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조실록 1권, 총서 122번째기사
태조가 공양왕과 술을 마신 후 마음대로 궁궐의 문을 열고 나가다
태조가 강비(康妃)와 더불어 공양왕에게 나아가 술잔을 드리니, 공양왕이 태조에게 의대(衣襨)·입자(笠子)·보영(寶纓)과 안장 갖춘 말[鞍馬]을 내리니, 태조는 즉석에서 이를 입고 배사(拜謝)하였다. 밤에 이르러 유만수(柳曼殊)가 문을 잠그니, 전하(殿下)135) 가 몰래 태조에게 사뢰고 나가기를 청하고는, 이에 태조의 명령으로써 금직(金直)【열쇠를 맡은 사람. 곧 지금의 사약(司鑰)】으로 하여금 문을 열게 하고, 태조를 모시고 저택(邸宅)으로 돌아왔다. 마상(馬上)에서 태조가 전하를 돌아보면서 말하기를,
"갓끈은 실로 진귀한 물품인데, 내가 장차 너에게 이것을 전해 주려고 한다."
하였다. 이튿날 왕이 노하여 금직(金直)을 가두니, 태조가 대궐에 나아가서, ‘술을 견디지 못하여 금직으로 하여금 문을 열게 하였습니다.’ 하고 사과하매, 왕이 금직을 놓아주었다.
- 【태백산사고본】 1책 1권 33장 B면【국편영인본】 1책 17면
- 【분류】인물(人物) / 왕실(王室) / 역사(歷史) / 사법-행형(行刑)
- [註 135]전하(殿下) : 태종(太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