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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종실록 62권, 숙종 44년 9월 13일 戊子 3번째기사 1718년 청 강희(康熙) 57년

빈궁의 혼례에 내린 교명문

교명문(敎命文)에 이르기를,

"왕(王)은 말하노라. 내가 생각하건대, 국가의 근본은 오직 총사(冢嗣)423) 에게 달려 있는데, 좌우(左右)에서 돕고 협력하여 왕화(王化)의 기초를 닦는 일도 또한 어진 배필에게 달려 있으니, 전책(典冊)424) 에 있는 것에서 그 뜻을 상고할 수 있다. 그래서 크게 애를 써서 이 일에 신중을 기울였다. 우리 원사(元嗣)는 총명(聰明)하고 인효(仁孝)하여 나를 대신하여 다스리며 그 정사(政事)에 힘써서 대기(大器)를 계승하려 하니, 책임이 더욱 중대하다. 내치(內治)의 도움을 어찌 하루라도 비워둘 수 있겠는가? 내가 이에 이름난 집안을 낱낱이 가려 현숙[淑哲]한 이를 얻어 우리 원사의 짝을 지어 주어 함께 우리 종사(宗事)를 돕게 할 것을 생각하였다. 아! 그대 어씨(魚氏)는 그대의 선대로부터 알려진 인물이 있어 여러 대(代)에 덕을 기르며 상서를 쌓고 복을 길렀으니, 이에 뛰어난 미녀를 두어 내가 밤낮으로 구하던 마음에 부응하였다. 완예(婉嫕)425) 하고 유순(柔順)하여 덕용(德容)이 갖추어졌으므로, 내가 특별히 마음에 두고서 간택하여 점[龜筮]을 쳐보고 경사(卿士)에게 물었더니, 모두 길(吉)하다고 하였다. 혹시라도 어김이 없기에 이에 정사(正使) 임창군(臨昌君) 이혼(李焜)과 부사(副使) 예조 판서(禮曹判書) 민진원(閔鎭遠)을 보내어, 부절(符節)을 가지고 예(禮)를 갖추어 그대를 책립(冊立)하여 왕세자빈(王世子嬪)으로 삼는다. 그대는 상복(象服)426) 에 맞도록 처신하여 부직(婦職)을 삼가며 공경으로 위를 섬기고, 은혜로 뭇 사람을 거느리고, 근면으로 뜻을 가지고, 검소로 자신을 경계할 것이며, 편안히 놀기를 즐기거나 교만하고 사치하여 의리를 해롭게 하거나 예의에 어긋남이 없도록 하라. 오직 그 지위를 어렵게 여기면 아름답지 않음이 없을 것이다. 아아! 음양(陰陽)이 화합해야 만물의 화육(化育)이 이루어지고, 내외(內外)가 바르게 되어야 모든 법도가 바르게 되니, 그대는 우리 원량(元良)을 공경히 받들어 보필하고, 나의 곤정(壼政)을 도와 엄숙히 삼가서 효성으로 섬긴 아름다움이 주(周)나라에만 있게427) 하지 않도록 하라. 내가 그대를 아름답게 여길 것이니, 그대는 또한 장차 한없는 복이 있을 것이다. 바라건대 정성스럽게 이를 생각하여 나의 훈계를 욕되게 하지 말도록 하라. 이에 교시(敎示)하니 마땅히 자세히 알아야 할 것이다."

하였다 【대제학(大提學) 송상기(宋相琦)가 짓고, 좌참찬(左參贊) 민진후(閔鎭厚)가 썼다.】


  • 【태백산사고본】 70책 62권 20장 B면【국편영인본】 41책 37면
  • 【분류】
    왕실-의식(儀式)

  • [註 423]
    총사(冢嗣) : 세자.
  • [註 424]
    전책(典冊) : 전적(典籍).
  • [註 425]
    완예(婉嫕) : 온순함.
  • [註 426]
    상복(象服) : 법복(法服).
  • [註 427]
    효성으로 섬긴 아름다움이 주(周)나라에만 있게 : 주(周)나라 문왕(文王)의 어머니 태임(太任)이 시어머니인 태강(太姜)을 효성으로 섬겼는데, 문왕의 비(妃) 태사(太姒)가 이를 본받아 왕실이 화평하니, 문왕이 내조에 힘입어 나라를 잘 다스렸다는 고사(故事).

○敎命文:

王若曰, 予惟國家之本, 唯在冡嗣, 其克相協左右, 以肇基王化, 亦惟在賢配, 典冊所在, 厥義可稽。 肆予丕庸, 致愼于玆。 粤我元嗣, 聰明仁孝, 以代予理, 廼懋厥政, 大器是承, 負荷尤重。 內治之助, 其曷可一日有曠? 予乃歷選名閥, 思得淑哲, 以配我元嗣, 以共相我宗事。 咨爾! 魚氏, 自爾先乃有聞人, 竝世載德, 儲祥敏祉, 爰有碩媛, 以應我寤寐之求。 婉嫕柔順, 德容具備, 予用特簡在心, 廼稽于龜筮, 廼詢于卿士, 咸云其吉, 罔或有違。 玆遣正使臨昌君 、副使禮曹判書閔鎭遠, 持節備禮, 冊爾爲王世子嬪。 爾其宜爾象服, 謹爾婦職, 敬以事上, 惠以御衆, 勤以持志, 儉以飭身, 毋作逸豫驕侈, 以害于義, 悖于禮。 惟艱厥位, 乃罔不休。 於戲! 陰陽和而萬化成, 內外正而百度貞。 爾式克欽承, 輔我元良, 贊我壼政, 罔俾思齊思媚, 專美有周。 惟予爾嘉, 爾亦將有無窮之福。 尙忱念玆, 毋忝予訓辭。 故玆敎示, 想宜知悉。 【大提學宋相琦撰, 左參贊閔鎭厚書。】


  • 【태백산사고본】 70책 62권 20장 B면【국편영인본】 41책 37면
  • 【분류】
    왕실-의식(儀式)