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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해군일기[중초본]44권, 광해 10년 4월 25일 甲寅 9번째기사 1618년 명 만력(萬曆) 46년

어사 양우위가 조선 국왕에게 보내온 글

〈어사(御史) 양우위(楊于渭)가 조선 국왕에게 글을 보내었다.

"호산(虎山)이 버티고 서 있으니 엄히 자물쇠 잠그는 것을 잊어도 되었고, 압록강 물결이 가로막고 있으니 금성탕지(金城湯池)의 요새지라 할 만한데, 태평 세월이 오래 지속되는 동안 시기하는 일이 일어나지 않아 교대로 강토를 지키면서 백 년을 탈 없이 보내왔습니다. 그런데 어느날 갑자기 군대를 배치하면서부터 유언비어가 멀리 퍼져 격문이 번갈아 날아들었는데, 시끄럽게 떠드는 뭇사람들의 입을 다행히도 금대(琴臺)가 진정시켜 주었습니다.

저는 전하께서 태양처럼 영명(英明)하시고 하늘에 빛날 정도로 인효(仁孝)하신 것을 알고 있는데, 이번에 동아줄처럼 펼쳐 보여 주신 말씀도 규구(規矩)에 꼭맞는 것으로서 치국(治國)의 근본 법도에 입각한 것이라고 하겠습니다. 병사(兵事)를 경영하는 그 예지로운 계책은 동일한 문화권에 속해 있음을 보여 주었고, 문치(文治)를 위한 그 넓은 방략은 상고(上古)의 예악(禮樂)을 일으키기에 충분한 것이었는데, 깍듯이 제후로서의 법도를 준수하시는 그 정성은 황천(皇天)을 감동시킬 만한 것이었습니다.

이번에 국경에서 일 내기를 좋아하는 자가 무력 시위를 한 결과 나라 안이 의심하며 두려워하였습니다. 이에 국왕께서 사신을 보내온 기회에 조정에 사연을 아뢰게 되었는데, 미원(薇垣)에서는 먼 지방의 사정을 훤히 살펴 딴 마음을 품지 않고 충정(忠貞)하다는 것을 미리부터 알고 있었고, 직지사자(直指使者)는 조선의 실정에 밝아 공경하고 두려워하는 마음으로 삼재(三才)의 자세를 견지하고 있음을 일찍부터 듣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엉뚱한 소문으로 인한 의혹이 단번에 해소되고 쇠도 녹일 만한 참소가 곧바로 종식되었는데, 보살펴 주시는 마음으로 멀리 많은 예물까지 보내 주실 줄이야 어찌 생각이나 했겠습니까. 공경하는 마음으로 감사히 받으면서도 멀리 보내 주신 뜻을 저버릴까 두렵기만 합니다. 삼가 원컨대 맑은 마음과 신중한 덕으로 치세(治世)를 이루시고 나라를 보전하십시오. 그리하여 팔방이 그 신령스러운 덕을 본받음으로써 다함이 없는 안식을 얻게 하시고, 만년토록 공손히 따름으로써 대업(大業)을 영원히 공고하게 하시기 바랍니다."〉


  • 【태백산사고본】 44책 44권 98장 A면【국편영인본】 29책 479면
  • 【분류】
    외교-명(明) / 어문학-문학(文學) / 왕실-국왕(國王) / 왕실-사급(賜給)

    (楊御史 于渭啓: "虎山雄峙, 人忘鎖鑰之嚴, 鴨綠波澄地界, 金湯之險, 昇平日久, 猜忌不生, 封疆遞守, 百年無故, 陳兵一朝, 訛言遠播, 致羽檄之交馳, 衆口繁囂, 幸琴臺之鎭定。 不佞知殿下英明竝日仁孝光天, 如綸如綍以敷言, 中矩中規而建極, 睿謀經武, 同萬里之車書, 弘略緯文興千年之禮樂, 恪遵俠度, 誠格皇天。 玆以境上之喜事, 觀兵致勤, 國中之疑跼蹐, 乘爾貢使, 引控上臺, 微垣朗鑑遐方逆知忠貞不貳, 直指燃犀域, 夙聞寅畏維三, 是以投抒之疑, 頓消鑠金之口旋息, 豈謂鍾念遙及多儀? 敬爾拜嘉恐辜遠意。 伏願淸心愼德, 制治保邦, 八表效靈荷鴻, 庥於不匱, 萬年恭順, 鞏駿業於無疆。")


    • 【태백산사고본】 44책 44권 98장 A면【국편영인본】 29책 479면
    • 【분류】
      외교-명(明) / 어문학-문학(文學) / 왕실-국왕(國王) / 왕실-사급(賜給)