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원군이 이양선에 글을 보냈고 미국 제독 대리가 회답하다
진무사(鎭撫使) 정기원(鄭岐源)이, ‘본 군영(軍營)의 중군(中軍)을 교대시킬 적에 소루한 점들이 없지 않으므로 새로 임명된 중군(中軍)은 군영에 가서 부임하지 말고 곧장 광성(廣城)의 찰주소(札駐所)에 가서 직접 서로 교대하도록 중도에 명령을 전달하였습니다. 그런데 중군 어재연(魚在淵)은 위경군(衛京軍)을 거느리고 16일 광성보(廣城堡)에 도착하여 진지로 나갔습니다.’라고 아뢰었다.
대원군(大院君)이 진무사(鎭撫使)를 시켜 양선(洋船)에 편지를 보내기를,
"올봄에 북경(北京) 예부(禮部)에서 자문(咨文)을 보내어 귀국 사신의 편지를 전해왔기에 우리 조정에서는 이미 의논하고 회답 자문을 보낸 동시에 귀 대인에게 전해줄 것을 청하였습니다. 또 생각건대 귀국은 예의를 숭상하는 풍속이 본래 이름난 나라로 다른 나라들보다 뛰어났습니다.
귀 대인은 아마도 사리에 밝아서 경솔한 행동을 하지 않을 터인데, 이번에 어찌하여 멀리 바다를 건너와서 남의 나라에 깊이 들어왔습니까? 설사 서로 살해하는 일은 없었다고 하지만 누구인들 의심하고 괴이하게 여기지 않겠습니까? 중요한 요새지에 갑자기 외선(外船)이 들어오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 것은 모든 나라의 일반적 규범으로써 처지를 바꾸어놓고 보아도 모두 그러할 것입니다.
지난번에 귀선(貴船)이 바닷가 요새지를 거슬러 올라와서 피차간에 대포를 쏘며 서로 경계하는 조치까지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이미 호의로 대하자고 말하고서도 한바탕 이런 사단이 있게 되었으니 매우 개탄할 노릇입니다. 귀선이 오고부터 연해의 관리들과 무관들에게 절대로 사단을 일으켜 사이가 나빠지게 하지 말라고 경계하여 타일렀습니다. 그렇지만 귀선이 다른 나라의 규례를 아랑곳하지 않고 요새지 어구까지 깊이 들어온 이상 변경을 방비하는 신하들로 말하면 그 임무가 방어인데 어찌 가만히 있을 수 있겠습니까? 지난번 일에 대해 괴이하게 생각하지 말기 바랍니다. 혹시 북경 예부에서 우리의 회답 자문을 미처 전하지 못하여 귀 대인이 우리나라의 제반 사정을 잘 알지 못하여 이런 일이 생긴 것이 아닙니까? 이제 회답 자문 부본을 보내니 한번 보게 되면 남김없이 다 알게 될 것입니다.
우리나라가 외국과 서로 교통(交通)하지 않는 것은 바로 500년 동안 조종(祖宗)이 지켜온 확고한 법으로서 천하가 다 아는 바이며, 청나라 황제도 옛 법을 파괴할 수는 없다는 데 대하여 잘 알고 있는 것입니다. 이번에 귀국 사신이 협상하려고 하는 문제로 말하면 어떤 일이나 어떤 문제이거나를 막론하고 애초에 협상할 것이 없는데 무엇 때문에 높은 관리와 서로 만날 것을 기다리겠습니까?
넓은 천지에서 만방의 생명들이 그 안에서 살면서 다 제대로 자기의 생활을 이루어가니 동방이나 서양은 각기 자기의 정치를 잘하고 자기의 백성들을 안정시켜 화목하게 살아가며 서로 침략하고 약탈하는 일이 없도록 하니, 이것은 바로 천지의 마음인 것입니다. 혹시 그렇지 못해서 위로 하늘을 노하게 한다면 더없이 상서롭지 못할 것입니다. 귀 대인이 어찌 이 이치를 모르겠습니까?
풍파만리에 고생하였으리라 생각하면서 변변치 못한 물품으로 여행의 음식물로 쓰도록 도와주는 것은 주인의 예절이니 거절하지 말고 받아주기 바랍니다. 이만 줄입니다."
하니, 양함(洋艦)에서 회답하기를, 【22일에 온 것이다.】
"대아메리카합중국[大亞美理駕合衆國〕 찬리(贊理) 흠차(欽差)인 영어, 한어 문건을 맡아보는 총판두(總辦杜)는 【이름은 덕수(德綏), 중국인이다.】 회답합니다. 며칠 전에 군주가 파견한 우리나라 관리에게 보내온 공문과 대청(大淸) 나라 예부(禮部)에 회답한 자문 부본에 대해 다 같이 군주가 파견한 우리 제헌(提憲)에게 전하였으며 명령을 받들어 이렇게 회답합니다. 당신들에게서 온 편지에서 언급한 내용에 의하면 귀 조정이 우리나라 군주가 파견한 관리와 그가 와서 해결하려고 하는 문제에 대하여 우의를 가지고 협상하려 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것이 군주가 파견한 우리 제헌이 매우 안타까워하는 문제입니다.
