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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종실록55권, 숙종 40년 9월 5일 癸卯 1번째기사 1714년 청 강희(康熙) 53년

전 참봉 이한겸이 부친 고 참찬 이현석이 《사기》를 찬수한 뜻을 진달하다

전(前) 참봉(參奉) 이한겸(李漢謙)이 그 아비 고(故) 참찬(參贊) 이현석(李玄錫)이 찬(撰)한 《명사(明史)》 32책을 바치고 궐문에 나아가 소를 올려 《사기(史記)》를 찬수(纂修)한 지의(指意)와 초고(草藁)를 엮은 전말(顚末)에 대하여 대략 진달하기를,

"복수(復讎)와 토적(討賊)의 의(義)가 중대하고 존양 양이(尊王攘夷)의 법이 엄숙한데, 소율(素律)127) 이 시행됨이 없고 빈 법문을 빌려 뜻을 보였으니, 대개 성현(聖賢)이 《사기(史記)》를 엮은 뜻과 그 근고(勤苦)는 슬퍼할 만한 것이 있습니다. 신의 아비는 여러 해에 걸쳐 연구하고 생각하여 《명사(明史)》를 편찬(編撰)하였으니, 대저 그 구구한 본의는 황조(皇朝)의 유택(遺澤)이 이미 민몰(泯沒)된 것이 슬프고 오늘날 대의(大義)를 펴지 못하는 것을 마음 아프게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삼가 우리 성상(聖上)께서 지으신 융당시(隆堂詩)를 보게 되자, 성의(聖意)를 표앙(表揚)하고 신유(宸猷)를 우러러 칭송하려 했으니, 이것은 그 평일에 쌓아왔던 소박한 뜻입니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경진년128) 봄 초본(草本)이 겨우 이루어지자 선신(先臣)이 갑자기 심한 병에 걸려 여러 해 동안 병이 갈수록 더욱 깊어졌습니다. 계미년129) 에 이르러 가족들에게 울면서 말하기를, ‘명년의 간지(干支)는 다시 갑신년130) 을 잇게 되는데. 이는 실로 숭정(崇禎) 이후 1주갑(周甲)이 된다. 우러러 생각하건대 성상의 마음도 또한 이 해에 감상(感傷)이 더할 것이요, 지사(知士)의 애통함도 더욱 깊으리라. 내 비록 병이 깊으나 정신을 가다듬어 이 서적(書籍)을 정리 완성하여 오는 갑신년 3월 안에 올리게 된다면 죽어도 눈을 감을 수 있겠다.’고 하였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책상자를 열고 병을 무릅쓰고 고증(考證)하다가 산정(刪整)을 미처 마치지 못하고 흉화(凶禍)가 갑자기 닥쳐 선신의 여러 해 동안 근고(勤苦)한 뜻을 성세(聖世)에 나타낼 수가 없었습니다. 다행하게도 오늘날 성명(聖明)의 권애(眷愛)가 오히려 이를 기억하시고 남긴 서적을 거두어 선신이 평일에 쌓아왔던 뜻을 성감(聖鑑) 앞에 거의 밝게 드러내게 되었으니, 10년 동안 뜻을 품어 왔던 영혼도 또한 장차 저 구천(九泉)에서 감읍(感泣)할 것입니다."

하니, 임금이 답하기를,

"그대의 소를 살펴보고 이어서 책자(冊子)도 열람하니, 선경(先卿)의 근고(勤苦)한 공력(功力)을 볼 수 있다."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63책 55권 26장 B면【국편영인본】 40책 539면
  • 【분류】
    역사-편사(編史) / 출판-서책(書冊) / 외교-명(明)

  • [註 127]
    소율(素律) : 《춘추(春秋)》의 법문(法文).
  • [註 128]
    경진년 : 1700 숙종 26년.
  • [註 129]
    계미년 : 1703 숙종 29년.
  • [註 130]
    갑신년 : 1704 숙종 30년.

○癸卯/前參奉李漢謙, 進其父故參贊玄錫所撰《明史》三十二冊, 詣闕陳疏, 略陳纂史之指意, 屬藁之顚末曰:

大復讎重討賊, 嚴尊王黜夷之法, 而素律無施, 藉空文以見志, 槪聖賢編史之意, 勤苦可悲也。 臣父硏思積年, 編撰《明史》者, 蓋其區區素畜, 傷皇朝遺澤之旣泯, 痛今日大義之莫伸, 而及伏覩我聖上御製隆堂詩, 益感聖意之激烈, 包括(鎖)〔瑣〕 錄, 裒成《明史》一書, 庶乎表揚聖意, 仰贊宸猷, 此其平素之積志也。 不幸庚辰之春, 草本纔成, 而先臣遽罹劇疾, 綿歲沈痼。 癸未泣謂家人曰: "來歲干支, 復續涒灘, 此實崇禎後一周甲也。 仰惟睿念, 亦必增感於此歲, 而志士之痛冞深矣。 吾雖疾篤, 必欲磨礪精神, 整完此書, 趁來甲申三月前上進, 則死可瞑目矣。" 遂發箱篋, 力疾考證, 刪整未訖, 凶禍遽迫, 先臣積勤之苦志, 無以顯著於聖世矣。 何幸今日, 聖眷猶記, 收進遺書, 先臣平素之積志, 庶可仰暴於天鑑, 則十年齎志之冥魂, 亦將感泣於泉下矣。

上答以省爾疏辭, 繼覽冊子, 可見先卿用功之勤也。


  • 【태백산사고본】 63책 55권 26장 B면【국편영인본】 40책 539면
  • 【분류】
    역사-편사(編史) / 출판-서책(書冊) / 외교-명(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