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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종실록 94권, 중종 36년 2월 15일 壬申 1번째기사 1541년 명 가정(嘉靖) 20년

지평 권철이 평안도 백성의 곤궁과 보병의 번가에 대해 아뢰다

조강에 나아갔다. 지평 권철(權轍)이 아뢰기를,

"평안도는 바로 중국 사신이 경유하는 곳이며 북경에 가는 사신의 왕래가 끊이지 않아 백성들의 고생이 다른 도보다 배나 심합니다. 모름지기 어진 수령을 골라 맡기고 공물(貢物)을 덜어준 다음에야 백성들이 다소 생활을 회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자성(慈城)을 다시 설치하자는 뜻은 훌륭합니다. 조종의 강토를 버려선 안 되며 지금 시기를 놓치고 도모하지 않으면 반드시 훗날의 걱정거리가 됩니다. 정부의 논의가 이미 결정되었으니 함부로 의논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백성들의 곤궁이 극심하니 변방의 일을 벌릴 시기가 아닙니다. 신의 생각으로는, 호오(好惡)는 공평하게 하고 조정을 진정시키고 백성들을 어루만져 안정시킨다면 백성들은 편안해지고 변방은 저절로 안정될 것이라 봅니다. 참으로 검소한 덕을 숭상하고 헛된 비용을 절약하여 국가에 비축이 많아진다면 만세토록 우려할 일이 없을 것입니다."

하니, 상이 이르기를,

"변방의 일을 잊어버려서는 안 된다. 백성들이 곤궁하지 않은 다음에야 변경을 지킬 수가 있다. 그렇지 않을 경우 비록 새로이 자성을 설치하더라도 또한 지키기가 어려울 것이니 도리어 무슨 도움이 되겠는가? 입거(入居)시키는 일은 급히 서둘러서는 안 된다. 지금 미리 입거할 사람을 고를 경우 사방이 먼저 동요될 것이다. 백성들이 지금 곤란을 겪고 있으니 입거하는 문제로 소동을 일으켜서는 안 된다."

하였다. 이 아뢰기를,

"지금 백성들이 소동을 일으킨다면 나라의 근본이 필시 허(虛)해질 것입니다."

하고, 동지사(同知事) 양연(梁淵)은 아뢰기를,

"보병(步兵)의 번가(番價)030) 를 함부로 징수하는 폐단은 역사(役事)하는 곳과 관원과 근수(跟隨)에게 물어서 분정(分定)하는 데서 기인합니다. 번가를 받아서 분급(分給)하는 관아가 없기 때문에 스스로 분정된 곳에 바칩니다. 따라서 색리(色吏)·사령(使令)·구사(丘史) 등이 함부로 징수하여 제 몫으로 쓰는데 관원들은 이러한 것을 알아도 금지하지 않기 때문에 그 폐단이 이러합니다. 따로 이를 맡을 관청을 설치하거나 또는 사섬시(司贍寺)의 제조(提調)에게 맡겨 그 일을 전담하게 하여 군사(軍士)가 초번(初番)을 들거나 선상(選上)031) 이 올라올 때 각 고을에서 일체 관인을 찍어 올려 보내게 하고 만약 외람되이 거두는 자가 있을 경우에는 적발하여 치죄한다면 함부로 징수하는 폐단은 없어질 것입니다." 【이미 법령을 세워놓고 사섬시로 하여금 받아들이게 하였으나 선상들이 하인들의 작폐가 달라진 게 없다 하였고 때맞추어 봉납할 수가 없어 더욱 괴롭게 여겼다. 법을 봉행하는 자가 적합한 사람이 아니면 법을 매일 변경하여도 폐단이 날로 생길 것이니 양연의 말이 어찌 말단의 것이 아니겠는가?】

하니, 상이 이르기를,

"일시적으로 담당 관청을 설치했다가 다시 없애는 것도 부당하다. 비록 담당 관청을 만들지 않아도 유사(有司)가 힘써 처리한다면 될 것이다. 만약 그래도 봉행하지 않는다면 법사(法司)가 규찰하는 것도 괜찮다."

하였는데, 영사(領事) 홍언필(洪彦弼)이 아뢰었다.

"사섬시(司贍寺)에 봉납하게 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특별히 담당 관청을 두고 창고를 설치하여 부지런하고 검소한 재상을 골라 제조(提調)를 맡긴다면 반드시 힘써 봉행할 것입니다."

