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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종실록10권, 태종 5년 10월 20일 壬午 1번째기사 1405년 명 영락(永樂) 3년

이궁의 완성 축하연에서 권근이 화악시(華嶽詩)를 지어 바치다

이궁(離宮)에 나아감. 한경(漢京)의 부로(父老)들이 길 옆에서 가요(歌謠)를 드리고, 세자(世子)가 백관을 거느리고 하례(賀禮)를 행하고, 의정부(議政府)에서 헌수(獻壽)하였는데, 종친(宗親)·공신(功臣)과 정부(政府)·육조(六曹)가 모두 참예하였다. 의정부 찬성사(議政府贊成事) 권근(權近)화악시(華嶽詩)를 지어서 바치었는데, 그 서(序)는 이러하였다.

"신(臣) 근(近)이 엎드려 보옵건대, 주상 전하께서 대가(大駕)가 도성(都城)에 돌아와 신궁(新宮)에 임(臨)하시어, 위로는 계술(繼述)의 효성(孝誠)을 두텁게 하시고, 아래로는 내소(來蘇)141) 의 바람을 위로하시며, 중앙(中央)에 거(居)하시어 지치(至治)를 도모하고 영명(永命)을 길이 계승할 것이니, 종사(宗社)가 빛이 나고 국운(國運)이 편안하여, 조야(朝野)의 신민(臣民)들이 즐거워하고 경사로 여기지 않는 이가 없습니다. 하물며, 신(臣) 근(近)이 정부(政府)의 한 관원으로 있으면서 친히 성(盛)하고 아름다움을 보게 되니, 기쁘고 즐거운 정(情) 보통 사람에 만배(萬倍)나 되옵니다.

엎드려 생각건대, 예전의 제왕(帝王)이 나라를 세우거나 도읍(都邑)을 옮기면, 각각 영가(詠歌)의 사(詞)가 있어 그 공(功)을 찬미(讚美)하고, 율려(律呂)에 입혀서 무궁(無窮)토록 전(傳)하여 보였습니다. 주(周)나라 시(詩)에서 상고하여 보면, 공류(公劉)가 빈(豳)으로 옮기고, 태왕(太王)이 풍(豐)으로 옮기고, 무왕(武王)이 호(鎬)로 옮기매, 시(詩)가 있지 않음이 없고, 이를 엮어 아송(雅頌)을 만들어서, 마침내 수천년이 지난 오늘날에 당시(當時) 군상(君上)의 성(盛)한 치공(治功)과 신자(臣子)의 임금을 사랑하고 아름다움을 돌리는 정성을 상상케 하여, 모두 느끼는 바 정성이 발(發)하여 흥기(興起)함이 있게 하였으니, 가시(歌詩)의 효과가 얕지 않다 하겠습니다. 지금 우리 주상 전하께서 총명(聰明)·성지(聖智)하시고 인효(仁孝)·온문(溫文)하시어, 밤낮으로 오직 공경하시고, 매사(每事)를 옛것을 본받으시어 폐단과 해독을 제거하고, 뛰어나고 어진 사람을 등용(登用)하여 높이시니, 다스린 공적이 빛나게 나타나고, 중외(中外)가 편안하고 아름다와졌으며, 천자(天子)께서 명령을 내려 아름답게 여기시고, 도이(島夷)가 공(貢)을 바쳐 내조(來朝)하였으니, 융성(隆盛)하고 위대(偉大)한 공렬(功烈)이 옛날에 비하여 양보할 바 없습니다.

