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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종실록1권, 고종 즉위년 12월 13일 을유 5번째기사 1863년 청 동치(同治) 2년

대왕대비가 언문으로 국왕을 훈계하다

대왕대비가 언문(諺文) 교서를 내려 주상을 훈계하기를,

"오직 하늘과 조종께서 묵묵히 도와주고 은밀하게 말없이 돌봐주신 덕분에 지금 망극한 가운데서도 오백 년의 종묘 사직(宗廟社稷)을 다행히 부탁할 곳이 있게 되었다. 주상은 바로 우리 인조(仁祖)의 혈통을 이어받은 후손이고 영조(英祖)의 방계(傍系) 집안이다. 조종의 계통을 이어 조상의 일을 행하려면 응당 조종들을 본받아야 한다. 하늘을 공경하고 백성들을 사랑하는 것이 바로 조종들이 물려준 심법(心法)이며, 근신하고 절약하는 것이 하늘을 공경하고 백성들을 사랑하는 근본이다. 인주의 행동 하나 말 한 마디가 다 백성들의 고락(苦樂)에 관계되고 백성의 마음이 바로 하늘의 마음이니 어찌 언제나 이것을 생각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예로부터 훌륭한 제왕과 명철한 임금은 대부분 민간에서 나서 성장하여 민간의 사정을 잘 알고 있었다고 한다. 주상은 영특하고 명민한 천품을 타고 났으니 지난날에 보고 들은 일들을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옛일을 배워 총명을 넓혀 근신하고 절약하는 요체로 삼으려면 오직 부지런히 강학(講學)해야 할 뿐이다. 아무리 나이 어리고 상사(喪事) 기간이라 하더라도 자주 신하들을 접견하면서 경서(經書)와 사서(史書)를 강론(講論)하고 치법(治法)과 정모(政謨)를 밝게 익혀서 위로는 종묘 사직의 중함을 생각하고 아래로는 백성들의 바람에 부응하는 것이 바로 이른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걱정하는 바이다. 임금이 아무리 존귀해도 조정의 신하를 무시하는 법은 없다. 더구나 대신은 오랜 경험과 나라를 위하는 정성을 가지고 모두 조종의 법을 받들고 있으며 도와서 이끄는 것도 또한 하늘을 공경하고 백성을 사랑하는 도리에서 벗어나지 않으니 반드시 예로 대하고 그들의 말을 새겨들어야 할 것이다. 지금 이 훈계는 나의 바람만이 아니라 바로 온 나라가 축원하고 있는 것이니, 공경하고 힘쓰라."

하였다. 상이 자리에서 내려와 직접 받았다.


  • 【원본】 5책 1권 5장 B면【국편영인본】 1책 123면
  • 【분류】
    왕실-국왕(國王) / 왕실-비빈(妃嬪)

    大王大妃, 以諺書, 訓戒于主上曰: "惟天惟祖宗默佑陰騭, 今於罔極之中, 五百年宗社, 幸有託付。 主上卽我仁祖血孫, 英宗旁支繼祖宗之統。 行祖宗之事, 則當法祖宗, 而敬天、愛民, 卽祖宗傳授之心法; 謹愼、節儉, 敬天、愛民之本也。 人主之一動一言, 皆係民生之苦樂, 民心卽天心, 豈可不念玆在玆乎? 自古聖帝明王, 多有生長于外, 熟知民間之事。 主上以天縱英明, 應有記念於前日聞見。 學古廣聰, 以爲謹愼、節儉之要, 惟勤講學而已。 雖沖年哀遑之時, 頻接臣僚, 講論經史, 明習治法政謨, 上念宗社之重, 下副民庶之望, 是所夙宵憧憧。 人主雖尊, 本無輕視朝臣之法。 況大臣以宿德體國之誠, 皆宜奉祖宗之法, 而輔導者, 亦不出敬天、愛民之道, 必須禮待服膺。 今此訓戒, 非徒予之蘄望而已, 卽擧國之所顒祝, 敬之勉之。" 上降座親受。


    • 【원본】 5책 1권 5장 B면【국편영인본】 1책 123면
    • 【분류】
      왕실-국왕(國王) / 왕실-비빈(妃嬪)