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의정 이덕형이 과관 서관란이 양 경리를 비방하는 4가지 일을 아뢰다
우의정 이덕형이 아뢰었다.
"경리가 개성에 들어가자 성 안의 남녀 백성들이 가마 앞에서 호소하며 떠나지 말기를 청하니, 경리가 눈물을 머금고 안타까운 기색으로 답하기를, ‘나 대신 오는 자가 나보다 훌륭하여 기필코 적을 무찌를 테니 그대들은 마음을 놓으라.’ 하였습니다.
경리가 신을 불러 통보(通報)를 내보이므로 신이 보니, 6월 28일에 도착한 것으로 죄과를 조사하기 위하여 차임되어 온 과관(科官) 서관란(徐觀瀾)이 4가지의 일을 진술하여 올린 내용이었습니다. 그 내용을 보면 첫 번째로 ‘양호가 처음 조선에 당도하였을 때 성세(聲勢)가 대단했으므로 국왕은 그가 포학하게 굴지나 않을까 걱정하여 인수(印綏)를 바쳤는데, 그때서야 양호가 잘못을 뉘우치고 맞이하여 접대하였으므로 국왕이 비로소 안심하였다.’ 하였고, 두 번째로 ‘도산(島山)의 싸움에서 전사한 자가 수만이 넘었으니 마땅히 위령제를 올려야 된다.’ 하였고, 세 번째로 ‘남과 북에 떨어져 있는 군사들의 마음을 화합하게 해야 된다.’ 하였고, 네 번째로 ‘당보(塘報)는 거짓이 없도록 해야 된다.’ 하였으며, 그 가운데에는 ‘전에는 안으로는 철주(掣肘)120) 하는 각신(閣臣)이 있었고, 밖으로는 발호(跋扈)하는 경리가 있었다.’는 내용도 있었습니다. 이는 대군을 움직여 고생하게 하고 돈과 군량을 허비한 잘못을 전적으로 이 사람 등에게 뒤집어 씌우는 내용이었습니다.
경리가 한숨을 쉬면서 말하기를 ‘이는 한 번의 웃음거리도 못 된다. 만 중승(萬中丞)이 오면 어느 정도 사람들의 마음에 든든할 것이다. 그는 일을 처리하는 재능도 있고 성품도 엄하여 반드시 적을 무찌르고야 말 것이다. 다만 조선 사람들이 쉴새없이 분주해야 할 일이 걱정된다.’고 하였습니다."
- 【태백산사고본】 65책 102권 24장 A면【국편영인본】 23책 469면
- 【분류】외교-명(明)
- [註 120]철주(掣肘) : 간섭함.
○右議政李德馨啓曰: "經理入開城, 城中男女, 訴于轎前請留, 經理含淚有不忍之色, 答說: ‘代我來者勝我, 必能殺賊, 爾等放心。’ 經理招臣, 示以通報, 乃六月二十八日來者, 而見差査罪科官徐觀瀾上本條陳四件事。 其一說, 稱楊鎬初到朝鮮, 聲勢炫爀, 國王恐虐, 呈上印緩, 鎬乃悔過引接, 王心乃安; 其二說, 稱恤島山陣亡者, 不下數萬, 當設祭致慰; 其三說, 稱調和南北軍心; 其四說, 稱塘報宜實。 其中說, 前者內有掣肘閣臣, 外有跋扈經理云。 蓋以勞師動衆,糜費錢糧, 專歸罪於此等人也。 經理嗟吁曰: ‘此不滿一笑。 萬中丞差來, 差强人意。 此人有幹才, 性又嚴急, 必以殺賊。 但恐朝鮮人奔走不暇耳。’"
- 【태백산사고본】 65책 102권 24장 A면【국편영인본】 23책 469면
- 【분류】외교-명(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