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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종실록 3권, 철종 2년 9월 25일 정축 1번째기사 1851년 청 함풍(咸豊) 1년

인정전에 나아가 책비례를 행할 때의 교명문

인정전에 나아가 책비례(冊妃禮)를 행했으니, 교명문(敎命文)에 이르기를,

"건곤(乾坤)이 덕(德)을 합쳤으니 만물이 복재(覆載)하는 공(功)을 힘입었고, 일월(日月)이 나란히 빛났으니 팔표(八表)109) 에 왕화(王化)가 밝게 비치었다. 그렇기 때문에 제왕(帝王)이 나와 다스리는 데는 배필(配匹)을 말미암아 시작되었다. 〈변란(變亂)을〉 다스리는 신하 10인110) 가운데 부인(婦人)도 들어 있으니 어진 보좌(輔佐)를 힘입었고, 한결같이 집안을 바로잡아야 천하가 안정되었으니 어진 임금의 급선무가 된다. 나는 오직 은(殷)나라 무정(武丁)111) 같은 옛 업적을 이어받았으니, 주(周)나라 충자(冲子)112) 의 큰 책임을 담당하였다. 5백 년 이어온 부명(符命)을 어루만지니 하늘이 반드시 편안히 보전해 줄 것이며, 3천 리 넓은 구역(區域)이 둘렸으니, 편소(褊小)한 나라가 아니로다. 길이 짊어진 무거운 책임을 생각하면, 특히 내외(內外)가 함께 이루어 주기를 기다린다. 실가(室家) 두기를 원했으니 생각함이 간절하였고, 함께 종묘(宗廟)를 받들었으니, 내조(內助)를 바람이 깊었다. 이에 훌륭한 집안에서 널리 구하였고, 드디어 석원(碩媛)113) 을 두루 간택하였다. 아! 그대 김씨(金氏)교목 세신(喬木世臣)114) 의 집에서 단정히 자라, 증사(曾沙)115) 의 부서(符瑞)가 나타났다. 4세(世)의 명의(名義)를 주도(主導)하여 위로는 문정공(文正公)116) 의 대절(大節)을 본받았고, 동조(東朝)117) 의 가까운 친척으로서, 중(中)으로는 효현후(孝顯后)와 한 집안이다. 대개 선경(善慶)의 터전에서 자라나 유한(幽閑) 정정(貞靜)의 성품을 갖추었고, 게다가 시례(詩禮)를 이어받아 온혜(溫惠)·숙신(淑愼)의 의표(儀表)가 드러났다. 복서(卜筮)를 헤아려 보매 진실로 아름다웠고, 외진 곳에 가서 물어 보아도 다 기뻐하였다. 중대한 육례(六禮)를 갖추어 존귀한 왕비(王妃)를 삼기에 마땅하고, 백가지 복의 근원을 맞이했으니 실로 헌룡(軒龍)의 상서(祥瑞)와 부합되었다. 이에 연길(涓吉)의 의례를 갖추어 왕비에 책봉한다.

그대는 아름다운 명성을 빛내기에 힘쓰고, 음교(陰敎)를 널리 펴도록 하라. 엄숙한 제사를 받들어서는 공경하고 두려워하는 정성을 다하고, 침선(寢膳)을 물을 때는 온화한 모습을 간직하였다. 한 가지 덕(德)도 게을리하지 않았으니 계명(鷄鳴)118) 의 잠계(箴戒)를 들려주기를 기다리고, 만가지 복록(福祿)이 모아졌으니 반드시 인지(麟趾)119) 의 응험이 이를 것이다. 아! 오직 효경(孝敬)이 세속의 모범이 되고, 겸충(謙冲)만이 복을 받게 된다. 음양(陰陽)이 조화되니 백성과 만물(萬物)이 모두 성취되고, 조석으로 부지런하면 하늘의 복록이 성대히 이를 것이다. 크게 황상 원길(黃裳元吉)120) 의 융성함을 실천하니, 길이 주불 사황(朱芾斯皇)121) 의 경사를 행할 것이다. 이에 교시(敎示)하노니, 마땅히 모두들 알지어다."

