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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종실록 1권, 헌종 대왕 애책문(哀冊文)

헌종 대왕 애책문(哀冊文)

애책문(哀冊文)에 이르기를,

"세차 기유(歲次己酉) 6월 정묘 삭(丁卯朔) 초6일 임신(壬申)에 황질(皇姪) 헌종 경문 위무 명인 철효 대왕(憲宗經文緯武哲孝大王)께서 창덕궁(昌德宮)의 정침(正寢)에서 승하하시어 이해 10월 을축 삭(乙丑朔) 28일 임진(壬辰)에 경릉(景陵)으로 영천(永遷)하니, 예(禮)입니다. 찬유(菆帷)027) 를 한밤에 열고, 흠장(廞仗)028) 을 새벽에 옮겼습니다. 용공(龍輁)029) 에는 상엿줄을 잇고, 봉조(鳳旐)030) 는 술을 드날리니, 삼광(三光)031) 이 어두워서 기(氣)가 슬프고, 만백성이 외쳐 울어 소리가 들끓습니다. 진유(眞遊)는 아득하니 어느 곳이며, 선향(先鄕)은 고요하니 미치지 못합니다. 우리 주상 전하(主上殿下)께서 예(禮)는 계체(繼體)032) 를 중히 여기고, 슬픔은 척안(戚顔)033) 에 나타났습니다. 보연(黼筵)034) 이 갑자기 빈 것을 슬퍼하였고, 교궁(喬弓)035) 을 더위잡지 못한 것을 개탄하였습니다. 이에 동관(彤管)036) 에게 명하여 취민(翠珉)037) 에 싣게 하시니, 그 사(詞)는 이러합니다. 하늘이 우리 동방을 사랑하여 도타이 성인(聖人)을 내니, 자질은 높이 뛰어나고 덕은 밝고 인자함을 지니셨도다. 어린 나이에 학문을 배워, 공부가 날로 새로워졌다. 구용(九容)038) 의 예(禮)를 익혔고, 하루에 세번 문안(問安)을 갖추셨도다. 이때에 종사(宗社)는 반석(磐石)과 태산(泰山)이니, 세 임금이 한 당(堂)에서 우계(佑啓)039) 를 크게 나타내셨도다. 순종(純宗)은 할아버님이요 익종(翼宗)의 아드님이시니, 성인과 성인이 서로 이어 선왕(先王)은 손자이셨도다. 만년 동안 태평하여 은택이 널리 미칠 것을 바랐더니, 어찌하여 하늘은 생각하지 않고 도모하지 않았는고?

