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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조실록 18권, 세조 5년 11월 24일 갑진 1번째기사 1459년 명 천순(天順) 3년

낭발아한의 변방 침입 소문에 대해 양정에게 대비책을 유시하다

건주위(建州衛)이만주(李滿住)가 사람을 보내어 치보(馳報)하기를,

"낭발아한(浪孛兒罕)의 친당(親黨) 화라온(火剌溫)가창합(可昌哈)이 천여 명의 군사를 거느리고 변방을 침범하려고 합니다."

하니, 곧 훈련관 사(訓鍊觀使) 구신충(具信忠)을 함길도 경차관(咸吉道敬差官)으로 삼아 어찰(御札)로 된 사목(事目)을 주어 양정(楊汀)에게 유시(諭示)하기를,

"1. 낭발아한(浪孛兒罕)이 평소부터 화라온(火剌溫)과 왕래하고 있었으니, 지금 이 성식(聲息)670) 은 비록 혹 믿을 만하지만, 그러나 그 정세(情勢)를 헤아려 본다면 반드시 올 수가 없을 것이니, 먼저 스스로 소란을 일으켜서는 안된다. 다만 변경만 방비하고 있을 뿐이니, 어찌 그들이 오지 않을 것이라고 믿을 수 있겠는가? 마땅히 이목(耳目)을 넓혀서 그 도로(道路)의 요충지(要衝地)를 헤아려 형세를 관망(觀望)하면서 기다려야 한다. 병법(兵法)에 이르기를, ‘적(敵)이 오지 않을 것을 믿지 말고, 내가 대비(待備)함이 있음을 믿으라.’고 하였다.

1. 화라온(火剌溫)이 만약 온다면, 마땅히 먼저 말하기를, ‘낭발아한(浪孛兒罕)이 우리 나라의 후한 은혜를 받은 지가 이미 오래 되었는데, 지금 국가에서는 올량합(兀良哈)올적합(兀狄哈) 등을 화해(和解)시켜 각기 생업(生業)에 안정하도록 하였다. 낭발아한이 홀로 명령에 순종하지 않고서 근거없이 말을 만들어, 동류(同類)를 두려워서 요동하게 하여 그들로 하여금 산에 오르게 해서 직업을 잃도록 하였으며, 또 나무를 새겨 동류(同類)를 불러 모아서 변방의 흔단(釁端)을 일으켜 스스로 죄고(罪辜)에 걸렸으나 전하(殿下)께서는 너그럽고 어진데다가 도량이 크셔서 다만 죄인의 우두머리만 목베고, 위협당하여 복종한 사람은 문죄(問罪)하지 않았다. 그 아들 아비거(阿比車)가 도망해 숨었는데 지금 너희가 낭발아한과 무슨 관계가 있기에 스스로 흔단(釁端)을 만들고 있는가? 하물며 우리 주상(主上)께서는 일시동인(一視同仁)하시어 너희들 중에서 온 사람은 후하게 구휼(救恤)하지 않음이 없었는데, 은혜를 갚기 위해 힘을 다할 줄은 알지 못하고서 지금 도리어 이와 같으니 후회한들 미치지 못할 것이다. 지금 마땅히 아비거를 결박해 보내고, 너의 추장(酋長)은 조현(朝見)하여 성상의 은혜를 받는 것이 또한 옳지 않겠는가?’ 하라. 만약 그래도 듣지 않는다면 마땅히 병마(兵馬)의 세력을 다하여 한 필의 말도 돌아가지 못하도록 하여 임금의 위엄을 펴는 것이 옳을 것이다. 그러나 군사는 전쟁을 그치게 해야만 하니, 절대로 공을 탐내어 이긴 기세를 타서 궁지(窮地)에 몰린 구적(寇敵)을 급히 쫓지는 말라.

1. 방문(訪問)하는 저 사람들 중에 화라온(火剌溫)에게 왕래할 만한 자는 화라온(火剌溫)에게 가서 낭발아한의 죄를 헤아리게 하도록 하고, 또 말하기를, ‘그 아들 아비거(阿比車)가 도망해 숨어서 나타나지 않는다. 너희 화라온(火剌溫)은 오랫동안 나라의 은혜를 받고 있으며, 지금 우리 주상(主上)께서 너희들을 무수(撫綏)하는 데 멀고 가까운 차별이 없는 것은 너희가 아는 바이니, 아비거(阿比車)가 만약 너희의 경계에 도착하거든 마땅히 즉시 잡아가지고 와서 중한 상을 받도록 하라.’라고 하라.

1. 화라온(火剌溫)이 만약 오고난 후에 동량(東良) 등지의 사람이 비록 내응(內應)671) 하는 자가 있더라도 알고도 모르는 척하는 것이 상책(上策)이니, 아직 말로 나타내어 힐문(詰問)하지는 말고 천천히 정세(情勢)를 살펴보아 듣도록 하라. 만약 드러내어 그대로 내응(內應)해서 우리와 더불어 서로 싸우게 된다면, 경(卿)의 병세(兵勢)를 어찌 멀리서 제어할 수가 있겠는가?"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7책 18권 14장 A면【국편영인본】 7책 356면
  • 【분류】
    외교-야(野) / 행정-지방행정(地方行政) / 군사-군정(軍政)

  • [註 670]
    성식(聲息) : 변방을 침범하려고 한다는 소식.
  • [註 671]
    내응(內應) : 내통(內通).

○甲辰/建州衛 李滿住遣人馳報: "浪孛兒罕親黨火剌溫 可昌哈率千餘兵欲犯邊。" 乃以訓鍊觀使具信忠咸吉道敬差官, 授御札事目, 諭楊汀曰:

一, 浪孛兒罕素往來火剌溫, 今此聲息, 雖或可信, 然度其情勢, 必不能來, 不可先自騷擾。 但邊境隄備, 豈可恃其不來? 宜廣耳目, 度其道路要衝, 觀勢以待。 兵法曰, "毋恃其不來, 恃吾有以待之。" 一, 火剌溫若來, 則當先語之曰, ‘浪孛兒罕受我國厚恩旣久, 今國家和解兀良哈兀狄哈等, 欲各安生業也。 孛兒罕獨不順命, 造爲浮言, 恐動同類, 使登山失業, 又刻木徵聚同類, 欲生邊釁, 自罹罪辜。 殿下寬仁大度, 只誅罪魁, 不問脅從。 其子阿比車逃竄, 今汝何與於孛兒罕而自作釁端? 況我主上一視同仁, 汝等來者無不厚恤, 不知報効, 今反如此, 後悔無及。 今宜縛送阿比車, 汝酋長朝見以承上恩, 不亦可乎?’ 若猶不聽, 則當盡兵勢, 使匹馬無歸。 以宣威靈可也。 然兵可止戰, 愼勿貪功乘勝, 勿迫窮寇。 一, 訪問彼人中, 可以往來火剌溫者, 使往火剌溫浪孛兒罕之罪, 且語之曰, "其子阿比車逃竄不見。 汝火剌溫久受國恩, 今我主上撫綏汝等無遠近, 汝所知也。 阿比車若到汝境, 宜卽捕來, 以受重賞。" 一, 火剌溫若來, 而東良等處之人, 雖有內應者, 知而不知, 上策也。 姑勿形言詰問, 徐觀情勢以聞。 若顯然內應與我交兵, 則卿之兵勢, 豈可遙制?


  • 【태백산사고본】 7책 18권 14장 A면【국편영인본】 7책 356면
  • 【분류】
    외교-야(野) / 행정-지방행정(地方行政) / 군사-군정(軍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