까닭 없이 공격한 문제에 대해서는 잘못을 책망하지 않고 도리어 비호하면서 변경을 책임진 신하의 직책으로서는 응당 해야 할 일을 한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우리 제헌은 원래 포를 쏜 행위는 군사와 백성들의 망동에서 생긴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귀 조정에서 이것을 알고 꼭 책임에서 벗어나려고 한다면 모든 사람들이 바라는 대로 높은 관리를 파견하여 협의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러므로 서둘러 행동하지 않고 기일을 늦추어가면서 기다리는 것입니다. 만일 귀 조정에서 3, 4일내에 만나서 협상할 의사가 없이 기한이 되기만 기다린다면 전적으로 군주가 파견한 우리 제헌이 처리하는 대로 할 것입니다. 기일이 매우 촉박하므로 대략 이와 같이 적습니다.
보내준 많은 진귀한 물건들을 받고 은혜와 사랑을 충분히 알 수 있으며 무엇이라 감사를 드려야 좋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감히 마음대로 할 수 없어 보내온 예물을 돌려보냅니다. 이와 같이 회답합니다."
하였다.
- 【원본】 12책 8권 26장 B면【국편영인본】 1책 362면
- 【분류】외교-미국(美) / 외교-청(淸) / 군사-전쟁(戰爭)
鎭撫使鄭岐源以"本營中軍交代之際, 不無疎虞, 新中軍勿爲營下赴任, 直向廣城札駐所, 面看交代事, 傳令中路。 而中軍魚在淵領衛京軍, 十六日到廣城堡赴陣"啓。 大院君使鎭撫使致書于洋船曰: "今春, 北京禮部移咨, 傳示貴國使封函。 我朝廷早已論辦回咨, 仍請轉示貴大人。 且念貴國俗尙禮讓, 素稱名邦, 超出於各國之上。 貴大人庶或明達事理, 不作輕遽之行。 今何遠涉滄溟, 深入他國? 縱云無相殺害, 孰不疑怪乎? 關防重地, 不許外船輒入, 各地規範, 易地皆然。 昨者, 貴船溯上海關, 致有彼我鳴砲相警之擧。 旣云好意, 而有此一番事端, 甚爲慨惜。 自貴船之來, 戒飭沿海官弁, 切勿生事啓釁。 雖然貴船不知他國規模, 深入隘口, 則封疆之臣, 職在備禦, 豈可恬然而已乎? 昨者之事, 幸勿見怪。 無或北京禮部未及轉示回咨, 而貴大人未諳吾邦各般事情, 而有此擧耶? 今將回咨副本送呈, 庶可一覽而洞悉無餘矣。 本國不與外國交通, 乃是五百年祖宗成憲, 而天下之所共聞也, 亦大淸天子之所俯燭, 其不可破壞舊典。 今者, 貴使之所欲商辦, 無論某事、某件, 原無可商辦者, 尙何待大官相接耶? 天地之大, 萬方群生, 含弘覆載, 咸遂其性, 東方、西國, 各修其政, 各安其民, 熙熙雍雍, 無相侵奪, 是爲天地之心。 苟或不然, 上干天怒, 不祥莫甚。 貴大人豈不知此理哉? 風濤萬里, 可念辛苦, 菲薄之品, 聊助行廚, 地主之禮也。 勿却哂收, 是所望也。 不宣。" 洋艦回函 【二十二日來到者】 。 "大亞美理駕合衆國贊理欽差英漢文案總辦杜 【名德綏, 中國人】 爲照覆事。 頃奉照會敝國欽差來文竝答大淸禮部回咨副本, 均已上達我欽提憲, 玆奉飭照覆。 遵此據貴來文內所稱, 可見貴朝廷不欲與敝國欽差以友誼商論所來欲辦之事。 此則我欽提憲深爲歎惜者也。 至無端攻擊之事, 竝不論咎, 而反袒護謂疆臣職所應爲。 在我提憲, 原擬鳴砲之擧, 出於軍民之妄爲。 貴朝廷聞之, 必欲缷肩, 竝派大員, 前來會議, 皆所群望者也。 以故不遽施爲, 緩期以待。 若於三四日內, 如無貴朝廷延接商辦之意, 一俟期滿, 則專聽我欽提憲任意施行。 爲期大促, 略此覆陳。 至承賜多珍, 足徵惠愛, 感謝難名。 惟不敢領情, 敢此璧返。 爲此照覆。"
- 【원본】 12책 8권 26장 B면【국편영인본】 1책 362면
- 【분류】외교-미국(美) / 외교-청(淸) / 군사-전쟁(戰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