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인은 자신의 사적인 감정으로 안경수 등을 교형에 처했음을 아뢰다
평리원재판장임시서리 경무사(平理院裁判長臨時署理警務使) 이유인(李裕寅) 등의 올린 상소의 대략에,
"삼가 바라건대, 신들은 듣건대 옛말에 ‘임금이 욕을 당하면 신하는 죽어야 한다.’고 하였으며, 또 ‘난신 적자(亂臣賊子)는 사람들 누구나 죽일 수 있다.’라고 하였습니다. 춘추(春秋) 시대 이후로 역적 무리들이 어느 시대인들 없었겠습니까마는 아! 애통합니다. 우리나라에서 일어난 을미년(1895)의 변란은 천지가 열린 이후 만고(萬古)에 없었던 극도로 흉악하고 참혹한 일입니다. 우리 대한(大韓)의 신민(臣民)으로 당일에 같이 죽지 못하고 질긴 목숨이 구차히 생명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날마다 홍릉(洪陵)을 쳐다볼 때면 피눈물이 눈앞을 가리며 초목도 슬퍼하고 하늘의 태양도 빛을 잃었습니다. 신들이 울분을 참고 원통함을 품은 채 울음소리를 삼키면서 가슴을 끓이며 밤낮으로 고대한 것은 기어이 흉악한 역적을 붙잡아 머리를 자르고 간을 도려내어 함께 통곡하면서 위로는 하늘에 계시는 우리 황후의 밝은 영혼에 고하고 아래로는 전국 동포들의 망극한 슬픔을 위로하는 것이었습니다.
아! 우리 조종(祖宗)의 영령과 천지의 신명께서 크게 분노하여 날뛰던 물고기가 결국 통발 속에 들어오는 날이 있게 되었습니다. 대역부도(大逆不道)한 안경수(安駉壽)와 권형진(權瀅鎭)은 자수한다고 핑계대고 태연히 귀국하였으니 혈기가 있는 사람이라면 잠시도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불행히도 신들은 모두 잡아들이고 신문하는 직임과 사법(司法)의 임무를 맡고 있으니 절치부심하면서도 규례에 구애되어 실행하지 못하였습니다. 그런데 한 번 죄인을 심리하기 시작하자 하루를 보내는 것이 한 해 같았습니다. 지금 두 역적들이 전후로 공모한 죄상이 자수하여 공초한 데서 모두 드러났으니 실정을 이미 알아냈고 죄안도 이미 확정되었습니다. 세상 천하에 어찌 어머니를 죽인 원수를 절차를 기다려서 복수하는 일이 있겠습니까? 분통이 터져서 미처 아뢰지 못하고 마음대로 교형(絞刑)에 처하는 경솔한 행동을 하였습니다. 그러나 신들은 제 손으로 복수한다면 죽더라도 광영이라고 여겨서 외람됨을 가리지 않고 거행하였으니, 법의 처분을 받기 위해 서로 와서 대죄(待罪)합니다.
삼가 바라건대, 천지 부모와 같으신 성상께서는 신들이 격식을 위반한 것과 관련하여 속히 죄를 다스리시어 나라의 법을 바로잡으소서."
하니, 비답하기를,
"법관(法官)이 법을 위반하였으니 어찌 나라에 법이 있다고 할 수 있겠는가?"
하였다.
- 【원본】 44책 40권 46장 A면【국편영인본】 3책 159면
- 【분류】사법-탄핵(彈劾) / 사법-법제(法制) / 사법-행형(行刑)
平理院裁判長臨時署理警務使李裕寅等疏略: "伏以臣等, 聞古語曰: ‘主辱則臣死’, 又曰: ‘亂臣賊子, 人人得以誅之。’ 春秋以降, 亂逆之徒, 何代無之? 嗚呼慟哉! 至我乙未之變, 開天地通萬古所未有所未聞之窮兇絶慘。 而凡爲我韓臣民者, 不得同死於當日, 一縷頑命, 偸生不霣。 日瞻洪陵, 血淚蔽眶, 草木慘憺, 天日無光。 臣等忍憤含冤, 呑聲沸胸, 夙夜苦望, 誓竢凶賊之就捕, 斬其首、挑其肝, 一聲慟哭, 上告我聖母在天不昧之靈, 下慰我全國同胞罔極之慟矣。 猗! 我祖宗先靈、天地神明, 赫斯有怒, 迺者跳梁之魚, 竟有入扈之日。 大逆不道駉壽、瀅鎭, 藉稱自現, 偃然歸國, 凡有血氣者, 不可晷刻强忍。 不幸臣等俱縻警訊之職、司法之任, 切齒磨拳, 拘例而未之, 一自開案, 度日如年矣。 今焉兩賊之前後同謀行匈情節, 畢露於自首納供, 則情已得矣, 案已斷矣。 世上天下, 豈有殺母之讎, 而待其節次而後復讎者乎? 憤血所激, 未及經奏, 擅行絞律, 殊涉妄率。 然臣等以手復讎, 以死爲榮, 故不避猥越, 相率待罪于三尺之下。 伏乞天地父母, 亟治臣等違格之罪, 以正邦憲焉。" 批曰: "法官而違法, 烏可曰‘國有法’乎?"
- 【원본】 44책 40권 46장 A면【국편영인본】 3책 159면
- 【분류】사법-탄핵(彈劾) / 사법-법제(法制) / 사법-행형(行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