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변사에서 왜적을 이간하는 문제를 아뢰다
비변사가 비밀히 아뢰기를,
"지금 경상도의 전 감사 한효순(韓孝純)의 장계와 평의지(平義智)·평조신(平調信) 두 적이 화친을 청한 편지는 군기(軍機)에 관계되어 처치하는 일을 극진히 하지 않을 수 없으므로, 그에 회답할 사연을 비변사에서 대강 기초하여 보내라 하였는데, 다음과 같이 하였습니다.
경은 다시 참고하여 왕래하는 사람이 적의 진영에 돌아가 보고하는 것을 인해서 행간(行間)의 계획을 하도록 하라. 다만 이 일은 지극히 신중하고 비밀히 하여 적으로 하여금 그 행간의 뜻을 알지 못하게 하라. 7월 26일 사이에 승장(僧將) 유정(惟政)이 가등청정(加藤淸正)의 진영에 들어갔다고 들었는데 아직까지 돌아왔다는 기별을 듣지 못했으니 지극히 염려스럽다. 경이 탐문하여 만약 유정이 무사히 돌아왔고 청정의 뜻을 틈탈 수 있다면 먼저 이겸수(李謙受)를 들어가게 하여 청정의 부하에게 몰래 「내가 양국(兩國)의 화친을 성립시키려고 왕래한 것이 한두 번이 아니다. 다만 소서행장(小西行長)이 청정과 뜻을 달리하여 항상 다른 왜인의 귀에 새어들어갈까봐 신중(愼重)을 기하였으나 지금 뜻하지 않게 평행장은 벌써 왕래한 일을 알고 경상 감사에게 편지를 보냈는데 사연이 매우 많았다. 그 대강의 뜻은, 청정이 왕자(王子)를 해치려 하자 행장이 관백(關白)에게 극력 간청하여 돌려보냈는데 어찌하여 우리와 화친을 의논하지 않고 청정과 약속하였는가 하는 것이었다. 또 우리 나라 사람에게 청정은 악인(惡人)이라 대중이 배반하고 친한 사람도 떨어져나가 독부(獨夫)가 되어 우리를 원수처럼 여기는데 조선이 알지 못하고 이 사람과 더불어 일을 도모한다고 하니, 그 말이 놀랍다. 왕래하는 일을 우리 나라 사람은 말한 적이 없으니 반드시 이곳 왜인들이 전파하여 행장의 귀에 들어가게 한 것이다. 지금 들어오고 싶지 않았지만 이 일은 서로 보고해야 하므로 전적으로 와서 말하는 것이다. 이제부터는 기밀에 관한 일은 절대로 의지 등이 알게 해서는 안 된다. 그렇지 않으면 대사(大事)를 이룰 수 없을 뿐 아니라 의외의 변이 있을 것이다. 」라고 말하게 하라. 이처럼 말해서 적장이 그 편지를 보자고 하거든 「그 편지는 고 총병(高總兵)의 병영에 있으니, 내가 만약 나간다면 총병에게 고하여 가져오겠다. 다만 주어 보낼지의 여부는 알 수 없다. 」라고 답하게 하라. 청정이 간청하며 보자고 하면 의지의 편지를 열 겹으로 단단히 봉하여 겸수의 옷깃 속에 넣어 가지고 가서 보이고, 돌아올 때 가져가겠다고 청하게 하거나 그렇지 않으면 태워 없애라고 하여 청정의 의향이 어떤지 살피도록 하라. 만약 청정이 이 말을 듣고도 그다지 대수롭지 않게 여겨서 사기(事機)가 행해지지 않을 것 같으면 답서(答書)를 평의지에게 보내어 그의 답을 보게 하라. 또 중국은 본래 일본이 강화하는 것을 허락하여 중국 사신이 곧 나오기로 되어 있다. 그런데 왜인이 청정의 진영에서 밀서(密書)를 가지고 유 총병(劉總兵)의 진영에 왕래가 연달았고 총병 또한 밀서를 왕래하였다. 이로부터 중국 사람은 모두 ‘행장 등이 실로 강화하려는 뜻이 없으므로 봉작과 조공을 허락받더라도 퇴병할 뜻이 전혀 없다고 여긴다. 이 때문에 심 유격(沈遊擊)이 즉시 돌아오지 않고 조만간에 중국군이 청정과 결탁하여 평행장을 함께 치려 한다.’고 할 것이며, 또 송창세(宋昌世)의 편지에 답한 글에도 이 뜻으로 말하게 하라. 그리고 중원(中原)의 군사가 연속해서 이르러 왕경(王京)과 충청도에 가득 찼고 근일에는 또 중원의 수군(水軍)이 거제(巨濟) 등지에서 수로(水路)를 살피니 오래지 않아 수군·육군이 대거(大擧)하여 나올 것이다. 목 병위(木兵衛)가 이미 귀순(歸順)할 뜻이 있다면 일찍 결단해야지 지체함으로써 후회를 초래해서는 안 된다고 하라.
