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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종실록 46권, 고종 42년 12월 31일 양력 1번째기사 1905년 대한 광무(光武) 9년

이도재가 한일 협상 조약을 맺은 대신들을 처벌하라는 상소를 올리고 사직하다

충청남도 관찰사(忠淸南道觀察使) 이도재(李道宰)가 올린 상소의 대략에,

"신이 바야흐로 사정이 급하여 면직을 청하는 마당에 응당 다른 말을 덧붙이지 말아야 하겠지만, 근심과 울분이 치밀어 올라 묵묵히 있을 수가 없습니다.

지난번 새 조약과 같은 문제로 말하면 온 나라 백성들이 누구나 통분한 생각으로 죽고 싶어하며 모두 말하기를, ‘해당 조약을 도로 없애버리지 않는다면, 종묘사직이 장차 구렁텅이에 떨어지고 백성들은 모두 포로가 될 것이다.’라고 하고 있습니다.

원로들과 사대부들이 서로서로 이끌고 대궐 뜰에 나아가 부르짖으며 호소하고 잇달아 죽은 것은 혹시라도 폐하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돌리려 했던 것인데, 폐하는 어째서 죽은 사람들의 고심과 온 나라의 공론을 헤아리지 않고 아직도 결단을 내리기를 주저하고 계시는 것입니까?

지난번에 신은 지방에 있으면서 비록 연명 상소를 올리는 말미에도 참여하지 못하였지만 나라의 두터운 은혜를 입고서 의리상 달리할 수 없기 때문에 때가 늦었음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감히 뒤에나마 진달하는 것이니, 삼가 바라건대 황상께서는 종묘사직과 생민들을 위한 대책으로 속히 여러 신하들의 청을 승인해 주시고 또한 응당 분발하여 큰 일을 하겠다는 뜻을 가지고 시급히 자강책(自强策)을 강구하소서.

대체로 저들이 이른바 독립이라고 하는 것은 실지 독립이 아니라 우리를 고립시키는 것입니다. 마관조약(馬關條約)에서 말한 조선 독립이란 청나라에서 따로 갈라놓게 하여 고립시키려는 것이었으며, 일아선전서(日俄宣戰書)에서 말한 대한 독립이란 우리가 러시아에 대하여 거절하도록 만들어 고립시키려는 것이었는데, 주변 나라들과의 관계를 단절시켜 장애가 되는 것들을 없앤 뒤에 하고 싶은 대로 자행하려는 계책이었습니다.

지금 그 간사하고 능청스러운 꾀가 여지없이 간파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저들이 독립이라는 빈 명색을 빌려 우리를 약탈할 생각만 하는 것은 또한 우리가 독립을 위한 실질적인 일과 때에 맞는 대처 없이 두려워하며 세월만 보냈기 때문입니다. 이 지경에 이른 데 대하여 신은 너무도 통탄스럽습니다.

옛사람들은 이르기를,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고 하였지만 아직 늦지는 않았습니다. 지금부터라도 우리가 만일 진심으로 잘 다스릴 길을 찾고 실속 있게 진보하되 대외적으로는 남에게 의탁하지 않고 대내적으로는 우리의 실력을 쌓으면 이것이 바로 저절로 독립을 가져오는 길입니다. 만국이 공인한다면 누가 감히 우리를 업신여기겠습니까?

삼가 바라건대 폐하께서는 월(越)나라 구천(句踐), 위(衛)나라 문공(文公)이 검소하게 해서 나라를 부흥시킨 것을 본받아, 뜻을 굳게 정하시고 분연히 결단해서 간사한 자들을 벼슬에서 내쫓고 어질고 재능 있는 사람들을 등용하여 생각을 가다듬고 정사를 잘하여 전화위복이 되게 하소서."

하니, 비답하기를,

"진달한 것은 울분에서 나온 것이라고 이해한다. 말한 내용은 백성들의 소원이니 막을 수 없는 것이다. 경은 번거롭게 하지 말고 관찰사의 직책에 더욱 힘써라."

하였다.


  • 【원본】 50책 46권 61장 A면【국편영인본】 3책 417면
  • 【분류】
    외교-일본(日本) / 외교-청(淸) / 역사-고사(故事) / 정론-정론(政論) / 사법-재판(裁判) / 인사-선발(選拔)

三十一日。 忠淸南道觀察使李道宰疏略:

臣方情急丐免, 不應贅他, 而憂憤所激, 有不容泯默者。 如向來新條約一事, 環東土含生之類, 莫不忿痛欲死, 皆以爲: "該約若不繳銷, 宗社將至丘墟, 生靈盡爲俘虜。" 所以元老紳士, 相率而籲庭叫閽, 繼之以死, 或冀萬一回天, 陛下何不諒死者之苦心、擧國之公議, 尙遲聖斷之雷厲乎? 曩臣在外, 縱未參聯疏之末, 受國厚恩, 義無異同, 故不拘後時, 敢此追陳。 伏願皇上, 爲宗社、爲生靈計, 亟准諸臣之請, 亦宜奮發有爲之志, 急圖自强之策焉。 大抵彼所謂獨立, 實非獨立, 乃孤立我也。 馬關條約之云朝鮮獨立, 欲使立異於, 而使之孤立也, 宣戰書之稱大韓獨立, 欲我拒絶於, 而使之孤立也。 計在盡除羽翼, 無所障礙而後, 可以恣行所欲。 今其譎謀, 破綻無餘, 雖然彼假獨立之虛名, 惟意子奪者, 亦由我無獨立之實事, 及時擴充, 伈伈度日。 以至於此, 臣切痛恨焉。 古人云, 亡羊補牢, 未爲晩也。 肇自今, 我若實心求治, 實地進步, 外無依賴於人, 內蓄實力於我, 則此乃天然自有之獨立也。 萬國之所公認, 夫孰敢侮予乎? 伏願陛下, 以越句踐之嘗膽, 文公之衣布爲法, 堅定聖志, 廓揮乾斷, 斥退奸侫, 進用賢才, 勵精圖治, 轉禍爲福焉。

批曰: "所陳, 諒出憂憤矣。 所辭民願, 不可遏也。 卿其勿煩, 益勉觀察之責。"


  • 【원본】 50책 46권 61장 A면【국편영인본】 3책 417면
  • 【분류】
    외교-일본(日本) / 외교-청(淸) / 역사-고사(故事) / 정론-정론(政論) / 사법-재판(裁判) / 인사-선발(選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