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포 왜인의 요구와 영전의 문제, 떡을 금하는 문제 등을 의논하다
경연(經筵)에 나아갔다. 강(講)하기를 마치자, 이파(李坡)가 아뢰기를,
"이번에 온 종무승(宗茂勝)과 평국충(平國忠) 등은 도둑질한 왜인의 목을 베어와서 고하였으니, 이것이 비록 믿을 수는 없다 하더라도 인견(引見)하고 위로함이 어떻겠습니까?"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좋다."
하였다. 이파(李坡)가 말하기를,
"신(臣)이 삼포(三浦)의 왜인(倭人)은 쇄환(刷還)하는 일로써 종무승 등에게 말했더니, 대답하기를, ‘만약 서계(書契)를 도주(島主)에게 전한다면 우리들이 마땅히 힘을 합하여 쇄환하겠습니다.’ 하고, 인하여 배[船]의 수를 더해 줄 것을 청하고, 혹은 벼슬을 청하기도 하였습니다."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배의 수는 더할 수가 없고 벼슬은 제수할 수 있다."
하였다. 영사(領事) 윤호(尹壕)가 아뢰기를,
"경상도(慶尙道)에는 염전(鹽田)이 있는 고을이 12고을이나 되지만, 저장된 소금은 아주 적습니다. 예전 세조 대왕(世祖大王)은 이에 정신을 써서 조처하였고, 그때의 조석문(曺錫文)이 또한 이 일을 주관하여 그 세염(稅鹽)으로 베[布]를 바꾸었으므로 포화(布貨)가 많이 비축되었는데, 지금은 곡식과 바꾸고 베와는 바꾸지 아니하므로 저축된 베가 날로 적어지니, 《대전(大典)》에 의거하여 염창법(鹽倉法)을 다시 밝혀서 포화와 바꾸는 자료를 삼게 하소서."
하니, 임금이 승지(承旨) 이세좌(李世佐)에게 이르기를,
"해당 조(曹)로 하여금 의논하여 아뢰게 하라."
하였다. 구치곤(丘致崐)이 아뢰기를,
"상평창법(常平倉法)이 《대전(大典)》에 뚜렷이 있는데도 금년의 쌀값은 폭등하여서 면포(綿布) 한 필에 쌀이 2말 5되나 됩니다. 지금 나라의 저축한 쌀이 1백 만석이 되니 만일 베로 바꾸어 들인다면 곡식 값이 폭등하지 아니할 것입니다."
하였다. 이파(李坡)가 아뢰기를,
"중월(仲月)에 공신들에게 잔치를 베푸는 것은 관례이니, 청컨대 이 잔치에서 왜국(倭國) 사신을 인견하소서."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옳다. 호초(胡椒)는 약을 조제함에 필요한 것이니, 그 종자를 왜인에게서 구함이 좋을 것이다."
하였다. 이파가 말하기를,
"호초는 왜인이 많이 가지고 와서 의영고(義盈庫)에 가득차 있으니, 종자를 구할 필요가 없습니다."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만일 왜인들과 틈이 생겨서 오지 아니한다면 앞으로 이어나갈 수가 없을 것이다."
하였다. 이파가 말하기를,
"옛말에 이르기를, ‘세금을 많이 매기면 걸(桀)이 되고, 적게 매기면 맥(貊)676) 이다.’ 하였습니다. 금년에는 흉년이 들었으니, 손(損)과 실(實)의 등급을 매김에 있어서 알맞게 조절하지 아니하면 안되겠습니다."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백성에게서 거두어 들이는 것은 나라를 부(富)하게 하고자 함이 아니고, 백성을 구제하기 위한 것이니, 경(卿)의 말이 옳다."
하였다. 이세좌(李世佐)가 말하기를,
"지금 술을 금하는 것은 쌀을 소비하기 때문인데, 떡시루를 가지고 다니는 자는 금하지 아니하니, 떡에 곡식이 허비되는 것이 술보다 더합니다. 청컨대 아울러 금하소서."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옳다."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20책 132권 14장 B면【국편영인본】 10책 252면
- 【분류】사법-법제(法制) / 왕실-경연(經筵) / 왕실-의식(儀式) / 왕실-국왕(國王) / 외교-왜(倭) / 수산업-염업(鹽業) / 식생활-기호식품(嗜好食品) / 농업-농작(農作) / 금융-화폐(貨幣) / 재정-전세(田稅) / 재정-창고(倉庫) / 물가-물가(物價)
- [註 676]맥(貊) : 나라이름.
○御經筵。 講訖, 李坡啓曰: "今來宗茂勝、平國忠等, 斬賊倭來告, 此雖不可信, 引見慰之何如?" 上曰: "可。" 坡曰: "臣以三浦倭刷還事, 語茂勝等, 答云: ‘若通書契於島主, 則吾等當同力刷還矣。’ 因請加船隻, 或有請職者。" 上曰: "船隻不可加, 除職則可。" 領事尹壕啓曰: "慶尙道有鹽場邑, 多至十二, 而所儲鹽甚少。 昔世祖大王, 留神措置, 其時曺錫文, 亦主此事, 以其稅鹽貿布, 故布貨多蓄, 今也貿穀, 而不貿布, 故儲布日少。 請依《大典》, 申明鹽倉之法, 以爲貿布之資。" 上謂承旨李世佐曰: "令該曹議啓。" 致崐啓曰: "常平倉之法, 著在《大典》, 今年米價踴貴, 緜布一匹, 直米二斗五升。 今國家儲米, 可百萬石, 若貿布, 則穀不踴貴矣。" 坡啓曰: "仲月宴功臣, 例也, 請於此宴, 引見倭使。" 上曰: "可。 胡椒, 劑藥所需, 求其種於倭人可也。" 坡曰: "胡椒, 倭人多齎來, 故義盈庫充溢, 不必求種也。" 上曰: "若倭人構釁不來, 則後將難繼也。" 坡曰: "古云: ‘多則桀, 寡則貊。’ 今年旱荒損實, 等第不可不得中。" 上曰: "取於民者, 非欲富國, 爲救民也, 卿言是。" 世佐曰: "今酒禁, 爲糜費也, 而持餠盆者不禁, 餠之糜穀, 甚於酒。 請幷禁之。" 上曰: "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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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류】사법-법제(法制) / 왕실-경연(經筵) / 왕실-의식(儀式) / 왕실-국왕(國王) / 외교-왜(倭) / 수산업-염업(鹽業) / 식생활-기호식품(嗜好食品) / 농업-농작(農作) / 금융-화폐(貨幣) / 재정-전세(田稅) / 재정-창고(倉庫) / 물가-물가(物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