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길도 도절제사에게 만인혈석과 용각에 대해 조사하게 하다
함길도 도절제사에게 전지하기를,
"전일에 장 사신(張使臣)의 말을 들으니, ‘북방 야인 지방에 사람 천만 명을 잡아먹은 뱀이 있는데, 사람의 피가 뱀의 창자 속에서 단단히 엉키어 돌이 됩니다. ‘관(鸛)122) ’이라고 부르는 큰 새가 있어서, 그 뱀을 잡아먹고 그 돌을 보금자리에다 남겨두는데, 북방 사람들은 ‘관’의 보금자리를 뒤지어서 그 돌을 얻으며, 이것을 갈아서 마시면 온갖 병과 골절상(骨折傷)이 치료됩니다. 이것을 혹 조정에 바치는 것도 있어서 천자께서 매우 귀중하게 여깁니다.’ 하였다. 그 후에 판서 신상(申商)이 중국 북경에서 돌아와, 그곳에서 들은 말을 하는데 장 사신의 말과 꼭 같았다. 지금 거아첩합(巨兒帖哈)을 그의 처자와 함께 강화에다 안치하였는데, 압송(押送)했던 통사(通事)가 서울로 돌아올 때에, 거아첩합의 아내가 부탁하기를, ‘제게 조부 때부터 전해 오는 ‘만인혈석(萬人血石)’이 있었는데, 전일에 조카 고아도합(古兒都哈)이 병을 얻어 그것을 빌려주기를 청하므로 보내주었으나, 바쁜 일이 있어서 미처 되찾지 못하였습니다. 행여 저를 위해서 고아도합에게 말하여 되돌려주도록 하여 주세요.’ 하였다. 통사가 와서 이 말을 아뢴 다음에야 비로소 ‘만인혈석’이라는 것이 전일에 듣던 것과 합치되는 것임을 알았다. 그런 까닭으로 그 돌을 가져다가 보니, 검푸른 빛깔이 자석(磁石)과 같았으며, 크기는 큰 밤톨[粟]만하였는데, 물에 섞어서 갈아 보았더니 약감 검붉은 빛깔로 되었다. 내가 널리 더 캐어물어 보자고 하여, 김척(金陟)을 시켜 마파라(馬波羅)에게 몰래 물었더니, 마파라는 제법 자세히 말하였다. 그 말은 ‘북방 달단(韃靼) 지방의 수목(樹木)이 없는 곳에, 큰 새가 땅을 파서 보금자리를 만들고 항상 알 두 개씩을 낳습니다. 그 중에는 성질이 사납고 새끼치는 데 능한 것은 알을 세 개씩도 낳는데, 이 새는 성질이 거칠고 사나우므로 ‘만인사(萬人蛇)’도 잡아 먹으며, 알을 낳을 때에는 뱀 창자에 들어 있던 돌도 아울러 낳는데, 그 돌은 보금자리 속의 밑으로 두세 자쯤 들어가게 됩니다. 이 방면에 지식이 있는 자는 알 세 개가 있는 보금자리를 찾아서 땅을 파고 찾아냅니다. 이 돌이 지극히 귀해서 쉽게 구하지는 못합니다.’ 하였다. 김척이 그 돌을 내어 보이니, 파라가 보고 무릎을 치고 깜짝 놀라면서, ‘이것은 진짜 ‘만인혈석’입니다. 당신이 어디에서 이것을 얻었습니까. 이 돌은 검푸른 빛깔이 상등이고, 붉은 빛깔이 있으면서도 약간 누른 것이 그 다음입니다. 북쪽 사람은 3, 40집에 한 집은 반드시 이 돌을 갈무리하고 있으며, 마자화(馬自和)도 또한 가지고 있습니다. 이와 같이 검푸른 빛깔은 매우 드뭅니다.’ 하고, 곧 갈게 하면서 말하기를, ‘내가 마시지 않으면 당신이 어찌 나의 말을 곧이듣겠으며, 또 나는 병이 있어서 꼭 마셔야 하겠습니다.’ 