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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조실록 1권, 총서 16번째기사

세조의 꿈에 노인이 나타나 경계하고 격려하다

계해년033) 6월 21일에 세조(世祖)의 꿈에 노인이 나타나 말하기를,

"인생의 고락(苦樂)이 자기로 말미암아 오지 않는 것이 없으니, 어진 자는 그 업(業)을 탐하여 기(氣)가 저상(沮喪)하고, 어리석은 자는 그 물욕을 한껏 부리다가 몸을 망치는데, 이는 함께 그 괴로움[苦]에 돌아가고 만다. 그러므로 지인(至人)은 그 업을 탐하면서도 기(氣)를 조절하고, 작은 욕심을 버리고 큰 욕심을 이루게 한다. 그대는 혹시 이 지인(至人)에 대하여 부끄러움이 있지는 않는가? 한 잔의 물을 떠낸다 하여도 강하(江河)에는 손실이 없으며, 뜬구름이 잠시 가리운다 하여 태양에 무슨 휴손(虧損)이 되겠는가마는, 태산(泰山)의 그 큰 것도 한 미세(微細)한 티끌의 모임이요, 성인(聖人)의 덕도 작은 선(善)을 쌓고 쌓아 이룬 것이니, 그대는 힘쓰기 바란다."

하였다. 세조가 놀라 깨어 보니 솔바람이 불고 창 틈으로 별이 보이는데, 수종(隋從)하는 사람들은 모두 잠들어 있었다. 이에 시(詩)를 지으니, 그 시는 이러하였다.

‘한 밤에 솔바람 소리 듣고

뚫린 창 너머로 별을 헤아려 본다.

탄식한다, 나의 노둔한 재질을.

학업에 진력한들 어이 능히 이루랴?

한없는 고요 속에서 박명(薄命)을 알지만

그 누가 이 심정을 위로해 주리.

나는 생각한다, 그 옛날의 사람들을.

행하신 바가 성실 않음이 없네.

성실은 도(道)를 행하는 방법

옛것을 익혀서 더욱 정진(精進)하리라.

큰 근본이 잘 정해져야

온갖 인재들이 많은 영화를 누리리라.’


  • 【태백산사고본】 1책 1권 4장 A면【국편영인본】 7책 56면
  • 【분류】
    왕실-국왕(國王) / 인물(人物) / 어문학-문학(文學)

○癸亥六月, 二十一日世祖夢有老人言: "人生苦樂, 莫不由己, 賢者貪其業而氣喪, 愚者縱其欲而身亡, 同歸於苦耳。 故至人貪其業而節其氣, 棄小欲而成大欲。 子無乃有愧於至人乎? 一杯之酌, 無損於江河, 浮雲之蔽, 何虧於太陽? 泰山之大, 微塵之聚也, 聖人之德, 小善之積也, 吾子勉之。" 世祖驚悟, 則松風颯然, 窓隙見星, 從者皆寢。 乃作詩曰:

夜中聞松風, 穿窓見天星。 歎我駑劣才, 服業安能成? 窮靜知薄命, 誰能慰此情? 我懷古之人, 所用無不誠。 誠以履道方, 業故用彌精。 大原旣克定, 百才享多榮。


  • 【태백산사고본】 1책 1권 4장 A면【국편영인본】 7책 56면
  • 【분류】
    왕실-국왕(國王) / 인물(人物) / 어문학-문학(文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