하였다. 【대제학(大提學) 조두순(趙斗淳)이 지었다.】 옥책문(玉冊文)에 이르기를,

"관저(關雎)122) 가 왕도(王道)의 터전이 되었으니 주남(周南)의 교화가 집안과 나라를 다스렸고, 곤상(坤象)이 건원(乾元)에 화협하였으니 주역[羲經]의 점괘에 내외(內外)를 바로잡았다. 이에 어진 보좌(輔佐)의 아름다운 덕은 바로 인륜(人倫)의 시작이다. 이에 이장(彝章)을 상고하여 곧 옥책문(玉冊文)을 선포한다. 그대 김씨는 충량(忠良)한 화벌(華閥)의 후예요, 시례(詩禮)의 세가(世家) 명문(名門)이다. 견매(俔妹)123) 의 아름다운 명성이 일찍이 드러났고, 성모(聖母)의 휘음(徽音)을 계승하기를 생각하였다. 단아(端雅)하고 근신(謹愼)하며, 유순하고 온공(溫恭)하였다. 자나깨나 좋은 짝을 구하였는데 하늘이 즉위(卽位)의 초두에 짝을 맺어 주었고, 숙덕(淑德)을 간택하여 장추전(長秋殿)124) 에서 중궁(中宮)의 자리에 오름이 마땅하였다. 이에 지극히 존엄함에 짝하게 되어 마침내 주량(舟梁)의 예(禮)를 거행하였다. 형패(珩珮)는 구장복(九粧服)125) 에 어울렸으니, 음공(陰功)이 바탕이 되었고, 빈번(蘋蘩)126) 으로써 아천(亞薦)127) 의 의식(儀式)을 주장했으니 방전(邦典)을 갖추었다. 귀서(龜筮)가 길(吉)하다 하니, 여러 사람의 순의(詢議)도 찬동(贊同)하였고, 적유(翟褕)128) 가 빛나니 물채(物采)는 아름다운 수식(修飾)에 밝았다. 백복(百福)의 근원이 이에 시작되었고, 이요(二曜)129) 는 일제히 빛을 발하였다. 이에 사신(使臣) 영중추부사(領中樞府事) 정원용(鄭元容)과 행 용양위 대호군(行龍驤衛大護軍) 서좌보(徐左輔)를 보내어 절(節)을 지니고 예(禮)를 갖추어 왕비로 책봉하노라. 아! 오직 부지런하고 검소함으로 곤위(壼闈)에 임하고, 효경(孝敬)으로 가르침을 받들게 하라. 계명장(鷄鳴章)의 경계를 마음에 새겼으니, 만기(萬機)의 내조(內助)에 힘썼고, 자손(子孫)이 번성하여 후예(後裔)가 천억(千億)으로 늘어나리로다. 방유(芳猷)130) 를 모두가 송축하니, 큰 복록(福祿)이 길이 편안할 것이다. 이에 교시(敎示)하노니, 마땅히 모두들 알지어다."

하였다. 【지중추부사(知中樞府事) 서기순(徐箕淳)이 지었다.】


  • 【태백산사고본】 2책 3권 23장 A면【국편영인본】 48책 571면
  • 【분류】
    왕실(王室) / 어문학-문학(文學)

  • [註 109]
    팔표(八表) : 팔방(八方)의 끝.
  • [註 110]
    〈변란(變亂)을〉 다스리는 신하 10인 : 주 무왕(周武王) 때에 어지러운 세상을 다스릴 수 있는 신하[亂臣] 10인이 있었는데 문왕(文王)의 비(妃)이며 무왕의 어머니인 태사(太似)도 10인 중에 1인으로 끼어 있었음.
  • [註 111]
    은(殷)나라무정(武丁) : 쇠약해지는 은 왕조(殷王朝)를 중흥시킨 은 고종(殷高宗)을 말함.
  • [註 112]
    주(周)나라충자(冲子) : 어린 나이에 즉위하여 치적을 남긴 주 성왕(周成王)을 말함.
  • [註 113]
    석원(碩媛) : 훌륭한 규수.
  • [註 114]
    교목 세신(喬木世臣) : 대대로 나라에 훈공을 세운 가문.
  • [註 115]
    증사(曾沙) : 귀(貴)한 여인(女人)이 태어날 징조를 말함. 춘추 시대(春秋時代) 사록(沙麓)이 무너지자 진(晋)나라의 사관(史官)이 점치기를 6백 45년 후에 귀녀(貴女)가 태어날 징조라고 예언했다는 고사.
  • [註 116]
    문정공(文正公) : 김상헌(金尙憲).
  • [註 117]
    동조(東朝) : 대왕 대비(大王大妃).
  • [註 118]
    계명(鷄鳴) : 왕비가 임금이 정사(政事)에 부지런하도록 내조(內助)하는 것을 말함. 《모시(毛詩)》에 의하면, 제(齊)나라 애공(哀公)이 황음(荒淫)하자 현비(賢妃)가 새벽에 닭이 울고 동녘이 밝았으니 정청(政廳)에 나아가라고 권고(勸告)한 데에서 나온 것임.
  • [註 119]
    인지(麟趾) : 주(周)나라 문왕(文王)의 후비(后妃)의 덕(德)이 자손 종족(子孫宗族)까지 선화(善化)한 까닭에, 황후(皇后)·황태후(皇太后)의 덕(德)을 가리키는 말임. 《시경(詩經)》 주남(周南) 인지(麟趾)장에서 시인이 후비의 덕을 노래하였음.
  • [註 120]
    황상 원길(黃裳元吉) : 《주역(周易)》 곤괘(坤卦) 육오(六五)의 효사(爻辭)인데, 왕후(王后)의 정위(正位)를 뜻함.
  • [註 121]
    주불 사황(朱芾斯皇) : 붉은 슬갑(膝甲)이 빛난다는 뜻으로 남자가 입고 군왕(君王)이 됨을 말함. 《시경(詩經)》 사간(斯干)장에 보임.
  • [註 122]
    관저(關雎) : 《시경(詩經)》 주남(周南)의 편명.
  • [註 123]
    견매(俔妹) : 하늘에 비유할 여인상.
  • [註 124]
    장추전(長秋殿) : 왕후가 거처하는 궁전을 뜻함.
  • [註 125]
    구장복(九粧服) : 왕비의 복장.
  • [註 126]
    빈번(蘋蘩) : 제수(祭需)의 장만을 뜻함.
  • [註 127]
    아천(亞薦) : 아헌(亞獻).
  • [註 128]
    적유(翟褕) : 왕비의 복장.
  • [註 129]
    이요(二曜) : 일월(日月).
  • [註 130]
    방유(芳猷) : 아름다운 모책.