하고, 곧 반 사발을 마셨다고 한다. 김척은 마파라의 말을 나에게 아뢰었다. 나는 또 마변자를 불러서 물었더니, 마변자는, ‘비록 그 자세한 것은 모르나, 일찍이 그 대개는 들었습니다. 이 ‘만인혈석’을 북쪽 토속 말로는, ‘모수월하(毛水月下)’라고 하며, 신의 숙부 마자화도 가지고 있습니다. 병든 사람이 와서 청하면 갈아서 마시게 합니다. 우리 집에도 그 돌이 있었는데 본래는 컸으나 항상 갈았으므로 점점 작아졌고, 요즈음에 와서는 잃어버렸습니다.’ 하였다. 이 일이 비록 허황한 듯하나 전후 여러 사람의 말이 서로 합치하니, 혹 그런 이치가 있어서 이야기로 전해 오는 것이리라. 다만 그 자세한 것을 모르니 의심스럽다. 그들의 말에, ‘북방에 수목이 없는 땅이 있고, 새가 땅을 파고 보금자리를 만든다. ’는 것이 첫째로 의심스럽고, 그 말에, ‘큰 새는 곧 황새[鸛鳥]라 하나, 그런가 아닌가를 또한 믿을 수 없다. 또 새매는 한 종류뿐이 아니니, 고니[天鵝]·매·독수리 종류 같은 것이 아닌 줄 어찌 알겠는가. 이것이 둘째로 의심스럽고, 또 본국 사람은, ‘사람을 잡아먹는 것은 물뱀[水蛇]이라 한다. 물뱀이 사람을 잡아먹게 되면 양쪽 눈동자와 창자를 먹는다.’ 한다. 지금 북쪽 뱀은 물뱀인지 육지 뱀인지 알 수 없으며, 또 사람을 먹는 형상을 알 수도 없으니 세째로 의심스럽고, 또 돌 하나로 과연 천백 가지 병을 능히 치료한다는 것인가. 어떤 병에 더욱 적당한가. 복용하는 방법은 다만 갈아서 마시는 것뿐인가. 모두가 알 수 없으니 네째로 의심스럽다. 경은 왕래하는 야인에게 자세하게 물어서 아뢰도록 하라.
또 예전에 ‘용각(龍角)’과 ‘용골(龍骨)’에 대한 일을 듣고 의심하였는데, 이번에 ‘만인혈석’의 일로 인해서 다시 생각이 난다. 예전에 중국 사신이 말하기를, ‘야인이 용각을 구해서 천자께 바쳤는데 참으로 천하 보물이었습니다.’ 하였고, 또 내가 일찍이 전해 들은 말에, ‘본국 사람 임언충(任彦忠)이 일찍이 노아간(奴兒干)123) 등지에 들어갔다가 용이 환골(換骨)한 곳을 보았는데, 그 몸뚱이와 손발·머리·꼬리·이·뿔이 살아 있는 용이 움직이는 형상과 꼭 같았다. ’라고 하였다. 그 후에 귀화한 대호군 주진사(朱嗔紫)가 ‘용각’이라는 것을 바쳤다. 또 일본 사람이, 명칭은 모르나 사기(邪氣)를 물리치는 귀한 뼈라 하면서 와서 바친 것이 있었다. 주진자가 바친 것과 서로 같은데, 대개 노루의 뿔과 같으면서도 작았다. 다만 노루 뿔은 노루 머리에 박힌 뿌리가 얕은데, 이 뿔은 머리에 들어간 뿌리가 제법 깊어서 이것이 다른 점이다. 이 용이 환골하였다는 말이 참인가 거짓인가와, 용각·용골의 있고 없음과, 〈있다면〉 약으로 쓰이는 곳과 복용하는 방법도 아울러 물어서 아뢰도록 하라. 그러나 이 ‘만인혈석’과 ‘용각’ 등에 관한 일은 모두 경이 사사로이 묻는 것처럼 하여 국가에서 묻는다는 뜻을 나타내지 말도록 하라."