경인년040)갑오년041) 에 전후하여 거듭 상(喪)을 당하매 외로운 보위를 버리고 가신 것을 맡으셨도다. 수수(授受)하신 것이 정일(精一)하여 태평을 거듭하였으니, 아아! 광명한 덕을 잊을 수 있으랴? 금옥(金玉)같은 재질(材質)이요 뛰어난 풍채로다. 지극한 정치를 형용하기 어려우매 늙은이는 읊고 어린이는 노래했으니 아름다운 우리 임금은 인자하기가 요(堯)와 같으셨다. 높은 공을 이루실 때에 보필하고 조화하여 늘 삼가셨으니, 아름다운 우리 임금은 명철하기가 순(舜)과 같으셨다. 집안에서 감약하고 나라 일에 힘쓰실 때에 좌우의 모범이 되셨으니, 우리 임금께서 이로써 사이 뜸이 없는 것이 우(禹)와 같으셨다. 백성에게 신의를 나타내어 날로 성경(聖敬)하다는 명성이 높았고, 비로서 인기(人紀)를 닦아서 충량(忠良)을 등용하셨으니, 우리 임금께서 이로써 중도(中道)를 잡아 지키는 것이 탕(湯)과 같으셨다. 크게 명성이 있었으며 사람들을 명예롭고 준수한 선비가 되도록 흥작(興作)하셨으니 힘써 마지않는 우리 임금은 문왕(文王)처럼 순일(純一)하셨다. 현덕(賢德)이 있는 이와 재능이 있는 이를 임용하며 부지런하여 공을 이루고 공정하여 백성을 기쁘게 하셨으니, 힘써 마지않는 우리 임금은 무왕(武王)처럼 광명하시었다. 밝은 가르침을 스스로 끼치며 공경한 마음으로 아침 일찍부터 밤 늦도록 정사에 부지런하셨도다. 만기(萬機)에 경계하고 근신하며 천공(天工)을 대신하여 교화를 폈도다. 엄숙하게 임조(臨朝)하여 백료(百僚)가 직무에 충실하게 하셨으며, 은혜는 용서하기를 의논하는 데에 힘쓰고 정치는 농사를 권장하는 것을 앞세웠도다. 대강(大綱)을 진례(振勵)하여 뭇 공적이 다 잘 행해지게 하시며, 군사를 감독하여 사예(射藝)를 닦게 하고 유생(儒生)을 권과(勸課)하여 경서(經書)를 연구하게 하셨도다. 진전(眞殿)을 증수하여 성근(省覲)하는 뜻을 붙이고, 보감(寶鑑)을 속찬(續纂)하여 모훈(謨訓)을 공경히 이어받으셨도다. 천의(天意)가 정성을 도와 능(陵)이 길강(吉岡)에 옮겨지고, 거가(車駕)가 여러 번 거둥하고 몸소 일을 도타이 행하셨도다. 정례(情禮)가 모두 합당하고 의문(儀文)이 크게 밝아지니, 성심(聖心)이 유쾌하고 운향(雲鄕)을 즐겁게 하셨도다. 두 자전(慈殿)께서 강녕(康寧)하여 보산(寶算)을 더하시니, 잔을 올리고 존호(尊號)를 바쳐 하늘이 내린 복을 도탑게 하셨도다. 종묘에 경사를 고하고 부조(父祖)의 사당에 아름다움을 밝히시니, 정성이 절실하여 담에 보이고 효성이 높아서 바다와 같으셨도다. 서양의 사도(邪道)가 시끄러이 전염하여 어리석은 백성을 어지럽히고 속이니, 정도(正道)를 지키고 이도(異道)를 배척하여 통렬히 금단하고 다스리셨도다. 바야흐로 아침 일찍부터 밤늦도록 정사에 힘쓰시고 자손이 번성하기를 기대하였더니, 어찌하여 하늘이 재앙을 내려 갑자기 위안(威顔)을 길이 감추시게 하였는가?

아아! 슬프도다. 인자(仁者)는 수(壽)한다는 말을 증명할 수 없고 선(善)을 함께 한다는 말을 믿을 수 없도다. 위독하시어 악장(幄帳)을 뜰에 내어 치게 된 것을 애통하며, 옥궤(玉几)에 기대어 내리신 유명(遺命)을 받들었도다. 세역(繐帟)042) 을 바라보면 엄연하고 그윽하여, 마치 보좌(寶座)에 계신 듯하도다. 단폐(丹陛)에 삼열(森列)한 호위(扈衛)를 버리고, 흰 구름을 타고 멀리 오르셨도다. 밝은 빛은 겨우 새벽을 격(隔)했으나 어둡고 아득함은 천고(千古)와 같도다. 아아! 슬프도다. 길일(吉日)이 빨리 이르러 조예(彫轊)043) 를 끌려 하니, 된 서리는 싸늘히 흰 상엿줄에 엉기고 슬픈 회호리바람은 쓸쓸히 슬픈 만가(輓歌)에 섞이는도다. 예정(霓旌)044) 은 나부껴 길게 이었고, 신로(神路)는 숙연하여 깊고 멀도다. 깊은 밤이 길어서 미치지 못하지 영구한 결별을 어찌 견디겠는가? 아아! 슬프도다. 울창한 저 동릉(東陵)은 아름다운 기운이 왕성하도다. 선조(先兆)를 따라서 산기슭을 이었고, 지극한 곳을 짝하여 언덕을 같이하였으니, 향화(香火)는 침전(寢殿)에서 함께 받고 의관(衣冠)은 송추(松楸)에서 가까이 모시리로다. 상설(象設)045) 은 현수(玄襚)를 지키고 청오경(靑烏經)은 주구(珠丘)046) 에 맞으니, 유명(幽明)이 일리(一理)임을 느껴 천추(千秋)에 의귀(依歸)하시리로다. 아아! 슬프도다. 길고 짧은 것이 같지 않음은 사화(司化)047) 를 알 수 없고, 대운(大運)이 멈추지 않음은 물이 흐르듯이 날로 가니, 무엇인들 끝이 있는데 길이 남아 있을꼬? 오직 덕음(德音)이 그치지 않으리로다. 가는 영가(靈駕)는 잡을 수 없더라도, 아름다운 후사(後嗣)가 업적을 이어리로다. 완염(琬琰)048) 에 의지하여 갖추어 실으니, 우주가 다하여도 이지러지지 않으리로다. 아아! 슬프도다."

