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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실록 22권, 세종 5년 12월 23일 경오 1번째기사 1423년 명 영락(永樂) 21년

임금이 《통감강목》의 강독에 대해 언급하다

정사를 보고 경연에 나아갔다. 《통감강목(通鑑綱目)》을 강독(講讀)한 끝에 임금이 동지경연사(同知經筵事) 윤회(尹淮)에게 이르기를,

"진서산(眞西山)134) 이 말하기를, ‘《통감강목》은 권질(卷帙)이 많아서, 임금은 다 보기가 쉽지 않다. ’하더니, 내가 경자년부터 강독을 시작하여 지금까지 이르렀는데, 그 사이에 혹은 30여 번을 읽은 것도 있고, 혹은 20여 번을 읽은 것도 있기는 하나, 참으로 다 보기는 어려운 책이라."

고 하였다. 임금이 잠저(潛邸)에 있을 때부터 학문을 좋아하고 게을리하지 않아서, 일찍이 경미한 병환이 있을 때에도 오히려 독서를 그치지 아니하므로, 태종(太宗)께서 작은 환관을 시켜서 그 서책을 다 가져다가 감추게 하고 다만 구소수간(歐蘇手簡)135) 만을 곁에 두었더니, 드디어 이 책을 다 보시었다. 즉위하심에 이르러서는 손에서 책을 놓지 않아, 비록 수라(水剌)를 들 때에도 반드시 책을 펼쳐 좌우에 놓았으며, 혹은 밤중이 되도록 힘써 보시고 싫어하지 않으셨다. 일찍이 근신(近臣)에게 말하기를,

"내가 궁중에 있으면서 손을 거두고 한가롭게 앉아 있을 때는 없다."

하셨으니, 이러하시기 때문에 경적(經籍)에 널리 통하시었고, 심지어는 본국 역대의 사대문적(事大文籍)에 이르기까지 보시지 않은 것이 없었고, 또 근신들에게 말하기를,

"내가 서적을 본뒤에는 잊어버리는 것은 없었다."

하시었으니, 그 총명하심과 학문을 좋아하시는 것은 천성(天性)이 그러하셨던 것이다. 또 주자소(鑄字所)로 하여금 한역(漢譯)에 대한 여러 서적을 인쇄하게 하고, 총제 원민생과 판승문원사(判承文院事) 조숭덕(曹崇德)으로 하여금 읽어 올리도록 하여, 한번 들으시면 문득 기억하고는 근신에게 이르기를,

"내가 한역(漢譯)을 배우는 것은 다른 것이 아니다. 명나라의 사신과 서로 접할 때에, 미리 그 말을 알면 그 대답할 말을 혹 빨리 생각하여 준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라고 하시었다. 임금이 특히 서적만을 한번 보고 문득 기억하시는 것만이 아니라. 무릇 수많은 신하들의 성명(姓名)·내력(來歷)·세계(世系) 등을 비록 미세한 것이라도 한번 들으시면 잊지 않으셨으며, 한번 그 얼굴을 보시면 비록 여러 해를 만나 보시지 못했더라도 다시 보실 때에 반드시 아무라고 성명을 부르셨으며, 사물의 정밀하고, 소략하고, 아름답고, 추악한 것에 이르러서도 한번 눈에 접하시면 반드시 그 호리(毫釐)의 차를 정밀히 분변하셨고, 성음(聲音)의 청탁과 고하(高下)도 한번 귀에 들어가면 그 윤리(倫理)를 심찰하시었으니, 그 총명과 예지(睿智)가 이와 같으시었다.


  • 【태백산사고본】 7책 22권 23장 A면【국편영인본】 2책 569면
  • 【분류】
    왕실-의식(儀式) / 왕실-경연(經筵) / 왕실-국왕(國王) / 출판-서책(書冊)

  • [註 134]
    진서산(眞西山) : 서산은 진덕수(眞德秀)의 호.
  • [註 135]
    구소수간(歐蘇手簡) : 송나라 구양수와 소식의 편지를 추려 뽑아 만든 책.

○庚午/視事, 經筵。 《通鑑綱目》講畢, 上謂同知經筵事尹淮曰: "眞西山云: ‘《通鑑綱目》卷帙多, 人主未易盡覽。’ 予自庚子年始講, 以至于今, 其間或有讀至三十餘遍, 或有二十餘遍, 誠未易盡看之書也。" 上自在潛邸, 好學不倦, 嘗有微恙, 猶且讀書不已。 太宗使小宦盡取書帙, 唯手簡在側, 乃取盡閱。 及卽位, 手不釋卷, 雖在進膳時, 必開卷置諸左右, 或至宵分, 亹亹不厭。 嘗謂近臣曰: "予在宮中, 無有斂手閑坐之時矣。" 是以, 博洽經籍, 至於本國歷朝事大文籍, 無不觀覽。 又謂近臣等曰: "予於書籍看過之後, 則無遺失。" 其聰明好學, 天性然也。 又令鑄字所印譯諸書, 使摠制元閔生、判承文院事曺崇德進讀, 一聽便記, 謂近臣曰: "予學譯無他, 與朝廷使臣相接之時, 預知其言, 則其對辭庶幾早圖耳。" 上非特書籍一覽輒記, 凡群臣之姓名、來歷、世係, 雖微者, 一聞不忘, 一見其面, 雖隔數歲更見, 則必呼曰某。 至於事物之精粗美惡, 一接乎目, 必辨其毫釐; 聲音之淸濁高下, 一入乎耳, 必審倫理, 其明睿如此。


  • 【태백산사고본】 7책 22권 23장 A면【국편영인본】 2책 569면
  • 【분류】
    왕실-의식(儀式) / 왕실-경연(經筵) / 왕실-국왕(國王) / 출판-서책(書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