之救, 兵資難得, 銅錢五千貫、木緜五千端佳貺, 以贍士卒之飢寒, 重賞下, 有勇夫必百戰百勝, 然弓矢家聲彌震, 同譜好永修, 不啻吾邦樂昇平, 抑又貴國祝聖壽, 歲次祈社稷千秋。 因命專价, 少旌遠情, 不腆之産, 別備件目, 敢乞遞徹, 宣布僕懇, 頫望照亮。 別幅鎧一領、黑皮諸緣具屛風一雙、水墨繪朱柄鑓一十挺、黑鞘大刀十(振)〔挺〕 、朱柄長刀二挺、朱漆菓子盆一百枚、折敷盤大小四十片、摺疊金泥扇子一百把、白練綃五端、白綾紋綃五端。"
- 【태백산사고본】 44책 281권 22장 A면【국편영인본】 12책 384면
- 【분류】외교-왜(倭)
- [註 11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