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제 하구의 기첩을 간통한 상호군 윤하를 외방부처 시키다
상호군(上護軍) 겸 판통례문사(判通禮門事) 윤하(尹夏)의 직첩을 거두고 외방 부처(外方付處)163) 하였다. 처음에 헌부(憲府)에서, 윤하가 밤에 총제(摠制) 하구(河久)의 집에 들어가 하구의 기첩(妓妾) 한선연(漢嬋娟)을 간통한 죄를 청하니, 임금이 윤하를 파직(罷職)시켜 외방에 귀양보내고, 한선연은 본래 정한 역사에 종사하게 하였다. 이때에 이르러 사간원(司諫院)에서 상언(上言)하였다.
"강상(綱常)을 지키고 풍속(風俗)을 바루는 것은 나라의 선무(先務)이요, 정치의 대본(大本)입니다. 그런데 남녀의 정욕은 더욱 인심(人心)을 해치고 풍속을 무너뜨리기 쉬운 것이니, 만일 이를 바루지 않으면 인욕(人欲)이 방사(放肆)하고 천리(天理)가 멸망하여 장차 서로 이적(夷狄)·금수(禽獸)의 지경에 들어갈 것입니다. 공자(孔子)가 《시경(詩經)》을 산정(刪定)함에 있어 장유자(墻有茨)·상중(桑中) 여러 편(篇)을 국풍(國風)에 나열하여 후세에 경계를 남긴 것이 참으로 이 까닭입니다. 무신(巫臣)164) 은 하희(夏姬) 때문에 초(楚)나라를 배반하고 진(晉)나라로 달아났고, 공손오(公孫敖)165) 는 기씨(己氏)에 대한 욕심 때문에 명령을 버리고 거(莒)로 달아났으니, 옛부터 집안의 패자(敗子)와 나라의 난신(亂臣)이 이것으로 말미암아 그 포학을 자행하지 않음이 없었습니다. 윤하(尹夏)는 지난날에 어미의 병을 칭탁하고 상지(上旨)를 속여, 기생을 훔쳐 가지고 밖으로 나갔다가 헌사(憲司)의 탄핵을 당하였으니, 마땅히 머리를 숙이고 기운을 죽여 시골에서 늙어야 하겠는데, 다행히 활쏘기와 말타기의 말기(末技)로 편벽되게 상은(上恩)을 입어, 벼슬이 3품에 이르고 직책이 예관을 겸하였으니, 총영(寵榮)이 지극합니다. 마땅히 마음을 고치고 생각을 바꾸어 새벽부터 밤 늦게까지 공경하고 조심하여 밝은 시대의 은혜를 갚기를 도모하기에 여념이 없어야 할 것인데, 계교가 여기에는 미치지 않고 도리어 음란하고 간사한 행동을 자행 하였으니, 죄가 진실로 큽니다. 또 한선연은 비록 관기(官妓)라고 하지만, 재상이 취(取)하여 첩(妾)으로 삼아 규문(閨門) 안에 두었으니, 어찌 다른 사람이 간음할 수 있겠습니까? 하물며, 윤하가 하구에게 교분이 오랜 것이 다른 사람과 비할 바가 아닌데, 하구가 외출한 틈을 엿보아 예의를 돌보지 않고 밤중에 담을 넘어 정욕을 자행하였으니, 그 추잡하기가 심합니다. 죄가 풍속에 관계되니 실로 정상과 법에 가긍(可矜)히 여길 것이 못되는데, 겨우 그 직책만 파면하여 전장(田庄)으로 추방해 돌려보냈으니, 인심(人心)과 국법(國法)에 잘 되었다고 볼 수 없습니다. 원컨대, 전하께서는 유사(攸司)에 명하여 그 직첩을 거두고 하방(遐方)에 귀양보내어, 풍속을 바루고 후래(後來)를 경계하소서."
임금이 그대로 따랐다.
- 【태백산사고본】 8책 20권 29장 B면【국편영인본】 1책 571면
- 【분류】인사-관리(管理) / 사법-행형(行刑) / 사법-탄핵(彈劾) / 역사-고사(故事) / 윤리(倫理)
- [註 163]외방 부처(外方付處) : 죄인을 외방에 유배(流配)시키는 것을 말함.
- [註 164]
무신(巫臣) : 중국 춘추(春秋) 시대 초(楚)나라 사람. 초 장왕(楚莊王)과 자반(子反)이 모두 하희(夏姬)를 취(取)하려고 하였는데, 무신(巫臣)이 이를 저지하고 스스로 취하여 진(晉)나라로 달아났음. 자반이 이를 원망하여 무신의 일가 친척을 모두 주멸하였음.- [註 165]
공손오(公孫敖) : 중국 춘추(春秋) 시대 노(魯)나라 사람. 양중(襄仲)을 위하여 기씨(己氏)를 거(莒)로 맞으러 갔다가, 그 아름다움을 보고 혹하여 스스로 취(取)하여 제(齊)나라로 달아났음.○收上護軍兼判通禮門事尹夏職牒, 外方付處。 初, 憲府請夏夜入摠制河久家, 奸所畜妓漢嬋娟之罪, 上罷夏職, 流之外方; 漢嬋娟從本定役。 至是, 司諫院上言:
扶綱常正風俗, 有國之先務, 爲政之大本, 而男女之慾, 尤易以溺人心而毁風俗也。 苟不正之, 則人欲肆而天理滅, 將胥而入於夷狄禽獸之域矣。 夫子刪《詩》, 《墻有茨》、《桑中》諸篇, 列於《國風》而垂戒後世者, 良以此也。 巫臣以夏姬之故而背楚奔晋; 公孫敖以己氏之欲而棄命奔莒。 自古家之敗子、國之亂臣, 未有不由是而肆其暴也。 尹夏往者托以母疾, 冒干上旨, 竊妓出外, 爲憲司所劾, 當垂首喪氣, 老於鄕曲。 幸以射御末藝, 偏蒙上恩, 位至三品, 職兼禮官, 寵榮極矣。 宜其改心易慮, 夙夜敬謹, 圖報明時之不暇, 計不出此, 反縱淫僻之行, 罪固大矣。 且漢嬋娟, 雖云官妓, 宰相取以爲妾, 置於閨門之內, 豈他人所得而奸哉? 況夏之於久, 其交親之舊, 非他人比也。 闞久出外, 不顧禮義, 半夜踰墻, 縱慾而行, 其醜甚矣。 罪關風俗, 實非情法可矜, 僅罷其職, 放歸田莊, 於人心邦憲, 未爲得也。 願殿下, 命攸司收其職牒, 竄黜遐方, 以正風俗, 以戒後來。
從之。
- 【태백산사고본】 8책 20권 29장 B면【국편영인본】 1책 571면
- 【분류】인사-관리(管理) / 사법-행형(行刑) / 사법-탄핵(彈劾) / 역사-고사(故事) / 윤리(倫理)
- [註 16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