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왕 대비가 수렴 청정을 거두다
시임·원임 대신과 국구(國舅)를 희정당에서 불러 보았다. 대왕 대비전에서 말하기를,
"오늘부터 마땅히 수렴 청정(垂簾聽政)을 그만두기 때문에 유시를 내리지 않을 수 없다. 천지 사이에 다시 어찌 나와 같은 환경을 당한 자가 있겠는가? 이미 지나간 일은 이제 와서 차마 말할 수 없거니와 기유년139) 의 승하(昇遐)한 변을 당하여 어찌 잠시라도 세상에 살고 싶은 생각이 있었겠는가? 단지 종사(宗社)를 위하는 계책으로 마음을 억누르고 슬픔을 참았었다. 오직 우리 주상(主上)이 임어(臨御)하여 종사가 다시 안정되었으니, 불행중 다행하기 그지 없다. 주상은 춘추(春秋)가 이제 벌써 한창때여서 모든 정사(政事)를 총람(總攬)할 수 있으니, 어찌 이보다 더 경사스럽고 다행한 일이 있겠는가? 내가 여러 모로 어쩔 수 없는 형세로 인하여 이런 모든 부당한 일을 담당한 것이 3년이 되었다. 돌아보건대 어찌 일찍이 하루라도 마음이 편안하였겠는가? 이제는 정력(精力)이 미치지 못해 예사로운 일도 검찰(檢察)할 수가 없다. 비록 정력이 쇠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지금은 오히려 이런 기무(機務)에서 벗어나야 하는데, 더군다나 이 모양으로, 어찌 하루라도 억지로 하겠는가? 주상이 친히 총람하는 것은 국가의 큰 경사이니, 기쁜 마음이 어찌 끝이 있겠는가? 나의 수렴하고 유시하는 것을 오늘로 마치니, 여러 대신은 반드시 우리 주상을 잘 보필하라."·
하였다. 또 하교하기를,
"내가 오늘에 이르기를 기다린 것은 어찌 부질 없이 그랬겠는가? 바로 대전(大殿)을 위해서였으며, 대전을 위함은 바로 종사(宗社)를 위한 것이었소. 그래서 지금까지 그대로 해 왔으나 지금은 주상의 범절(凡節)이 무슨 일인들 못하겠는가? 모름지기 사양하지 말고 오직 백성과 나라를 생각하여 조심하고 삼가서 잘해 나가면 비단 나의 마음이 기쁠 뿐만 아니라 하늘에 계신 조종(祖宗)의 영혼 역시 반드시 기뻐하실 것이오. 주상의 아름다운 소문이 날로 넘쳐 조야(朝野)의 신민(臣民)이 함께 태평을 누리는 것이 소망이니, 후일 항상 내 말을 생각하여 털끝만큼도 방심하지 말고 끝가지 조심하오. 생각건대 이제 춘추가 정성(鼎盛)하여 전일에 비할 바가 아니니, 무슨 일인들 친히 총람하지 못하겠소? 이는 내가 깊이 생각한 일이니 반드시 잘 다스리도록 하오. 주상이 생각해 보오. 이 백성들은 모두 대전(大殿)을 우러르는 자들이며, 나라는 백성을 의지하고 백성들은 나라를 의지하는 것이오. 매양 큰 추위와 더위나 비에 시달리는 괴로움을 생각한다면 어느 때인들 잊을 수가 있겠는가? 마음을 이에 두고 잘 사랑하고 돌보도록 하오."
하고, 또 하교하기를,
"오늘부터 수렴 청정을 거두니 크고 작은 공사(公事)는 한결같이 주상이 총람하여 결단하는 것을 듣도록 하되, 근검(勤儉)으로서 세속을 이끌고 관엄(寬嚴)으로 중인(衆人)을 다스리며, 게다가 오직 하늘을 공경하고 열조(列祖)를 본받아 우리 백성을 보호하오. 이것이 우리 열조(列祖)의 가법(家法)이니, 주상은 힘쓰도록 하오. 조정의 신하들이 우리 주상을 착한 데로 인도하며, 우리 주상을 바르게 보필하는 데 이르러서는 죄가 있고 없음은 내가 비록 늙었더라도 듣지 못하고 살피지 못할 이치가 있겠는가? 나의 본심은 비단 조정의 신하뿐만 아니라 비록 미천한 사람이라 할지라도 오히려 죄에 걸리어들까 두려워하는 것이다. 진실로 용서하기 어려운 죄에 이르면 우리 성상(聖上)이 나의 근심하는 마음을 본받아서 결코 털끝만큼도 용서할 이치가 없을 것이다. 대소의 조정 신하들은 각기 조심하여 혹시 조금이라도 소홀함이 없도록 하라."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2책 3권 27장 B면【국편영인본】 48책 573면
- 【분류】왕실(王室)
- [註 139]기유년 : 1849 헌종 15년.
○己酉/召見時原任大臣國舅于熙政堂。 大王大妃殿曰: "自今日當撤簾, 故有不可不布諭者矣。 天地之間, 復豈有如予所値者哉? 已往經歷, 到今不忍說道, 而當己酉崩坼之變 豈有晷刻生世之念? 只爲宗社之計, 抑情忍慟, 惟我主上臨御, 宗社復安, 不幸之餘, 幸莫大焉。 主上春秋, 今已鼎盛, 可以總攬庶政, 豈有似此慶幸之事乎? 予因萬萬不已之勢, 當此萬萬不當之事, 拖至三年, 而顧何嘗一日安于中哉? 今則精力不逮, 尋常事務, 亦不能檢察, 雖精力不衰, 今時則猶當釋此機務, 況以此貌樣, 尤豈可一曰黽勉乎? 主上親摠國家之大慶也, 歡忭何極。 予之簾諭, 止於今日, 諸大臣必須善輔我主上也。" 又敎曰: "予之待到今日, 豈徒然哉? 卽爲大殿也, 爲大殿, 卽爲宗社也。 所以至今因循而今則主上凡節, 何事不做? 須勿辭巽, 惟思民國, 小心謹愼, 善爲做去, 則非但予心之欣喜, 祖宗在天之靈, 亦必悅豫矣。 主上令聞, 日以洋溢, 朝野臣民, 共享太平, 是所望也, 日後常思, 予言無或一毫放心, 極加惕念焉。 顧今春秋鼎盛, 非前日之比, 何事之不可親摠? 此是予深思之事, 必須善爲圖治焉。 主上試思之, 斯民也, 皆依仰於大殿者也, 國依民民依國。 每念祈寒暑雨之苦, 何時可能忘哉? 念玆在玆, 善爲愛恤焉。" 又敎曰: "自今日撤簾, 大小公事, 一聽主上總斷, 而勤儉, 所以導俗, 寬嚴, 所以御衆, 矧惟敬天法祖, 保我受民。 是我列朝家法, 主上其勉之。 至於朝臣之導迪我主上, 匡輔我主上, 其有罪無罪, 予雖老耄, 宜無未聞未察之理? 予之本心, 非但朝臣, 雖微賊之人, 猶恐罹於罪辜。 而苟至於罔赦難貸, 則以我聖上體予憂勤之心, 決無一毫饒貰之理。 大小廷臣, 其各惕念, 無或少忽。"
- 【태백산사고본】 2책 3권 27장 B면【국편영인본】 48책 573면
- 【분류】왕실(王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