하였다. 【홍문관 제학(弘文館提學) 서기순(徐箕淳)이 지었다.】


  • 【태백산사고본】 9책 1권 3장 A면【국편영인본】 48책 539면
  • 【분류】
    왕실(王室) / 어문학-문학(文學)

  • [註 027]
    찬유(菆帷) : 빈전(賓殿).
  • [註 028]
    흠장(廞仗) : 의장(儀仗).
  • [註 029]
    용공(龍輁) : 재궁(梓宮)을 옮기는 수레.
  • [註 030]
    봉조(鳳旐) : 용공에 앞서서 가는 기.
  • [註 031]
    삼광(三光) : 해·달·별.
  • [註 032]
    계체(繼體) : 통서(統緖)를 이음.
  • [註 033]
    척안(戚顔) : 근심스러운 얼굴.
  • [註 034]
    보연(黼筵) : 임금이 앉는 자리.
  • [註 035]
    교궁(喬弓) : 임금이 남긴 활.
  • [註 036]
    동관(彤管) : 궁중의 사관(史官).
  • [註 037]
    취민(翠珉) : 푸른 미석(美石). 애책을 가리킴.
  • [註 038]
    구용(九容) : 군자가 웃 사람을 대할 때에 지켜야 할 아홉 가지 몸가짐. 발은 무겁게, 손은 공손하게, 눈은 바르게, 입은 다물고, 소리는 고요하게, 머리는 곧게, 숨은 조용하게, 낯빛은 공경하게, 앉는 것은 신위(神位) 옆에서 삼가듯이 하는 것.
  • [註 039]
    우계(佑啓) : 후세 임금을 위하여 돕고 계도함.
  • [註 040]
    경인년 : 1830 순조 30년.
  • [註 041]
    갑오년 : 1834 순조 34년.
  • [註 042]
    세역(繐帟) : 고운 올로 성기게 짠 베로 만들어 널[柩] 위에 치는 포장.
  • [註 043]
    조예(彫轊) : 아로새긴 굴대 끝. 재궁(梓宮)을 실은 수레를 뜻함.
  • [註 044]
    예정(霓旌) : 의장의 하나. 오색으로 물들인 것으로 꾸민 기.
  • [註 045]
    상설(象設) : 양마석(羊馬石).
  • [註 046]
    주구(珠丘) : 산릉(山陵).
  • [註 047]
    사화(司化) : 조화(造化)를 맡은 자.
  • [註 048]
    완염(琬琰) : 옥돌. 애책을 뜻함.

