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독관 서유량이 조재호를 천거하다
임금이 경현당에 나아가 소대(召對)를 행하고, 《심경(心經)》을 강하였다. 시독관 서유량(徐有良)이 말하기를,
"요즈음 전하께서 정휘량(鄭翬良)을 제배(除拜)하여 정승으로 삼으신 것은 비록 그 건극(建極)의 정치를 하기 위한 것인 줄 알겠습니다만, 주인(主人)은 바로 조재호(趙載浩)이니 마땅히 조재호를 불러 써야 한다고 여깁니다."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유신(儒臣)이 처음 연석(筵席)에 올라 말할 기회를 얻었음을 빙자해서 이와 같이 혼돈되게 말을 하는구나. 그 뜻은 옳다 하겠으나 우리 나라 사람은 하나의 당(黨)이 없어지면 하나의 당을 또 만들어 낸다. 조재호는 그 아버지의 아들로서 등용하려 하지 않는 것은 아니나 그 마음에 다른 점이 있어서 ‘반드시 세상에 당이 없어지기를 기다린 뒤에야 조정에 나오겠다.’고 한다니, 한(漢)나라 때의 노(魯)나라 두 유생238) 이라 하겠다."
하였다. 시독관 홍억(洪檍)이 말하기를,
"조정에 비록 당심(黨心)이 있다고 하나 전하께서 공정하게 듣고 동일하게 보아서 엄정하게 처분하신다면 누가 감히 당심을 두겠습니까? 마음을 수양하고 몸을 보호하는 것이 바로 곧 건극의 한 가지 일인데, 하필 조재호가 나오기를 기다린 뒤에 건극의 정치를 하겠습니까? 그리고 그 외에 또한 어찌 사람이 없겠습니까?
하매, 서유량이 말하기를,
"조재호는 실지로 현재의 제일가는 인물입니다."
하고, 승지 이익원(李翼元)은 말하기를,
"건극(建極)을 만약 지나치게 하려고 하면 도리어 건극하는 데에 지나칠 염려가 있습니다."
"이 말이 과연 옳다."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67책 98권 25장 A면【국편영인본】 44책 83면
- 【분류】왕실-경연(經筵) / 정론-간쟁(諫諍) / 인사-관리(管理)
- [註 238]한(漢)나라 때의 노(魯)나라 두 유생 : 한(漢)나라 고조(高祖) 때 사람인 숙손통(叔孫通)이 고조의 명으로 의례(儀禮)를 만들기 위하여 노(魯)나라의 여러 유생(儒生) 30여 인을 불렀으나, 그 중에 두 유생이 숙손통을 나무라며 말하기를, "공(公)이 섬긴 사람이 또한 10주(主)였으나 다 아첨하여 친귀(親貴)함을 얻었으니 내가 공이 하는 짓을 차마 할 수 없고, 공이 하는 바가 옛것에 부합되지 않으니 우리는 나갈 수 없다. 공은 우리를 더럽히지 말고 가라." 하니, 숙손통은 "참으로 더러운 선비로다. 시변(時變)을 알지 못하는구나." 한 고사임.
○上御景賢堂召對, 講《心經》。 侍讀官徐有良曰: "近者殿下拜鄭翬良爲相, 雖知其爲建極之治, 而主人則是趙載浩也, 謂宜召用載浩。" 上曰: "儒臣初登筵席, 憑藉得言之秋, 如是混淪說去, 而其志則是矣, 我國之人, 一黨亡則一黨又出。 載浩以乃父之子, 非不欲用, 而其心有異, 必待世之無黨, 然後可造朝云, 可謂漢之魯兩生。" 侍讀官洪檍曰: "朝廷雖有黨心者, 殿下公聽幷觀, 嚴正處分, 則孰敢有黨心哉? 養心保嗇, 此乃建極之一事, 何必待載浩然後爲建極之治? 而其外亦豈無人? 有良曰: "載浩實是當今第一人物矣。" 承旨李翼元曰: "建極若欲過爲, 還有過極之慮。" 上曰: "此言果是矣。"
- 【태백산사고본】 67책 98권 25장 A면【국편영인본】 44책 83면
- 【분류】왕실-경연(經筵) / 정론-간쟁(諫諍) / 인사-관리(管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