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묘에 나아가 서고를 행하고 홍범 14조를 고하다
종묘(宗廟), 영녕전(永寧殿)에 나아가 전알(展謁)하였다. 왕세자도 따라가 예를 행하였다. 이어 서고(誓告)를 행하였다. 그 글에 이르기를,
"감히 황조(皇祖)와 열성(列聖)의 신령 앞에 고합니다. 생각건대 짐(朕)은 어린 나이로 우리 조종(祖宗)의 큰 왕업을 이어 지켜온 지 오늘까지 31년이 되는 동안 오직 하늘을 공경하고 두려워하면서 우리 조종들의 제도를 그대로 지켜 간고한 형편을 여러 번 겪으면서도 그 남긴 위업을 그르치지 않았습니다. 이것이 어찌 짐이 하늘의 마음을 잘 받든 때문이라고 감히 말하겠습니까? 실로 우리 조종께서 돌보아주고 도와주었기 때문입니다. 우리 황조가 우리 왕조를 세우고 우리 후손들에게 물려준 지도 503년이 되는데 짐의 대에 와서 시운(時運)이 크게 변하고 문화가 개화하였으며 우방(友邦)이 진심으로 도와주고 조정의 의견이 일치되어 오직 자주 독립(自主獨立)을 해야 우리나라를 튼튼히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짐이 어찌 감히 하늘의 시운을 받들어 우리 조종께서 남긴 왕업을 보전하지 않으며 어찌 감히 분발하고 가다듬어 선대의 업적을 더욱 빛내지 않겠습니까? 이제부터는 다른 나라에 의거하지 말고 국운을 융성하게 하여 백성의 복리를 증진함으로써 자주 독립의 터전을 튼튼히 할 것입니다. 생각건대 그 방도는 혹시라도 낡은 습관에 얽매지 말고 안일한 버릇에 파묻히지 말며 우리 조종의 큰 계책을 공손히 따르고 세상 형편을 살펴 내정(內政)을 개혁하여 오래 쌓인 폐단을 바로잡을 것입니다. 짐은 이에 14개 조목의 큰 규범을 하늘에 있는 우리 조종의 신령 앞에 고하면서 조종이 남긴 업적을 우러러 능히 공적을 이룩하고 감히 어기지 않을 것이니 밝은 신령은 굽어 살피시기 바랍니다."
하였다.
- 【원본】 36책 32권 69장 A면【국편영인본】 2책 532면
- 【분류】왕실-의식(儀式) / 왕실-종친(宗親) / 정론-정론(政論) / 왕실-국왕(國王)
十二日。 詣宗廟、永寧殿, 展謁。 王世子隨詣, 行禮。 仍行誓告。 其文曰: "敢昭告于皇祖列聖之靈。 惟朕小子, 粤自沖年, 嗣守我祖宗丕丕基, 迄今三十有一載, 惟敬畏于天, 亦惟我祖宗, 時式時依, 屢遭多艱, 不荒墜厥緖。 朕小子其敢曰克享天心。 亶由我祖宗眷顧騭佑。 惟皇我祖, 肇造我王家, 啓我后人, 歷有五百三年, 逮朕之世, 時運丕變, 人文開暢, 友邦謀忠, 廷議協同, 惟自主獨立迺厥鞏固我國家, 朕小子曷不奉若天時, 以保我祖宗遺業? 曷敢不奮發淬礪, 以增光我前人烈? 繼時自今, 毋他邦是恃, 恢國步于隆昌, 造生民之福祉, 以鞏固自主獨立之基。 念厥道, 毋或泥于舊, 毋忸于恬嬉, 惠迪我祖宗宏謨, 監察宇內形勢, 釐革內政, 矯厥積弊。 朕小子玆將十四條洪範, 誓告我祖宗在天之靈, 仰玆祖宗之遺烈, 克底于績。 罔或敢違, 惟明靈降鑑。"
- 【원본】 36책 32권 69장 A면【국편영인본】 2책 532면
- 【분류】왕실-의식(儀式) / 왕실-종친(宗親) / 정론-정론(政論) / 왕실-국왕(國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