돌아보건대, 우리 한성(漢城)의 도읍(都邑)은 실(實)로 도록(圖籙)에 응(應)하여 태상왕(太上王)께서 정하신 곳이요, 종묘(宗廟)·사직(社稷)이 있는 곳입니다. 백성들이 옮기기를 어렵게 여기어 살 곳으로 가려 하지 않는데, 전하께서 종묘(宗廟)의 중함과 당구(堂構)142) 의 의리로 옮기지 않을 수 없으시어, 종묘에 고하여 길(吉)한 곳을 얻어서 궁실(宮室)을 영건(營建)하고 환도(還都)하시었으니, 종묘를 높이고 백성의 뜻을 정하고, 태상왕의 환심(懽心)을 받는 것입니다. 옛적의 천사(遷徙)한 일에 비교하면 그 의의(意義)가 더욱 중(重)하니, 마땅히 마음껏 노래하고 손발로 춤을 추어, 넓고도 큰 거리에 오래오래 노래하고, 아름다운 음악[休聲]에 올리어 영원토록 후세에 들릴 것입니다. 어찌 한 마디의 시(詩)가 없어 전(傳)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그러므로, 신(臣) 근(近)이 비졸(鄙拙)함을 헤아리지 않고 외람되게 시장(詩章)을 올리어 성덕(聖德)의 만분(萬分)의 일(一)을 형용(形容)하고자 합니다. 비록 그 말이 거칠고 성률(聲律)이 어그러져서 족히 성조(盛朝)의 공덕(功德)의 아름다움을 포장(鋪張)할 수는 없으나, 신자(臣子)의 구구(區區)하게 아름다움을 돌리는 정성[歸美之誠]이 또한 〈시장을 올리는 것을〉 스스로 마지 못하는 것입니다. 엎드려 바라옵건대, 성자(聖慈)께서 굽어 채납(採納)하소서."

그 사(詞)는 이러하였다.

"높고 높은 화악(華嶽)이요, 도도(滔滔)하게 흐르는 한강(漢江)이로다. 빙 둘러 싸기를 완전하고 견고하게 하였으니, 하늘이 지은 나라로다. 맑은 기운이 쌓이어 우리 덕(德)있는 이를 열어 주었도다. 크게 정부(貞符)143) 에 응하였으니 구변(九變)의 국세(局勢)로다. 신(神)이 기초(基礎)를 닦으시고 성(聖)이 돌아오시도다. 신(神)과 성(聖)이 서로 이으시어 길이 백성의 표준을 보존하도다. 화산(華山)은 높고 높고 한강(漢江)은 도도하게 흐르는도다. 흐르는 섬[嶼]이 둘러 있으니, 하늘이 지은 도읍(都邑)이로다. 용손(龍孫)은 천명(天命)이 다하고, 선리(仙李)는 부창(敷暢)하여 영화(榮華)하도다. 천년 전에 그 징조가 심히 밝았도다. 하늘이 열어 주어 우리 임금이 점치었도다. 아름답다! 천만년의 태평을 열어 놓았도다. 도도하게 흐르는 한강이요, 높고 높은 화악이로다. 배[舟]와 수레[車]가 모이는 곳, 하늘이 지은 나라로다. 도성(都城) 사람 황황(遑遑)하여 애타게 우리 임금 기다렸도다. 왕이 돌아 오심이어! 당구(堂構)144) 를 거듭하였도다. 이에 새집을 짓고, 이에 치구(治具)를 베풀었도다. 쉬고 편안하니 복록(福祿)이 모이는도다. 한강은 도도하게 흐르고, 화악은 높고 높도다. 금성(金城) 탕지(湯池)와 같이 견고하니, 하늘이 지은 궁(宮)이로다. 하늘이 짓기를 어떻게 하였는가? 우리 조선(朝鮮)을 열어 주었도다. 도탑게 성철(聖哲)을 내어 세덕(世德)이 서로 전(傳)하는도다. 밤낮으로 공경(恭敬)하고 삼가서 길이 하늘을 두러워하도다. 자손(子孫)이 잇고 이어 억만년에 뻗치리라."

술이 취하매, 임금이 여러 신하와 더불어 연구(聯句)를 지어 창화(唱和)하였는데, ‘임금이 위(位)에 있어 어찌 얇은 얼음을 밟는 마음을 잊으랴?’ 하는 글귀가 있었다.