하였다. 도절제사 김종서가 회계하기를,
"‘만인혈석’ 및 ‘용각’ 등에 관한 일을 야인 늙은이들에게 물었으나 모두 모른다고 합니다. 오직 마자화의 말은, ‘북방의 큰 새가 뱀의 창자 속에 들었던 돌을 낳는다는 말은 진실로 듣지 못한 바이며, 다만 전쟁으로 피를 흘렸던 곳에 사람의 피가 엉켜서 돌이 되어 땅속 2, 3자 깊이쯤에 있는데, 이것을 파내어 얻습니다. 그 돌은 약간 누르면서도 검은데, 갈아서 마시면 골절상과 복창증(服脹症)의 병을 치료할 뿐입니다. 개양(開陽)124) 사람들이 성을 쌓을 때에 ‘만인혈석’을 발견했으므로 내가 이것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고, 또 말하기를, ‘큰 새는 황새가 아니고 속칭 ‘여이조(汝而鳥)’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비록 수목이 많은 곳이라도 반드시 땅을 파고 알을 낳습니다. 그 중에 성질이 억센 것은 알 세 개를 낳는데, 알 세 개가 있는 보금자리 밑에 땅을 파면 반드시 돌이 있고, 그 돌은 흉복통(胸腹痛)을 고칠 수 있습니다. 그런 까닭에 사람들이 알 세 개가 있는 보금자리를 보면 땅을 파서 그 돌을 구하는데도 얻는 자는 매우 드뭅니다.’ 하였습니다. 그 후에 자화는 ‘만인혈석’을 가지고 와서 신에게 주는 것이었습니다. 신은 그 돌을 귀화한 사람들에게 내어 보였더니, 모두 말하기를, ‘이 돌을 간직한 자가 많고 매우 귀한 것이 아닙니다.’ 하였습니다. 인해서 청구하였더니, 모두 ‘벌써 잃어버렸다. ’고 하였습니다. 또 마파라에게 물었더니 대답하기를, ‘큰 새는 황새가 아니고 ‘여이조’입니다. 능히 만인사를 잡아먹는지는 제가 확실히 알지 못하나, 여이조는 반드시 땅을 파고서 보금자리를 만듭니다. 사람들이 알 세 개가 있는 보금자리를 보면 반드시 땅을 파서 그 돌을 구합니다.’ 하였습니다. 그 말이 김척에게 대답한 말과 다른 점이 있습니다. 파라의 말도 또한 다 믿지 못하겠습니다. 신이 산림에 가서 사냥할 때에 여이조가 땅을 파고 보금자리를 만든 곳을 여러 번 보았습니다. 파라와 자화가 말한 것은 이런 보금자리를 보고서 말한 것이 아닌가 합니다. 알이 세 개 있는 보금자리를 신이 보지 못했으나, ‘만인혈석’과 ‘용각’에 대한 일은 한두 사람의 말로서는 믿을 수 없으며, 또한 여러 사람이 모른다 하여 이런 일이 없다고 할 수도 없습니다. 우선 자화가 준 돌을 진상하오며, 후일에 다시 천천히 캐어 물어서 아뢰겠습니다."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25책 79권 14장 B면【국편영인본】 4책 115면
- 【분류】재정-진상(進上) / 보건(保健) / 과학-생물(生物) / 과학-지학(地學) / 외교-야(野)
- [註 122]관(鸛) : 황새.
- [註 123]
노아간(奴兒干) : 영락 2년에 뇌온강(腦溫江)·홀라강(忽剌江) 야인을 정벌한 후 유륵성(鈕勒城)에 설치한 노아간위(奴兒干衛)를 말함.- [註 124]
개양(開陽) : 개원(開元)을 말함.○傳旨咸吉道都節制使:
