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남에 윤음을 내려 비적을 토벌할 것과 백성들을 안착시킬 것을 명하다
삼남(三南)에 윤음(綸音)을 내렸다. 윤음에,
"왕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지난날 나라에 혼란이 많다 보니 비적(匪賊)들이 때를 타서 일어났건만 나는 백성들이 죄 없이 전란에 말려드는 것을 참을 수 없어서 여러 번 무마하고 타일렀다. 그런데 끝내 허물을 고칠 줄을 모르고 날로 더욱 창궐하고 심지어 관리를 죽이고 백성을 해치며 고을을 피폐하게 만들기까지 하므로 조정과 민간에서 다 같이 분격하면서 모두들 토벌하지 않고서는 악한 자들을 징계할 수 없다고 말하였다. 그래서 군사를 일으켜 가는 곳마다 적을 쓸어버리되 그 괴수는 죽이고 협박에 의하여 추종한 자들은 풀어주라고 명령하였으니, 그것은 살리기 위한 방도로 마지못해 사람을 죽이는 것으로써 어찌 그만둘 수 있었겠는가?
비록 그렇지만 요즘 듣건대, 비적들이 억지로 양민을 몰아내어 모조리 저들의 무리에 끌어넣어 집을 버리고 생업을 잃게 하니, 울부짖으면서 따라나서지 않으려는 사람이 열이면 아홉이 된다. 산 사람은 뜻밖의 칼날에 맞아 들판의 거름이 되고 남은 사람은 흩어져 떠돌아다니며 얼어 죽거나 굶어 죽는 것을 면하지 못하고 있다. 생각이 이에 미치면 한밤중에도 잠자리가 편안하지 않다. 이런 때에 백성을 어루만지고 달래는 방도를 조금도 지체할 수 없다.
아! 너희 삼남(三南)의 위무사(慰撫使)들은 가서 나의 말을 대신하여 고마운 뜻을 선포하고 연도(沿道)의 재난을 당한 지방을 직접 돌아다니면서 위로하고 정착시키며 도내의 각읍의 폐단이 되는 일들을 자세히 탐문하여 일일이 보고하라. 진실로 이익이 될 수 있는 일이라면 우리 백성들이 따르지 않을 리가 없다. 전날의 나쁜 물이 든 버릇을 다 같이 고쳐 새롭게 하고 나의 백성들로 하여금 호랑이의 입에서 벗어나 부모의 품으로 들어오듯이 하게 해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이에 교시하니, 잘 알았으리라 생각한다."
하였다.
- 【원본】 36책 32권 53장 B면【국편영인본】 2책 524면
- 【분류】왕실-국왕(國王) / 사상-동학(東學) / 행정-지방행정(地方行政)
十三日。 下綸音于三南。 若曰:
向緣國家多亂, 匪徒乘時竊發, 予不忍元元之無辜被兵, 屢加撫諭, 而終不知悛, 猖獗日甚, 至於戕吏害民, 殘破州縣, 朝野共憤, 咸曰: ‘不討, 不可懲惡。’ 爰命興師前往, 所在芟除, 誅其渠魁, 繹其脅從, 蓋欲生道殺人, 豈可獲已乎? 雖然近聞匪類, 勒驅良民, 盡入其黨, 棄家失業呼號, 而不願從者, 十居其九。 生者橫罹鋒鏑, 身膏原野; 存者流離蕩析, 不免凍餒。 念之及此, 丙枕靡安。 此時撫綏懷輯之方, 不容少緩。 咨! 爾三南慰撫使, 往代予言, 宣布德意, 沿路被害地方, 躬行巡問, 勞徠安集, 道內各邑爲弊之端, 詳加採訪, 一一登聞, 苟可以利益吾民, 宜無不從。 前日汙染之俗, 咸與維新, 俾我赤子, 如脫虎口而入父母之懷也。 故玆敎示, 想宜知悉。
- 【원본】 36책 32권 53장 B면【국편영인본】 2책 524면
- 【분류】왕실-국왕(國王) / 사상-동학(東學) / 행정-지방행정(地方行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