사신은 논한다. 보병들이 지나친 가포(價布)032) 때문에 곤란을 겪는 것은 모두가 공사(公私)의 토목 공사에서 빚어지는 부역과 염치의 도가 상실된 가운데서 기인한다. 근원을 밝게 하고 근본을 바르게 할 방법에는 힘쓰지 않고 말단적인 일만 따져 가포(價布)를 조절하여 관에서 받아들여 분급(分給)하는 것으로 상책을 삼으니 탄식할 일이다.


  • 【태백산사고본】 48책 94권 57장 A면【국편영인본】 18책 442면
  • 【분류】
    사법-탄핵(彈劾) / 역사-사학(史學) / 왕실-경연(經筵) / 구휼(救恤) / 재정-공물(貢物) / 행정-지방행정(地方行政) / 군사-군정(軍政) / 군사-관방(關防) / 군사-군역(軍役) / 호구-이동(移動)

  • [註 030]
    번가(番價) : 지방에서 교대로 서울에 와서 역(役)에 복무하는 군병(軍兵)이 도망갔거나, 기타의 사고가 생겼을 때 다른 사람으로 대신케 한다. 이 경우에는 대신한 사람에게 품값을 지급하는데, 이것을 번가라고 이른다.
  • [註 031]
    선상(選上) : 지방의 노비를 골라 서울의 관아에 올리는 것. 여기서는 거기에 해당된 사람들을 말함.
  • [註 032]
    가포(價布) : 정해진 부역을 치러야 할 사람이 부역에 나가지 않는 대신 그 부역의 댓가로 바치는 포목.

○壬申/御朝講。 持平權轍曰: "平安道, 乃華使所經, 而赴京使臣, 連絡不絶, 百姓困苦, 比他道倍甚。 須擇賢守令, 蠲減貢物, 然後民得少蘇矣。 且慈城復立之意, 美矣。 祖宗疆土, 不可棄也, 而失今不圖, 必爲後患。 廟算已定, 不可妄議, 然百姓困極, 非有事於邊方之秋也。 臣意以爲, 公好惡, 鎭定朝廷, 撫安百姓, 則百姓安, 而邊境自安矣。 苟能尙儉德, 節浮費, 國家多儲, 則萬世無可虞之事矣。" 上曰: "邊事不可忘也, 百姓不困, 然後邊境可守也。 不然, 雖復立慈城, 亦難守矣。 顧何益哉? 入居固不可急遽爲之, 今若預抄, 則四方先動矣。 百姓今方困悴, 不可以入居之事騷動也。" 曰: "今若騷動, 則邦本必虛矣。" 同知事梁淵曰: "步兵番價濫徵之弊, 由於役處及官員(根)〔跟〕 隨, 伺候分定故也。 無奉給之官, 故自納於分定之處, 色吏、使令、丘史等, 濫徵自用, 或官員雖知而不禁, 故其弊如此。 或別設局, 或於司贍寺, 委之提調, 使專掌其事, 當軍士初番及選上上來時, 令各官一切踏印上送, 而奉之, 如有猥濫自奉者, 摘發治罪, 則無濫徵之弊。" 【旣立法令, 司贍寺奉之, 選上等以爲, 下人之作弊無異, 而不能趁時奉納, 尤甚苦之。 奉行者無其人, 則法日變, 而弊日生。 淵之言, 豈非末也?】 上曰: "一時設局而還罷不當。 雖不設局, 有司勉力爲之, 則可矣, 若不奉行, 則法司糾察, 亦可也。" 領事洪彦弼曰: "於司贍寺奉之, 不可也。 各別設局置庫, 而擇勤(檢)〔儉〕 宰相, 委以提調, 則必用力而行之。"

【史臣曰: "步兵之見困於價布之濫, 皆出於公私土木之役, 廉恥道喪之中爾。 不務淸源正本之道, 而規規於末流, 乃以節定價布, 官納分許爲上策, 可歎也已!"】


  • 【태백산사고본】 48책 94권 57장 A면【국편영인본】 18책 442면
  • 【분류】
    사법-탄핵(彈劾) / 역사-사학(史學) / 왕실-경연(經筵) / 구휼(救恤) / 재정-공물(貢物) / 행정-지방행정(地方行政) / 군사-군정(軍政) / 군사-관방(關防) / 군사-군역(軍役) / 호구-이동(移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