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독관 이세광 등이 낙산사의 노비를 영구히 전해 주지 말 것 등을 아뢰다
경연(經筵)에 나아갔다. 《강목속편(綱目續編)》을 강(講)하다가 ‘요(遼)나라 도종(道宗)이 절[寺]에 종[奴]을 주었다.’는 데에 이르러, 시독관(侍讀官) 이세광(李世匡)이 아뢰기를,
"요(遼)나라 임금의 일은 매우 옳지 못합니다. 청컨대 낙산사(洛山寺)의 노비(奴婢)를 영구히 전해 주지 말게 하소서."
하였다. 강(講)하기를 마치자, 사간(司諫) 이세필(李世弼)과 장령(掌令) 이인석(李仁錫)이 아뢰기를,
"선왕(先王)께서 비록 낙산사에 노비를 주셨다 하더라도 영구히 전하게 하신 것은 아닙니다. 지금 특별히 명하여 영구히 전하게 하신 것은, 이것이 매우 불가합니다."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내가 마땅히 잘 생각하여 처리하겠다."
하였다.
이세필 등이 또 아뢰기를,
"밀성군의 종 지거비가 어을우동을 협박하여 간통한 죄는 주륙(誅戮)을 용서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지금 도형(徒刑)을 속(贖)바치도록 명하셨으니, 어떻게 악을 징계하겠습니까?"
하니, 임금이 좌우(左右)에게 물었다. 영사(領事) 심회(沈澮)와 지사(知事) 강희맹(姜希孟)이 대답하기를,
"죄악이 심히 중(重)하니, 멀리 귀양보내는 것이 가합니다."
하니, 임금이 명하여 먼 고을의 종[奴]으로 정속(定屬)하게 하였다.
이인석이 또 아뢰기를,
"이번 정사(政事)에서 무신(武臣)을 승지(承旨)로 주의(注擬)358) 하도록 명하셨는데, 〈무신이〉 어찌 후설(喉舌)의 직임을 감당할 수 있겠습니까?"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문무(文武)을 아울러 쓰는 것이 가하지 않겠는가?"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18책 121권 3장 A면【국편영인본】 10책 160면
- 【분류】왕실-경연(經筵) / 신분-천인(賤人) / 인사-임면(任免) / 사법-행형(行刑) / 사상-불교(佛敎) / 출판(出版)
- [註 358]주의(注擬) : 관원을 임명할 때, 먼저 문관(文官)은 이조(吏曹), 무관(武官)은 병조(兵曹)에서 후보자 세 사람을 정하여 임금에게 올리던 일.
○御經筵。 講《綱目續編》, 至遼 道宗, 給寺奴, 侍讀官李世匡啓曰: "遼主之事, 大不可。 請洛山寺奴婢, 勿使永傳。" 講訖, 司諫李世弼、掌令李仁錫啓曰: "先王雖給洛山寺奴婢, 非永傳也。 今特命永傳, 此甚不可。" 上曰: "吾當詳思處之。" 世弼等又啓曰: "密城君奴知巨非, 脅奸於乙宇同, 罪不容誅。 今命贖徒, 何以懲惡?" 上問左右, 領事沈澮、知事姜希孟對曰: "罪惡甚重, 遠竄爲可。" 上命定屬于遠邑奴。 仁錫又啓曰: "今政, 命以武臣注擬承旨, 豈能堪喉舌之任耶?" 上曰: "文武幷用, 無乃可乎?"
- 【태백산사고본】 18책 121권 3장 A면【국편영인본】 10책 160면
- 【분류】왕실-경연(經筵) / 신분-천인(賤人) / 인사-임면(任免) / 사법-행형(行刑) / 사상-불교(佛敎) / 출판(出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