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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조실록 1권, 총서 120번째기사

태조를 참소하는 말이 돌자 정도전 등과 거취를 논의하다

태조정도전(鄭道傳)·남은(南誾)·조인옥(趙仁沃) 등에게 이르기를,

"내가 경(卿) 등과 함께 왕실(王室)에 있는 힘껏 협력하였는데도 참소하는 말이 자주 일어나니, 우리들이 용납되지 않을까 염려된다. 내가 마땅히 동쪽으로 돌아가서 이를 피하겠다."

하면서, 먼저 집안 사람들로 하여금 행장을 재촉하여 장차 떠나려 하니, 도전(道傳) 등이 말하기를,

"공(公)의 한 몸은 종사(宗社)와 백성이 매여 있으니, 어찌 그 거취(去就)를 경솔히 할 수가 있겠습니까? 왕실(王室)에 남아 도와서 현인(賢人)을 등용시키고, 불초(不肖)한 사람을 물리쳐서 기강(紀綱)을 진작(振作)시키는 것만 같지 못하니, 그렇게 하면 참소하는 말이 저절로 그칠 것입니다. 지금 만약 한 모퉁이에 물러가 있게 된다면, 참소하는 말이 더욱 불처럼 일어나서 재화(災禍)가 반드시 헤아릴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될 것입니다."

하였다. 태조는 말하기를,

"옛날에 장자방(張子房)134)적송자(赤松子)를 따르겠다고 하니, 고조(高祖)가 이를 죄주지 않았는데, 나의 마음은 다른 뜻이 없으니, 왕이 어찌 나에게 죄주겠는가?"

하였다. 서로 더불어 의논했으나 결정이 나지 않으니, 가신(家臣) 김지경(金之景)강비(康妃)에게 사뢰기를,

"정도전(鄭道傳)남은(南誾) 등이 공(公)을 권고하여 동쪽으로 돌아가게 하니, 일이 장차 그릇될 것입니다. 이 두서너 사람을 제거하는 것만 같지 못합니다."

하니, 강비가 그 말을 믿고 우리 전하(殿下)에게 알리기를,

"정도전남은 등은 모두 믿을 수가 없소."

하니, 대답하기를,

"공(公)이 참소하는 말에 시달려 물러가실 뜻이 있는데, 정도전남은 등은 이해(利害) 문제를 힘써 진술하여 그 가시는 것을 중지시킨 사람입니다."

하므로, 이에 지경(之景)을 책망하였다.

"그 두서너 사람은 공(公)과 더불어 기쁨과 근심을 같이한 사람이니 너는 다시 말하지 마라."


  • 【태백산사고본】 1책 1권 33장 A면【국편영인본】 1책 17면
  • 【분류】
    인물(人物) / 왕실(王室) / 역사-고사(故事)

  • [註 134]
    장자방(張子房) : 장양(張良).

太祖鄭道傳南誾趙仁沃等曰: "吾與卿等戮力王室, 而讒言屢騰。 恐吾輩不得容, 吾當東歸以避之。" 先令家人促裝。 將行, 道傳等曰: "公之一身, 宗社生靈之所係, 豈可輕其去就! 不如留相王室, 進賢退不肖, 以振綱紀, 則讒言庶幾自息矣。 今若退居一隅, 則讒言益煽, 禍必不測。" 太祖曰: "昔者子房赤松子, 高祖不之罪。 我心無他, 王豈罪我哉?" 相與議論未決。 家臣金之景康妃曰: "道傳等, 勸公東歸, 事將非矣。 不如去此數人。" 康妃信之, 告于我殿下曰: "道傳等皆不可保。" 對曰: "公困於讒說, 有引去之志。 道傳等力陳利害, 以止其行者也。" 乃責之景曰: "數人, 與公同休戚者也。 汝勿更言。"


  • 【태백산사고본】 1책 1권 33장 A면【국편영인본】 1책 17면
  • 【분류】
    인물(人物) / 왕실(王室) / 역사-고사(故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