○哀冊文:

維歲次己酉六月丁卯朔初六日壬申, 皇姪憲宗經文緯武明仁哲孝大王, 昇遐于昌德宮之正寢, 是年十月乙丑朔二十八日壬辰, 永遷于景陵, 禮也。 菆帷宵啓, 廞仗曉移。 龍輁纚綍, 鳳旐揚蕤, 三光闇瞢而氣慘, 萬姓噭哭而聲沸。 眞遊邈兮何所, 仙鄕閴兮靡逮。 惟我主上殿下, 禮重繼體, 哀動戚顔。 悲黼筵之遽廓, 慨喬弓之莫攀。 爰命彤管, 俾載翠珉, 其詞曰。 天眷我東, 篤生聖人, 姿挺岐嶷, 德蘊明仁。 沖齡就傅, 睿工日新。 禮訓九容, 周寢三朝。 是時宗祊, 磐石泰喬, 三后一堂, 不顯佑啓。 純宗維祖, 翼宗維子, 聖聖相承, 先王維孫。 昇平於萬, 蘄嚮普均, 如何昊天, 弗慮弗圖? 先庚後甲, 洊罹疚茶, 煢煢扆宁, 肩玆投遺。 授受精一, 重累洽熙, 於乎! 可忘之德之光? 玉振金聲, 鳳質龍章, 至治難名, 耄詠髫謠, 烝哉我后, 其仁惟。 巍功有成, 弼諧典愼, 烝哉我后, 其哲惟。 家儉邦勤, 左準右矩, 我后以之, 無間如。 彰信躋敬, 肇紀遂良, 我后以之, 執中如。 遹駿有聲, 譽髦作人, 勉勉我后, 如之純。 官賢位能, 敏功公說, 勉勉我后, 如之烈。 哲命自貽, 小心夙夜, 兢業萬幾, 代工敷化。 齊莊臨朝, 百僚率職, 惠懋議貸, 政先勸穡。 振勵宏綱, 庶績咸亨, 董韎治射, 課衿硏經。 增修眞殿, 慕寓省覲, 續纂寶鑑, 祗承謨訓。 天意棐忱, 灤移吉岡, 鑾蹕屢戒, 敦事躬將。 情禮罄宜, 儀文丕彰, 聖心乃恔, 悅豫雲鄕。 兩慈康寧, 寶籌添屋, 稱觥進號, 秩祜斯篤。 告慶于宗, 闡徽祖禰, 誠切見墻, 孝隆準海。 洋邪豗染, 眩愚誑蚩, 衛正觝異, 痛斷鋤治。 方宵旰之憂勤, 期肸蠁之可致, 何皇穹之降割, 奄威顔之永閟。 嗚呼! 哀哉。 仁壽莫徵, 與善難諶。 痛綴衣之載設, 奉憑几之末音。 瞻繐帟兮儼邃, 宛寶座之有臨。 違丹陛之森衛, 馭白雲兮遐擧。 縱耿光之隔晨, 敻冥邈兮千古。 嗚呼! 哀哉。 靈辰兮儵屆, 雕轊兮將引, 嚴霜凄冷兮凝素紼, 悲颷蕭颯兮雜哀輓。 霓旌飄兮逶遲, 神路肅兮脩遠。 厚夜漫兮莫追, 終天訣兮何忍? 嗚呼! 哀哉。 鬱彼東陵, 佳氣氤氳。 從先兆而聯麓, 偕儷極而同原, 香火共享於寢殿, 衣冠邇陪於松楸。 象設護兮玄隧, 烏經叶兮珠邱, 感幽明之一理, 尙依歸於千秋。 嗚呼! 哀哉。 脩短不齊, 司化莫晣, 大運無停, 水流日逝, 孰有涯而永存? 唯德音之不沫, 雖往駕之罔援, 庶來芳之可述。 托琬琰而備載, 垂窮宙而無缺。 嗚呼! 哀哉。 【弘文館提學徐箕淳製。】


  • 【태백산사고본】 9책 1권 3장 A면【국편영인본】 48책 539면
  • 【분류】
    왕실(王室) / 어문학-문학(文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