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경 입거를 위한 사목과 전세 확대 방안 등을 논의하다
정창손(鄭昌孫)·한명회(韓明澮)·심회(沈澮)·윤필상(尹弼商)·노사신(盧思愼)·이극배(李克培)가 의논하기를,
"공천(公賤)으로서 변경에 옮기기를 자원하는 자에게 종량(從良)하게 하는 것은 거행할 수 없습니다. 사형(死刑)을 면한 자와 도형(徒刑)·유형(流刑)의 죄인은 양도(兩道)004) 의 부실(富實)한 자로 한하되, 들여보내는 절목(節目)을 해당 관사(官司)로 하여금 의논해 아뢰게 하소서."
하였다. 승지(承旨)들이 아뢰기를,
"옛사람이 말하기를, ‘나라에 3년의 저축이 없으면, 그 나라는 나라 구실을 못할 것이다.’라고 하였습니다. 세조조(世祖朝)에 군자(軍資)를 1백만 섬으로 채우려고 하였는데, 말년에 겨우 90여만 섬에 그쳤고, 지금은 군자와 풍저(豐儲)의 저축을 아울러 계산해도 겨우 50만 섬이니, 이제 비록 근심이 없다 하더라도 미리 저축하지 아니할 수 없습니다. 직전(職田)·공신전(功臣田)·사사전(寺社田)·별사전(別賜田) 및 반당(伴倘)005) 체아직(遞兒職)006) 을 감할 만한 것은 감하고 없앨 만한 것은 없애어, 국용(國用)에 채우는 것이 어떠하겠습니까?"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전일에 의논한 바에 따른 것은 대신(大臣)을 후대하려고 한 것인데, 그대들이 말한 것은 국가를 위하는 대체(大體)이다. 다시 영돈녕(領敦寧) 이상에게 의논하라."
하였다. 정창손 등이 아뢰기를,
"신 등은 성상의 은혜가 지극히 중하므로, 비록 공신전(功臣田)이 없을지라도 가하지만, 개국(開國)·정사(定社)·좌명(佐命)의 세 공신의 자손은 이를 힘입고 사는 자가 자못 많으며, 또 직전(職田)은 백관(百官)의 녹(祿)이니, 경솔하게 갑자기 없앨 수가 없습니다. 만약 국용(國用)이 부족하면, 비록 백성[戶]에게 거두어도 가한데, 이제 태평 시대를 당하여 어찌 그렇게 해야 하겠습니까?"
하니, 전교하기를,
"전일에 의논한 바를 보고서 이미 정승들의 뜻을 알았다. 선왕조(先王朝)로부터 공신을 매우 후대(厚待)하였는데, 내가 박하게 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국고의〉 축적이 마른다면 그렇게 하지 않을 수 없으므로, 여러 의논을 널리 채택하여 행하고자 한다."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24책 162권 1장 A면【국편영인본】 10책 556면
- 【분류】군사-병참(兵站) / 농업-전제(田制) / 인사-관리(管理) / 호구-이동(移動) / 사법-행형(行刑) / 신분-천인(賤人) / 신분-신분변동(身分變動) / 재정-국용(國用)
- [註 004]양도(兩道) : 평안도와 함경도.
- [註 005]
반당(伴倘) : 조선조 때 왕자(王子)·공신(功臣)이나 당상관(堂上官)의 문무 신료(文武臣僚)들이 신변을 보호하기 위하여 데리고 다니던 수종인(隨從人). 그 녹(祿)은 나라에서 주었음.- [註 006]
체아직(遞兒職) : 현직을 떠난 문무관에게 특별한 경우에 계속 녹봉(祿俸)을 주기 위하여 만든 벼슬. 그 관사의 실무를 보지 않으면서 자리만을 채우고 녹봉을 받는 경우와 다른 관청의 일이 바쁠 때 도와주고 녹봉을 받는 경우가 있었음.○鄭昌孫、韓明澮、沈澮、尹弼商、盧思愼、李克培議: "公賤自願, 徙邊從良, 事不可擧行。 免死及徒、流人, 限兩道富實, 入送節目, 令該司議啓。" 承旨等啓曰: "古人言: ‘國無三年之蓄, 國非其國。’ 在世祖朝, 軍資欲滿百萬碩, 末年纔及九十餘萬碩而止。 今幷計軍資、豊儲所儲, 纔五十萬碩, 今雖無虞, 不可不預儲也。 職田、功臣田、寺社田、別賜田及伴倘遞兒職, 可減者減之, 可革者革之, 以充國用, 何如?" 上曰: "前日從議得者, 欲厚大臣也, 爾等所言, 爲國家大體也。 更議于領敦寧以上。" 昌孫等啓曰: "臣等上恩至重, 雖無功臣田, 可矣。 如開國、定社、佐命三功臣子孫, 賴此而生者頗多。 且職田, 百官之俸, 不可輕易遽革。 若國用不足, 則雖戶斂, 可矣。 今當太平之時, 何用如是?" 傳曰: "前日議得, 已知政丞等意。 自先王朝, 待功臣甚厚, 予非欲薄之也。 然蓄積虛竭, 則不得不爾也。 思欲博採群議而行之。"
- 【태백산사고본】 24책 162권 1장 A면【국편영인본】 10책 556면
- 【분류】군사-병참(兵站) / 농업-전제(田制) / 인사-관리(管理) / 호구-이동(移動) / 사법-행형(行刑) / 신분-천인(賤人) / 신분-신분변동(身分變動) / 재정-국용(國用)
- [註 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