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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조실록99권, 선조 31년 4월 26일 庚辰 2번째기사 1598년 명 만력(萬曆) 26년

우의정 이덕형이 연소함을 이유로 사직을 청하다

우의정 이덕형(李德馨) 【젊은 시절 재화(才華)로 이름을 날리기도 하였으나 임진 왜란을 당하여 서쪽으로 파천했을 때 군소배(群少輩)들과 어울려 예절을 상실하였고, 또 유성룡(柳成龍)과 함께 일하였는데 모든 일들이 보탬은 없고 해만 있었다. 일찍이 중국 장수의 접반관으로 있으면서 통진(通津) 쌀 1백 석을 어디에다 쓰는 양 통첩을 하고 통진으로 달려가 관가가 비어있는 시기를 이용하여 쌀 1백 석을 자기의 고을 농사(農舍)로 보냈었는데, 아전들이 붙들고 울면서 뒤에 오는 수령은 무엇을 먹을 것이냐고 호소하였으나 들은 체도 아니하고 공공연히 싣고 갔다. 】 상소하기를,

"복상(卜相)의 명령이 있자 잘못된 은총이 신의 몸에까지 미쳤습니다. 신은 그 제목(除目)을 보고부터 놀라움과 두려움으로 날이 갈수록 마음이 안정되지 않고 있습니다. 생각하건대, 신이 약년(弱年)에 벼슬길에 올라 너무 빠르게 숭반(崇班)에까지 올랐는데, 제 자신을 돌아볼 때 일생을 통하여 한낱 불행한 사람이 되고 있었습니다. 분에 넘치는 일이 있게 되면 반드시 전복이 뒤따르는 것인데, 오늘에 와서 이러한 대배(大拜)를 받아 국가의 체면을 손상시키고 재앙과 허물을 더 보태어 이처럼 낭패가 될 줄이야 어찌 생각이나 했겠습니까. 신의 마음만 두렵고 불안한 것이 아니라 모든 듣고 보는 자들도 신을 위해 걱정하지 않는 이가 없으니 중정(衆情)도 반드시 함께 놀라고 공의(公議) 또한 끝내 그냥 두지 않을 것이므로, 쭈그리고 엎드려 명을 거두시기를 기다렸으나 달리 들리는 바 없다가 어제 엄교(嚴敎)를 받은 결과, 경리를 접응하는 일이 시급하니 빨리 출사(出仕)하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이에 신은 황공하고 떨려 어찌할 바를 모르겠습니다.

옛날 인재들이 배출되어 일찍 성취된 이들이 많았을 때도 40세가 되어서야 사진(仕進)하였고, 한(漢)나라 때의 효렴(孝廉) 천거에서도 그 나이로 한정하였으니, 이는 나이가 많아야 경력이 많고 경력이 많아야지만 일을 당했을 때 막힘이 없기 때문입니다. 이미 덕(德)이 없는 데다가 나이마저 못 미치면 설사 그에게 관정(官政)을 맡긴다 하여도 명기(名器)는 이미 수모를 당한 것이요 조정(朝廷)은 이미 가벼워지고 만 것입니다. 하물며 재상직을 일반 관원처럼 섣불리 명할 수 있겠습니까. 신은 금년 겨우 38세로서 자신을 돌아볼 때 한 가지도 남보다 나은 것이 없는데, 기년(耆年)·구재(舊宰)를 젖혀두고 앉지 않아야 할 자리에 뛰어오른다면 남들이 틀림없이 불만족스럽게 여길 것이며, 신 역시 무슨 마음으로 백료(百僚) 위에 낯을 들고 편안히 앉아 있을 수 있겠습니까. 엎드려 바라건대, 천지 부모(天地父母)시여! 신의 충정이 의례적으로 사양하는 것과는 다르다는 것을 살피시고 새로 제수하신 직명을 빨리 거두어 끝까지 신의 몸이 보전될 수 있도록 굽어살펴 주시면 후일에 아무리 어려운 일이 있더라도 신은 죽음을 무릅쓰고 충성을 다하여 성은에 보답하겠습니다."

하니, 답하기를,

"경이 합당하기에 한 것이니 사양말라. 다만 아문에 들리는 말들이 많으니 되도록 빨리 출사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이는 나라 일에 있어 매우 중요한 것이다."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63책 99권 30장 B면【국편영인본】 23책 422면
  • 【분류】
    정론-정론(政論) / 인사-임면(任免) / 군사-병참(兵站) / 외교-명(明) / 사법-탄핵(彈劾)

    ○右議政李德馨 【少以才華著名, 然當壬辰西遷之時, 逢迎群小, 喪其禮節, 又與柳成龍同事, 凡所施措, 無益而有害。 嘗爲唐將接伴, 以通津米百石, 用樣出帖, 馳到通津, 空官時出米百石, 送其縣農舍。 下吏等泣訴曰: "後倅將何食?" 不聽而公然輸去。】 上疏曰:

    有卜相之命, 謬恩及身。 自見除目以來, 且驚且怪, 且悶且懼, 久益靡定。 竊念臣弱年筮仕, 驟致崇班, 自顧平生, 爲一介不幸人。 涯分踰溢, 必速顚覆。 豈料今日, 忝辱大拜, 虧損國體, 增益災咎, 若是其狼狽哉? 不但臣內悸不寧, 凡在聞問, 莫不爲臣憂, 其必衆情同駭, 公議終不舍矣。 蹙伏以待, 尙未有聞, 昨承嚴敎, 以經理接應方急, 着(臣)速出仕。 臣於是惶恐隕越, 不知所處。 古之時, 人才興起, 而夙成者多矣, 猶且四十强仕, 至擧孝廉也, 亦以此爲限, 蓋年强然後經歷多, 經歷多然後遇事不窘。 旣無其德, 年又不逮, 則使之服官政, 而名器已羞矣, 朝廷旣輕矣。 矧可以相職, 苟命如備官乎? 今臣年僅三十有八, 而環顧于身, 無一狀過人者, 先耆年、舊宰而超進匪據, 人之視之必歉然, 臣亦何心, 能强顔於百僚之上而自安乎? 伏望天地父母! (隣)〔憐〕 臣之至情, 其異乎例讓, 亟改新授職名, 曲全始終, 則他日赴湯蹈火, 皆臣効死報恩之地矣。

    答曰: "卿可合, 勿辭。 但衙門多有所聞之事, 從速出仕爲當。 此係國事甚緊。"


    • 【태백산사고본】 63책 99권 30장 B면【국편영인본】 23책 422면
    • 【분류】
      정론-정론(政論) / 인사-임면(任免) / 군사-병참(兵站) / 외교-명(明) / 사법-탄핵(彈劾)