○丁丑/御仁政殿, 行冊妃禮, 敎命文曰:

"乾坤合德, 萬品資覆載之功, 日月儷明, 八表宣臨照之化。 故帝王之出治, 繇配匹而造端。 十亂臣婦人與焉, 良佐是賴, 一正家天下定矣, 哲辟所先。 予惟殷武丁舊勞, 玆有沖子丕責。 撫五百年綿籙, 天必欲全安, 匝三千里洪區, 國不是褊小。 永念負荷之至重, 特須內外之相成。 願爲之有室家, 思服也切, 可與共承宗廟, 望助者深。 廼旁求於高門, 遂歷選於碩媛。 咨爾金氏喬木毓秀, 曾沙呈符。 四世名義之宗, 上溯文正公大節, 東朝親懿之近, 中與孝顯后同房。 蓋其善慶攸基, 鍾幽閑貞靜之況復詩禮所襲, 著溫惠淑愼之儀, 稽卜筮而允臧, 詢陬澨而普悅。 備六禮重宜正褕翟之尊, 迓百福原, 實叶軒龍之瑞。 玆涓吉備儀, 冊封爲王妃, 爾其懋昭嘉聞, 弘敷陰敎。 相嚴禋則殫祗栗之誠, 問寢膳則盡怡愉之度。 一德靡懈, 佇聞鷄鳴之箴, 萬祿是遒, 必致麟趾之應。 於戲! 惟孝敬可以範, 俗惟謙沖可以受祺。 惟陰陽交須, 民物咸濟惟朝夕克謹, 天休鼎臻。 誕履黃裳元吉之隆, 永膺朱芾斯皇之慶。 故玆敎示, 想宜知悉。" 【大提學趙斗淳製】

玉冊文曰:

"關雎基王道, 周化所以御家邦, 坤象協乾元, 羲繇所以正外內。 肆賢佐之媲德, 卽人倫之造端。 式稽彝章, 載宣顯冊。 咨爾金氏, 忠良華冑, 詩禮名門。 俔妹之令聞夙彰, 聖母之徽音思纉。 端莊惠愼, 柔嘉懿恭。 寤寐好逑, 天作合於初載, 揀掄淑德, 位宜正於長秋。 玆膺儷極之尊, 遂擧造舟之禮。 珩珮配九章之服, 陰功有資, 蘋蘩主亞薦之儀, 邦典克備。 龜筮云吉, 詢議叶於僉從, 翟褕斯皇, 物采昭於崇飾。 百福之原攸始, 二曜之明齊輝。 玆遣使臣領中樞府事鄭元容, 行龍驤衛大護軍徐左輔, 持節備禮, 冊命爲王。 妃於戲! 惟勤儉以臨壼闈, 惟孝敬以奉訓則。 鷄鳴佩警, 懋內助於萬幾, 螽羽綿禧, 裕後昆於千億。 尙芳猷之咸頌, 誕景祿之永綏。 故玆敎示, 想宜知悉。" 【知中樞府事徐箕淳製】


  • 【태백산사고본】 2책 3권 23장 A면【국편영인본】 48책 571면
  • 【분류】
    왕실(王室) / 어문학-문학(文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