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헌부 관원이 정현조·강자순의 치죄와 손계량의 교체 문제를 아뢰다
경연(經筵)에 나아갔다. 강(講)하기를 마치자, 헌납(獻納) 이종윤(李從允)·지평(持平) 서규(徐赳)가 아뢰기를,
"정현조(鄭顯祖)·강자순(姜子順)이 사족(士族)의 딸을 취(娶)하여 첩(妾)을 삼았으니, 청컨대 실정을 찾아서 죄를 결정짓고, 또 이이(離異)389) 하게 하소서."
하니, 임금이 이르기를,
"진실로 마땅히 죄 주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미 전지(傳旨)를 내려 서얼(庶孽)로 삼기를 결정했는데, 어찌 다시 논하는 것이 옳겠는가? 비록 혼서(婚書)가 있다고 하더라도 뒤에 반드시 불태워 없애야 할 것이다."
하고, 이어 좌우(左右)에게 물으니, 지사(知事) 이극증(李克增)이 대답하기를,
"대간(臺諫)의 말이 옳습니다. 비록 과죄(科罪)는 아니하더라도 이이(離異)시키는 것이 좋겠습니다."
하니, 임금이 이르기를,
"어찌 남의 부처(夫妻)를 서로 떠나게 하겠는가?"
하였다. 이종윤이 또 아뢰기를,
"손계량(孫繼良)은 전일(前日)에 안주 목사(安州牧使)로 제수되었다가, 합당치 못한 것으로써 개차(改差)되었습니다. 하물며 절도사(節度使)는 곧 방면(方面)의 중임(重任)인데 어찌 가볍게 제수하겠습니까? 청컨대 개정(改正)하게 하소서."
하였으나, 들어주지 아니하였다. 서규가 이르기를,
"유생(儒生)이 절에 다니는 것을 금함은 《대전(大典)》에 실려 있어도 이제 또 전지(傳旨)를 내리면서 홀로 승인(僧人)의 범람한 행동을 금하는 전지는 없으니, 신(臣)은 만세(萬世)의 뒤에 반드시 전하께서 불도(佛道)를 숭신(崇信)했다고 이를까 두렵습니다."
하니, 임금이 이르기를,
"유생이 비록 광동(狂童)이라 하더라도 독서(讀書)와 유희(遊戲)를 하필 사찰(寺刹)에서 하겠는가? 진실로 정거(停擧)390) 의 법이 없고, 비록 《대전(大典)》의 금지가 있다 하더라도 어찌 다 두려워하도록 하겠는가? 내가 전지를 내린 것은 대개 양전(兩全)케 하고자 한 것이다."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21책 141권 15장 B면【국편영인본】 10책 338면
- 【분류】교육-인문교육(人文敎育) / 왕실-경연(經筵) / 정론-간쟁(諫諍) / 사법-법제(法制) / 사법-탄핵(彈劾) / 가족-가족(家族) / 사상-불교(佛敎) / 신분-양반(兩班) / 인사-임면(任免)
○乙未/御經筵。 講訖, 獻納李從允、持平徐赳啓曰: "鄭顯祖、姜子順, 娶士族女爲妾, 請原情定罪, 且離異。" 上曰: "固當罪之。 然旣下傳旨, 定爲庶孽, 何可復論也? 雖有婚書, 後必焚滅矣。" 仍問左右。 知事李克增對曰: "臺諫之言然矣。 雖不科罪, 離異爲便。" 上曰: "豈可離人夫妻乎?" 從允又啓曰: "孫繼良前日除安州牧使, 以不合改差。 況節度使, 乃方面重任, 豈可輕授? 請改正。" 不聽。 赳曰: "儒生上寺之禁, 載在《大典》, 今又下旨, 而獨無禁僧人(監)〔濫〕 行之旨, 臣恐萬世之下, 必謂殿下崇信佛道也。" 上曰: "儒生雖狂童, 讀書、遊戲, 何必寺刹乎? 苟無停擧之法, 雖有《大典》之禁, 豈盡畏懼哉? 予之下旨, 蓋欲兩全之也。"
- 【태백산사고본】 21책 141권 15장 B면【국편영인본】 10책 338면
- 【분류】교육-인문교육(人文敎育) / 왕실-경연(經筵) / 정론-간쟁(諫諍) / 사법-법제(法制) / 사법-탄핵(彈劾) / 가족-가족(家族) / 사상-불교(佛敎) / 신분-양반(兩班) / 인사-임면(任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