昔聞張使臣之言, 曰: "北方野人地面有老蛇食千萬人, 人血在蛇腸中堅凝爲石。 有大鳥, 其名鸛鳥, 捕其蛇食之, 遺其石於巢, 北人尋其巢得之, 磨而飮之, 可治百病及療折傷。 或有獻於朝廷, 天子甚貴之。" 後判書申商回自京師, 道所聞之言, 與張使臣言正同。 今巨兒帖哈, 與其妻孥安置於江華, 押送通事還京, 巨兒帖哈妻囑之曰: "吾有祖父相傳萬人血石。 前日姪古兒都哈得病請乞, 故送之, 因迫不及還推, 幸爲我言於古兒都哈而還之。" 通事以此言來啓, 然後始知萬人血石與前所聞相合, 故取其石視之, 色靑黑如磁石, 體如栗大, 和水磨之, 色微紅黑。 予欲廣加訪問, 使金陟私問於馬波羅, 馬波羅頗詳言之。 其言曰: "北方韃靼地面無樹木之處, 大鳥掘地作巢, 常産二卵, 間有性悍能字育者生三卵。 性鷙悍, 故能捕萬人蛇而食之, 産卵時, 幷産蛇腸之石, 其石入巢中地下一三尺許, 有智識者尋三卵之巢, 掘而得之。 此石至貴, 不易得焉。" 已而, 金陟出其石示之, 波羅見而擊節驚嘆曰: "此眞萬人血石也。 汝於何處得之? 此石色有靑黑者爲上, 有紅而微黃者爲次。 北人三四十家, 必有一家藏之, 馬自和亦有之, 如此靑黑色者甚鮮。" 卽令磨之曰: "吾不飮, 汝何信吾言乎? 且吾有病當飮。" 卽飮半鉢。 金陟以馬波羅之言啓。 予又召馬邊者而問之, 馬邊者曰: "雖未知其詳, 亦嘗聞其大槪。 此萬人血石, 北人鄕語云毛水月下, 臣叔父馬自和有之, 人有病者來請, 則磨飮之。 吾家亦有其石, 本大, 常磨之, 故漸小, 比今失之矣。" 此事雖似誕妄, 前後諸人之言相合, 亦或有其理而諺傳矣, 但未知其詳, 疑之。 其言北方有無樹木之地而鳥拙地作巢, 一疑也。 其曰大鳥卽鸛鳥與否, 亦未可信, 且鷙鳥非一, 安知非如夭鵝鷹鷲之類乎? 二疑也。 且本國人謂蛇食人者, 如水蛇得人嚙兩目瞳子與肛腸耳。 今北方之蛇, 未知水陸之蛇, 亦未知食人之狀, 三疑也。 且一石果能治千百病乎? 尤切於何病乎? 服餌之術, 但皆磨飮乎? 皆未可知, 四疑也。 卿其細問於往來野人以啓。 又昔聞龍角龍骨之事而疑之, 今因萬人血石事更覺之。 昔有使臣言: "野人得龍角, 獻於天子, 眞天下之寶。" 且予嘗傳聞本國人任彦忠曾入奴兒干等處, 親見龍之換骨處, 其身體手足頭尾齒角, 一如生龍行動之狀。 其後向化大護軍朱嗔紫稱龍角而來獻之, 又日本人稱不識名辟邪貴骨而來獻之, 與朱嗔紫所獻相似, 大槪如獐角而小, 但獐角, 其頭上植根淺露, 而此角則入根處頗深, 此其所以異也。 此龍之換骨眞僞及龍角龍骨有無與用藥之處、服餌之法, 竝訪以啓。 然此萬人血石龍角等事, 皆作卿之私問, 不露國家爲問之意。
都節制使金宗瑞回啓:
萬人血石及龍角等事, 問於野人之古老者, 皆曰: "不知。" 唯馬自和云: "北方大鳥産蛇腸之石, 則固所未聞, 但云戰亡流血之處, 人血凝而爲石, 在地中二三尺許。 掘而得之, 其石微黃而黑, 磨而飮之, 可療折傷與腹脹之病而已。 開陽人築城時, 得萬人血石, 我乃購得之。" 又言: "大鳥, 非鸛也, 乃俗稱汝而鳥也。 雖多樹木處, 必掘地而産卵, 其中性鷙者産三卵。 有三卵巢下掘地, 則必有石, 其石可以療胸腹病, 故人若見三卵之巢, 則掘地而求其石, 然得之者甚鮮。" 其後自和持贈萬人血石, 臣以其石出示於向化人, 皆曰: "藏此石者多矣, 不甚貴也。" 因而求之, 則皆曰: "已失矣。" 又問馬波羅, 答曰: "大鳥非鸛, 乃汝而也。 能捕萬人蛇, 則吾未的知, 汝而鳥必掘地作巢。 人見三卵之巢, 則必掘地而求其石。" 其說與金陟之對有異, 波羅之言, 亦未敢盡信。 臣到山林獵時, 累見汝而鳥掘地作巢之處, 疑波羅、自和之說見是而發也。 三卵之巢, 臣未得見, 然萬人血石與龍角之事, 不可以一二人之言信之, 亦不可以衆人之不知謂無是事也。 姑進自和所贈之石, 後更徐徐訪問以啓。
- 【태백산사고본】 25책 79권 14장 B면【국편영인본】 4책 115면
- 【분류】재정-진상(進上) / 보건(保健) / 과학-생물(生物) / 과학-지학(地學) / 외교-야(野)
- [註 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