평양(平壤)의 싸움에서 패한 뒤에 왜적은 분한 김에 도성의 백성을 다 죽이고서 물러갔는데 이제 또한 이런 일이 필시 있을 것이니, 동래(東萊)·부산(釜山)·김해(金海)·웅천(熊川)의 백성들도 장차 살육의 환난에 걸릴 것이다. 그러니 미리 알려 주어 각자 살길을 도모할 것으로 몰래 전파하여 각 진영의 왜인과 잡혀간 우리 나라 사람들이 모두 듣고 서로서로 전하여 양적(兩賊)이 서로 의심하게 하면 필시 저희들끼리 서로 도모하는 변란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이간하는 일은 왕래하는 우리 나라 사람이라도 그것이 이간이란 것을 알게 해서는 안 되니 사실인 것처럼 말하여야 듣는 자도 사실로 알아듣고 전파할 것이다. 그런 연후에야 기회(機會)에 도움이 있을 것이다. 이런 일은 경이 자세하게 살펴서 기회가 있을 때 활법(活法)을 써야 한다. 천리 먼 곳에서 지휘하는 일이라 만약 사기와 합치되지 않을 것 같으면 꼭 구애받을 필요가 없으니, 오직 편의에 따라 처리하도록 하라. 이 외에 지수(指授)하기가 곤란한 것도 또한 많으니 모두 십분 편의에 따라 처리하라. 무릇 적의 사정은 일일이 치계하되, 출입하고 왕래하는 사람들도 그들의 성위(誠僞)·공졸(工拙)을 잘 살펴서 일을 그르치지 말게 하라.
이상과 같은 내용으로 ‘경상도 순찰사 홍이상(洪履祥)과 도원수에게 하서 하소서."
하니, 상이 따랐다.
- 【태백산사고본】 32책 55권 9장 A면【국편영인본】 22책 342면
- 【분류】군사-통신(通信) / 외교-왜(倭)
○備邊司秘密啓曰: "‘今觀慶尙道前監司韓孝純狀啓, 及所上平義智、平調信兩賊請和之書, 係關軍機, 處置不容不盡, 故其回答辭緣, 令備邊司, 大槪起草以送。’ ‘卿其更爲參商, 因往來人, 還報賊營, 以爲行間之計可也, 但此事, 所當極致愼密, 不可使賊知其行間之意。 七月二十六日間, 聞僧將(惟正)〔惟政〕 , 入于淸正營中云, 而至今未聞還出之奇, 亦極可慮。 卿其探問, 若(惟正)〔惟政〕 無事回還, 而淸正之意, 有可乘之隙, 則先令李謙受入去, 密語淸正部下曰: 「吾欲成兩國之和, 往來非一二。 但聞行長與淸正異意, 常恐漏泄於他倭之耳, 十分謹愼。 今者不意, 平行長已知往來之事, 上書慶尙監司, 其說甚多。 大槪以爲: 『淸正欲加害王子, 行長力請於關白而還送, 何故不爲議和於我等, 而與淸正相約乎?』 又謂我國之人曰: 『淸正惡人, 衆叛親離, 乃一獨夫, 視我輩如仇讎。 朝鮮不知, 而與此人。』 云云, 其說甚可駭。 往來事, 我國人則未嘗發言, 必此處倭人傳布, 使落於行長之耳。 今亦不欲入來, 而但此事, 所當相報, 故委來言之。 今後機密事, 千萬勿使義智等知之。 不然非徒大事不成, 將有意外之變也。」 如此言之, 而賊將欲見其書, 則答以 ‘其書在高揔兵營中。 我若出去, 當告于總兵持來, 第未知給送與否也。」 淸正因爲懇請見之, 則義智本書, 十襲堅封, 置於謙受衣領中, 往示之, 因請還爲持來, 不然則使之燒毁, 以觀淸正意向如何可也。 若淸正聞此言, 不甚泛聽, 事機不行, 則以答書投平義智, 以觀其答, 而又以皇朝本許日本納款, 天使出來有日, 而倭人, 自淸正營中往來, 密書於劉總兵營中相屬, 總兵亦以密書往來。 自是天朝之人, 皆以爲: 「行長等, 實無求款之意, 封貢雖見許, 萬無退兵之意。 以此沈遊擊, 不卽回來, 早晩天兵, 欲與淸正相結, 共擊平行長。」 云云, 而又答宋昌世書中, 其辭亦以此意爲言。 且云中原之兵, 連續來到, 充滿於 王京及忠淸道, 近日又中原舟師, 探審水路於巨濟等處, 不久將有水陸大擧之事。 木兵衛, 旣有投順之意, 似當早決, 不可遷延, 以致後悔。 平壤戰敗之後, 倭賊乘忿, 盡殺都城之民, 然後乃去。 今亦必有此事。 東萊、釜山、金海、熊川之民, 亦將更罹殺戮之禍, 預爲告諭, 使之各自圖生事, 密地傳布, 使各營倭人及我國被擄人, 無不聞知, 傳相告語, 使兩賊自相疑貳, 則必有自中相圖之變。 然(其)此等行間之事, 雖我國往來之人, 亦不可知其行間之意, 當以實言而語之, 聽者亦以實言而傳之, 然後可以有益於機會。 此等事, 卿其十分詳審, 臨機之際, 當用活法。 千里指揮之事, 若不與事機相値, 則亦不必拘礙, (猶)〔惟〕 在便宜處置。 此外難於盡爲指授者亦多, 幷十分周便處之。 凡賊情一一馳啓, 而出入往來人, 亦審其誠僞、工拙’, 使之毋令敗事之意, 下書于慶尙道巡察使洪履祥及都元帥處。" 上從之。
- 【태백산사고본】 32책 55권 9장 A면【국편영인본】 22책 342면
- 【분류】군사-통신(通信) / 외교-왜(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