  • 【태백산사고본】 4책 10권 20장 A면【국편영인본】 1책 340면
  • 【분류】
    왕실-행행(行幸) / 왕실-의식(儀式) / 어문학-문학(文學)

  • [註 141]
    내소(來蘇) : 임금이 백성에게 은혜를 베푸는 일.
  • [註 142]
    당구(堂構) : 부조(父祖)의 업(業)을 계승하는 것을 말함. 《서경(書經)》 대고(大誥)에 "若考作室 旣底法 厥子乃弗肯堂 矧肯構"라 하였음.
  • [註 143]
    정부(貞符) : 상서(祥瑞)로운 징조.
  • [註 144]
    당구(堂構) : 궁전(宮殿)의 영건(營建).

○壬午/御離宮, 漢京父老獻歌謠於道左。 世子率百官行賀禮, 議政府獻壽, 親勳、政府、六曹咸與焉。 議政府贊成事權近, 撰《華嶽詩》以獻。 其序曰:

伏覩主上殿下, 駕還都城, 以莅新宮, 上敦繼述之孝, 下慰來蘇之望。 宅中圖治, 迓續永命, 宗社以光, 國步載安。 朝野臣民, 罔不懽慶。 況以臣, 備員政府, 親覩盛美, 抃躍之情, 倍萬常品。 竊伏惟念, 古昔帝王建國遷都, 莫不各有詠歌之詞, 以美其功, 被諸律呂, 垂示罔極。 考之《周詩》, 公劉, 太王, 武王, 靡不有詩, 編爲雅頌, 遂使數千載之下, 得以想見當時君上治功之盛, 與夫臣子愛君歸美之誠, 而皆有所感之誠之發, 而興起焉, 則歌詩之效, 爲不淺矣。 今我主上殿下, 聰明聖智, 仁孝溫文, 夙夜惟寅, 動法古昔, 鋤去敝蠱, 登崇俊良, 治功灼著, 中外靖嘉。 天子錫命而嘉賞, 島夷輸貢而來朝, 隆功偉烈, 視古無讓。 顧我漢城之都, 實膺圖籙, 太上王之所定也, 宗廟社稷之所在也。 民乃重遷, 不適有居, 殿下乃以宗廟之重、堂構之義, 不可不遷, 告廟獲吉, 營室而還, 所以尊宗社定民志, 而奉太上之懽心也。 其視古昔遷徙之擧, 義尤重焉。 是宜奮肆欨歈, 手足蹈舞, 長言之於康衢, 播揚休聲, 以永厥聞。 豈可喑默無詩, 以泯其傳哉? 是故, 臣不揆鄙拙, (儹)〔僭〕 獻詩章, 欲形容聖德之萬一。 雖其辭語粗淺, 聲律舛戾, 不足以鋪張盛朝功德之懿, 然於臣子區區歸美之誠, 亦所不能自已者也。 伏惟聖慈垂採焉。

其詞曰:

嵩嵩華嶽, 滔滔漢江。 環拱完固, 天作之邦。 淑氣攸積, 啓我有德。 誕膺貞符, 九變之局。 維神斯基, 維聖斯復。 神聖相承, 永保民極。 華山嵩嵩, 漢江滔滔。 流嶼旋繞, 天作之都。 龍孫訖籙, 仙敷榮。 先乎千載, 其徵孔明。 天之所啓, 我后其貞。 於萬斯年, 以開太平。 滔滔漢江, 嵩嵩華嶽。 舟車所會, 天作之國。 都人遑遑, 苦傒我后。 王曰旋歸, 以重堂構。 乃作新宅, 乃張治具。 來燕來寧, 福祿是聚。 漢江滔滔, 華嶽嵩嵩。 金湯其固, 天作之宮。 天作伊何? 啓我朝鮮。 篤生聖哲, 世德相傳。 嚴恭夙夜, 永畏于天。 子孫繩繩, 彌億萬年。

酒酣, 上與諸臣, 聯句唱和, 上有在位何忘履薄心之句。


  • 【태백산사고본】 4책 10권 20장 A면【국편영인본】 1책 340면
  • 【분류】
    왕실-행행(行幸) / 왕실-의식(儀式) / 어문학-문학(文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