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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조실록 1권, 총서 134번째기사

공양왕이 태종과 사예 조용을 시켜 태조와의 맹약을 위한 초안을 잡게 하다

처음에 공양왕이 전하(殿下)와 사예(司藝) 조용(趙庸)을 불러 말하기를,

"내가 장차 이 시중(李侍中)144) 과 더불어 동맹(同盟)하려고 하니, 경(卿) 등이 내 말로써 나아가 시중에게 전하고, 시중의 말을 듣고서 맹서(盟書)를 초하여 오라."

하고, 또 말하기를,

"반드시 고사(故事)가 있을 것이다."

하니, 조용이 대답하기를,

"맹세는 족(足)히 귀한 것이 아니며, 성인(聖人)이 싫어하는 바입니다. 열국(列國)의 동맹(同盟) 같은 것은 옛날에 있었으나, 임금이 신하와 더불어 동맹(同盟)하는 것은 경적(經籍)의 고사(故事)에 근거할 만한 것이 없습니다."

하였다. 공양왕이 말하기를,

"다만 이를 초잡으라."

하매, 조용이 전하와 함께 태조에게 나아가서 왕의 명령대로 전하니, 태조가 말하기를,

"내가 무슨 말을 하겠는가? 네가 마땅히 임금의 명령으로써 글의 초를 잡으라."

하였다. 조용이 물러가서 초를 잡기를,

"경(卿)이 있지 않았으면 내가 어찌 이에 이르겠는가? 경의 공과 덕을 내가 감히 잊겠는가. 황천(皇天)145)후토(后土)146) 가 위에 있고 곁에 있으니, 대대로 자손들은 서로 해치지 말 것이다. 내가 경에게 믿음이 있는 것은, 이같은 맹약이 있기 때문이다."

하였다. 조용이 전하와 함께 초잡은 것을 공양왕에게 바치니, 공양왕이 말하기를,

"좋다."

하였다. 조용이 이때 사관(史官)을 겸직하였는데, 글을 쓰기를,

"임금이 시중(侍中)147) 에게 자기를 도와 왕으로 세운 공도 보답하지 못했는데, 도리어 해칠 마음이 이미 싹텄으니, 천명(天命)이 이미 가버리고 인심(人心)이 이미 떠났으므로, 구구(區區)한 맹약(盟約)은 믿을 수 없게 되었다."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1책 1권 36장 B면【국편영인본】 1책 19면
  • 【분류】
    인물(人物) / 왕실(王室) / 역사(歷史)

○初恭讓命召殿下及司藝趙庸曰: "予將與侍中同盟。 卿等以予言, 就傳侍中, 聽侍中言, 草盟書而來。" 且曰: "必有故事。" 對曰: "盟不足貴, 聖人之所惡。 若列國同盟, 則古有之, 君與臣同盟則無經籍故事可據。" 恭讓曰: "第草之。" 與殿下就太祖, 傳如王敎, 太祖曰: "予何言哉? 汝當以上敎起草。" 退, 草之曰: "不有卿, 予焉至此! 卿之功與德, 予敢忘諸! 皇天后土在上在旁, 世世子孫無相害也。 予所有負於卿者, 有如此盟。" 與殿下, 進草於恭讓, 恭讓曰: "可。" 時兼史官, 書曰: "上於侍中, 扶立之功未報, 反害之意已萌。 天命已去, 人心已離, 區區之盟, 不可賴也。"


  • 【태백산사고본】 1책 1권 36장 B면【국편영인본】 1책 19면
  • 【분류】
    인물(人物) / 왕실(王室) / 역사(歷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