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에서 돌아온 대신 이근명을 소견하다
서경(西京)에서 돌아온 대신(大臣) 이근명(李根命)을 소견(召見)하였다. 이근명이 아뢰기를,
"신이 서경에 나아가니 일진이 좋고 날씨가 맑았습니다. 어진(御眞)과 예진(睿眞)을 편안하게 봉안하였으니, 모든 사람들이 기뻐 춤을 추었습니다."
하였다. 이어 아뢰기를,
"관찰사(觀察使)가 이미 풍경궁(豐慶宮)의 정리 부사(整理副使)를 겸임하고 있으니, 본군(本郡)의 군수(郡守)도 겸임이 있어야 〖행궁(行宮)을〗 봉심(奉審)하고 수호하게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니, 상이 이르기를,
"궁내부(宮內府)로 하여금 합당한 자리가 있거든 예겸(例兼)시키게 하라."
하였다. 이근명이 아뢰기를,
"흉악한 역적 우범선(禹範善)이 비록 고영근(高永根)과 노원명(盧遠明)에게 피살되었다 하나, 나라의 법을 펴지 못하여 아직 귀신과 사람들의 분노가 있습니다. 빨리 역적에 관한 형률을 추후하여 시행하며, 고영근과 노원명 두 사람을 보호하여 돌아오게 할 계책을 외부(外部)로 하여금 되도록 빨리 조처하게 해야하겠습니다."
하니, 상이 이르기를,
"하늘에 죄를 지으면 숨을 곳이 없다. 고영근은 공으로 속죄할 수 있을 듯하니 외부로 하여금 〖일본 공관(公館)에〗 조회하여 보호하여서 돌려보내도록 해야하겠는데, 외국의 법이 어떠한지 모르겠다."
하였다. 이근명이 아뢰기를,
"신의 이번 걸음에 많은 백성들이 길을 막고 호소하는 일이 꼬리를 물었던 것은 바로 평양(平壤) 병정(兵丁)들이 교대하기 위해서 올라올 때에 연로에서 민폐를 끼치는 문제였습니다. 소와 말을 빼앗고 재물을 노략질하며 부녀자들을 겁박하고 사람을 때려 상처를 입히는 일이 일일이 셀 수 없습니다. 국가에서 군사를 기르는 것은 백성들을 보호하기 위한 것인데 도리어 해치고 있습니다. 평상시에도 이처럼 횡포를 부리니 만약 위급한 때를 만나 어찌 윗사람을 위해 목숨을 바치는 의리가 있을 수 있겠습니까? 이제부터는 부대를 교대할 때에 뱃길로 오가게 하는 것이 매우 편리할 것 같습니다. 뱃길로 오가면 육로에 드는 비용보다 많이 들겠지만 백성들의 고락과 관계되는 것이니, 국고(國庫)의 손해를 계산해서는 안 됩니다."
하니, 상이 이르기를,
"뱃길로 오가면 민폐를 끼치는 일이 없을 듯하다."
하였다. 이근명이 아뢰기를,
"제대로 단속하지 못한 영관(領官)과 위관(尉官)은 본관을 면직하는 것으로 징벌해야 하며 민폐를 끼친 병정들은 군률(軍律)에 따라 처단하는 문제를 군법국(軍法局)으로 하여금 조사하고 품처(稟處)하게 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하니, 상이 이르기를,
"원수부(元帥府)에 유시하겠다."
하였다. 이근명이 아뢰기를,
"신이 장단(長湍) 고량포(高浪浦)를 지나는데 수백 명의 백성들이 도로에 몰려와서 호소하기를, ‘잡세(雜稅)가 번다하여 본 포구로부터 강화(江華)까지 100리도 안 되는데 세금을 거두는 곳은 열여덟 곳이나 됩니다.’라고 하였습니다. 장사하는 백성들이 어떻게 견디겠습니까? 물가도 이 때문에 뛰어 오르고 있으니, 의정부(議政府)로 하여금 엄격히 신칙하여 혁파하게 하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하니, 상이 이르기를,
"명목 없는 잡세를 혁파하라는 명이 거듭 엄하지 않았던 것이 아닌데, 여전히 이렇단 말인가? 그 중에는 또한 반드시 정세(正稅)도 있을 것이다."
하였다. 이근명이 아뢰기를,
"균역세(均役稅) 외에는 모두 잡세입니다."
하였다.
- 【원본】 47책 43권 58장 B면【국편영인본】 3책 304면
- 【분류】사법-재판(裁判) / 사법-행형(行刑) / 외교-일본(日本) / 재정-잡세(雜稅) / 군사-군정(軍政) / 사법-재판(裁判) / 왕실-국왕(國王)
十日。 召見回還大臣李根命。 根命曰: "臣進詣西京, 日吉辰良, 御眞、睿眞, 安寧奉安, 而群情歡欣蹈舞矣。" 仍奏曰: "觀察使旣兼豐慶宮整理副使, 則本郡守亦有兼任, 可以奉審守護矣。" 上曰: "令宮內府隨宜例兼也。" 根命曰: "凶逆範善雖被殺於高永根、盧遠明, 王章未伸, 尙有神人之憤, 亟行追施逆律。 高、盧兩人護還之策, 令外部從速措處可矣。" 上曰: "獲罪于天, 無所逃矣。 高永根庶可將功贖罪, 當使外部, 照會護還, 而外國之法, 未知何如也。" 根命曰: "臣之今行, 衆民呼訴遮路相續者, 卽平壤兵丁換隊上來時, 沿路作梗也。 攘奪牛馬, 抄掠財産, 刦迫婦女, 敺傷人命, 不可一一枚擧。 國家養兵, 所以保護人民, 而反爲戕害。 平常時其暴橫若是, 脫有緩急, 豈能有親上死長之義乎? 從玆以往, 換隊時令水路往來, 似甚便宜。 而船費雖超過於陸行旅費, 關係生民休戚, 不可計國庫損害矣。" 上曰: "以水路往來, 似無作弊矣。" 根命曰: "其不能團束之領、尉官, 免官懲辦; 作梗之兵丁, 依軍律處斷事, 令軍法局査覈稟處何如?" 上曰: "當諭于元帥府矣。" 根命曰: "臣過長湍 高浪浦, 民數百名聚訴于路次, 以爲雜稅繁多。 自本浦至江華, 未滿百里, 收稅爲十八處云, 商民何以支保乎? 物價亦由此而刁騰。 令政府嚴飭革罷恐好矣。" 上曰: "無名雜稅革罷之令, 不啻申嚴, 而一向如此乎? 此中亦必有正稅也。" 根命曰: "均役稅外, 皆雜稅矣。"
- 【원본】 47책 43권 58장 B면【국편영인본】 3책 304면
- 【분류】사법-재판(裁判) / 사법-행형(行刑) / 외교-일본(日本) / 재정-잡세(雜稅) / 군사-군정(軍政) / 사법-재판(裁判) / 왕실-국왕(國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