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에 존호를 가상한 뜻을 밝힌 교서
임금이 명정전(明政殿)에 나아가 교서(敎書)를 반포하고, 왕세손(王世孫)이 백관(百官)을 거느리고 진하(陳賀)하였다. 그 교서에 이르기를,
"왕은 이르노라. 큰 계책은 일을 공경하는 자손에게 공경히 이어지니 경계와 두려움이 늘 깊고, 큰 칭호는 현명(顯明)한 어버이에게 아울러 높여지니 슬픔과 기쁨이 함께 절실하다. 그러므로 구전(舊典)에 따라 크게 사방에 고한다. 공경히 생각건대, 우리 성고(聖考)께서는 4기(紀)255) 동안 크게 도모하시어 실로 우리 동방의 만세에 빛날 운수를 여셨다. 지극한 덕과 중요한 도(道)는 대개 천리(天理)를 밝히고 도의(道義)를 바루시는 공부에 근본하고, 큰 규모와 먼 계책은 한결같이 하늘을 공경하고 백성을 근심하시는 생각에서 나왔다. 제왕(帝王)의 제도(制度)와 문물(文物)을 다 행하고 후손에게 끼쳐서 길이 전하고, 성신(聖神)의 공렬(功烈)과 교화를 더욱 나타내고 남아 있는 백성을 사랑하여 옛일을 칭송하셨다. 비록 천명(天命)을 따라 너그럽고 편안하게 하는 정치를 행하셨을지라도, 또한 정치를 도와서 집을 다스리고 몸을 닦으셨다. 아! 삼전(三殿)께서는 아름다운 임금에 짝하여 참으로 순일(純一)한 덕이 바른 부도(婦道)를 이행하셨다. 아름다운 명성이 잇달아 나타나시니 모후(母后)의 교훈이 도와 주시기를 바랐고, 보령(寶齡)이 높아지시니 다행히 자전(慈殿)의 교화가 감싸 주시는 데에 의지하였다. 오직 한 해에 다섯 번 향사(享祀)하는 예(禮)를 삼가서 어버이를 공경하고 사랑하여 잊지 않는 마음을 슬프게 하였을 뿐이고, 비록 하루에 세 번 문안하는 기쁨을 받을지라도 뜻과 몸을 봉양하는 것이 오히려 부족함을 부끄럽게 여겼다. 60세가 되어 흥감(興感)하는 이때에 만분의 일이라도 뒤미처 보답하려는 마음이 더욱 간절하다. 이미 승하하셨으니 더위잡고 따른들 어찌 미치겠는가? 홀로 계신 자전께서 춘추가 높으시니 기쁨과 두려움이 더욱 깊다. 태실(太室)의 현책(顯冊)에 아름다움을 드러내어 하늘에 사무치는 아픔을 조금 펴고, 자극(慈極)의 숭호(崇號)에 아름다움을 드러내어 애일(愛日)의 정성을 조금 나타낸다. 감히 두어 자로 빛을 낸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에 유감이 없기를 그윽이 바라는 것이다. 천시(天時)가 우연히 계세(癸歲)에 부합하니 요첩(瑤牒)을 어루만지며 상심을 더하고, 방경(邦慶)이 마치 신년(申年)과 같으니 보록(寶籙)을 받들어 기쁨을 일으킨다. 문장 채색(文章彩色)이 환하여 인정과 예절에 어그러지지 않는다. 그러므로 이해 12월 26일에 숙종 대왕(肅宗大王)께 유모 영운 홍인 준덕(裕謨永運洪仁峻德)이라는 존호(尊號)를, 인경 왕후(仁敬王后)께 선목(宣穆)이라는 존호를, 인현 왕후(仁顯王后)께 숙성(淑聖)이라는 존호를, 대왕 대비(大王大妃)께 영복(永福)이라는 존호를 가상(加上)하였다. 곧 청묘(淸廟)에서 제사하고 또 대정(大庭)에서 상엿줄을 펴니, 어렴풋이 계신 듯하여 선왕을 잊지 못하는 생각을 위로할 수는 있을지라도, 아! 뒤미치지 못한다. 감히 선왕이 행하신 공렬을 잇기를 바랄 수 있겠는가? 큰 복은 종사(宗社)에서 맞이하니 천일(天日)이 빛을 더하고, 성대한 칭호는 천하에서 나타나니 뇌우(雷雨)가 은택을 고르게 한다. 아! 백성의 불안을 자기의 고통처럼 여기는 뜻을 늘 본받는데, 어찌 백성의 근심을 소홀히 여기겠는가? 너희들에게 은혜를 옮겨 내리니, 뭇 즐거움을 같이하기 바란다. 그러므로 교시(敎示)하니, 잘 알아야 한다."
하였다. 【예문 제학(藝文提學) 김상성(金尙星)이 지어 바쳤다.】
- 【태백산사고본】 57책 80권 38장 A면【국편영인본】 43책 510면
- 【분류】왕실-의식(儀式) / 어문학(語文學)
- [註 255]기(紀) : 1기(紀)는 12년임.
○丁未/上御明政殿頒敎, 王世孫率百官陳賀。 〔敎曰〕
王若曰。 宏謨祗承於翼子, 戒懼恒深, 丕號幷隆於顯親, 愴幸交切。 玆率舊典, 誕告多方。 恭惟我聖考, 四紀洪圖, 實啓吾東方, 萬世熙運。 至德要道, 蓋本乎明理, 正義之工, 弘規遠猷, 一出於敬天勤民之念。 皇王之典章畢擧, 貽後昆而永垂, 聖神之功化彌彰, 泣遺黎而追誦。 雖其基命於宥密, 抑亦協治於齊修。 猗歟! 三殿, 儷乾之休, 展也一德, 履坤之正。 徽音繼闡, 幾切陰敎之贊宣, 寶算方隆, 幸依慈化之垂庇。 惟謹歲五享之禮, 愴著存之不忘, 雖奉日三朝之歡, 愧志物之猶歉。 屬玆六十興感之日, 益切萬一追報之心。 蒼梧之雲渺綿, 攀慕何及? 寶嫠之輝晼晩, 喜懼冞深。 太室之顯冊揚徽, 少伸終天之痛, 慈極之崇號揭美, 粗表愛日之忱。 非敢謂數字有光, 竊庶幸寸心無憾。 天時偶符於癸歲, 撫瑤牒而增傷, 邦慶恰同於申年, 奉寶籙而興忭。 物采載煥, 情文罔愆。 玆於本年十二月二十六日, 加上肅宗大王尊號曰裕謨永運洪仁峻德, 仁敬王后尊號曰宣穆, 仁顯王后尊號曰淑聖, 大王大妃尊號曰永福。 纔淸廟之薦禋, 又大庭之布綍, 僾然如在, 縱慰見堯墻之思, 於乎! 莫追。 敢望纉禹服之烈? 洪休載迓於宗社, 天日增輝, 渙號肆颺於寰區, 雷雨均霈。 於戲! 常體若己恫之意, 詎忽民憂? 爰推錫爾類之恩, 庶同衆樂。 故玆敎示, 想宜知悉。 【藝文提學金尙星製進。】
- 【태백산사고본】 57책 80권 38장 A면【국편영인본】 43책 510면
- 【분류】왕실-의식(儀式) / 어문학(語文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