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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종실록6권, 헌종 5년 1월 22일 기미 2/2 기사 / 1839년 청 도광(道光) 19년

죄인을 수범·종범 구분없이 처벌하는 것의 정당성을 아뢴 판의금 김이재의 상소

국역

판의금(判義禁) 김이재(金履載)가 상소(上疏)하기를,

"상역(象譯) 두 죄인(罪人)이 마침내 모두 자복(自服)하였습니다. 그런데 삼가 성명(成命)을 받들어 여러 대신(大臣)들에게 율(律)을 의논하였더니, 대신의 헌의(獻議)에서 두 죄인의 수범(首犯)과 종범(從犯)을 구분하지 않았다 하여 헌의(獻議)하기를, ‘크게 옥체(獄體)에 어긋난다.’ 하였고, 또 말하기를, ‘이 죄안(罪案)은 수범과 종범이 없을 수 없는데, 고르게 죄주면 실출(失出)009) 하는 것이 되고, 율(律)을 똑같이 적용하면 실입(失入)010) 하는 것이 된다.’고 하였습니다. 대저 이 옥사는 신이 실제로 안찰(按察)하였는데, 옥사를 안찰하면서 옥체(獄體)를 잃었다면 직무를 이행하지 못한 것이 되나, 실출(失出)하거나 실입(失入)하는 것은 중죄(重罪)를 범한 것입니다. 비록 대신들이 충후(忠厚)하여 단지 그 잘못만을 논하고 그 죄는 청하지 않았으나, 신은 마음속으로 부끄럽고도 두려워서 진실로 몸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오직 부월(鈇鉞)의 주벌(誅罰)만 기다릴 따름이니, 바라건대, 동조(東朝)께 우러러 품의(稟議)하여 빨리 신의 직임을 체차(遞差)하시고, 인하여 신의 죄를 다스리게 하소서.

대저 형법(刑法)이란 군왕이 신중하고도 엄중히 하는 바입니다. 조문(條文)을 세우고 밝힌 것이 비교적 일정하다 하더라도 훗날 이를 준용(遵用)하는 자가 오히려 간혹 득실(得失)이 있는 것인데, 더구나 한 번 이설(異說)이 있어서 그 중간에 참작하여 시행하게 되면, 점차 더욱 의혹하고 현란하여 털끝만한 작은 차이로 인해 천리의 크고 먼 착오를 일으키게 됨으로써 장차 형벌(刑罰)이 적중하지 못한 데 이르게 될 것이니, 어찌 크게 우려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신이 전일에 의계(議啓)하기를, ‘법문(法文)을 상고해 보건대, 수범과 종범을 구분하는 경우가 있고, 또한 수범과 종범을 구분하지 않는 경우가 있는데, 구분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 구분하지 않거나 구분할 수 없는 부분을 억지로 구분하는 것은 모두 정위평(廷尉平)011) 의 논의가 아닙니다.’ 하였는데, 이것은 신의 억설(臆說)이 아니고, 바로 법문(法文) 가운데 구분해야 할 것과 구분하지 않아야 할 것이 있다는 두 조문에 의거하여 말했던 것입니다. 대개 죄를 범한 자가 한 사람에 그치지 않는다면, 많은 사람이 함께 범한 가운데에는 반드시 정적(情迹)에 있어 피차가 다른 것이 있고, 죄범(罪犯)에도 경중(輕重)의 차이가 있을 것이니, 수범과 종범의 구분이 없을 수 없는 것입니다. 따라서 수범은 수율(首律)을 따르고, 종범은 감율(減律)하는 의논을 따라야 하니, 이는 진실로 성왕(聖王)의 흠휼(欽恤)하는 뜻이므로, 법문(法文)에 밝혀져 있습니다. 수범과 종범을 구분하는 것이 많은데, 예컨대 투구(鬪毆)·살상(殺傷)·위조(僞造) 이하 수백 개의 조문을 죄다 셀 수가 없는 것이 이것이며, 또한 간혹 정적에 있어서도 피차의 다름이 없고 죄범에 있어서도 경중의 차이가 없으면, 그 수범과 종범을 변별(辨別)할 수가 없으므로, 율 또한 똑같이 감단(勘斷)하는 것입니다. 반역(反逆)·모반(謀叛)012) 을 꾀하고, 요서(妖書)·요언(妖言)을 지어내고, 일이 군기(軍機)와 전량(錢糧)에 관계되는 제서(制書)를 도둑질하고, 내부(內府)의 재물을 강도질하여 재물을 얻는 따위의 약간의 조문이 이것입니다. 그러므로 법문(法文) 가운데 수범과 종범을 구분하지 않는 한 과조(科條)를 따로 세웠으니, 이 또한 없어서는 안되는 것입니다. 지금 헌의(獻義)한 것을 보건대, 이르기를, ‘옥사(獄事)에는 수범과 종범이 없을 수 없다.’ 하였고, 또 이르기를, ‘옥사가 있는데 수범과 종범이 없는 것은 옥체(獄體)가 아니다.’ 하였습니다. 그렇다면 법문 가운데 수범과 종범을 구분하지 않는다는 한 조항은 삭제하는 것이 옳은데, 이 조항을 삭제한다면 반역(叛逆)·모반(謀叛)·도둑질·겁략(劫掠) 등의 죄범이 함께 모의하고 함께 죄를 범한 자들이 비록 수십백인이 있다 하더라도 수악(首惡)을 주살(誅殺)하는 데 그친다면, 나머지는 모두 감면(減免)해야 할 것이니, 이와 같이 하고 어떻게 포악한 무리를 징계하고 소란스러운 일들을 막겠습니까? 이는 크게 우려할 만한 첫 번째 일입니다.

또 이르기를, ‘율문(律文) 가운데 참형(斬刑)·교형(絞刑)의 여러 조항에 수범과 종범을 구분하지 않은 것은 곧 수범과 종범에게 아울러 본율(本律)을 적용함을 말하는 것이요, 죄의 수범과 종범을 애초부터 구분하지 않는 것을 이르는 것이 아닙니다. 만약 그렇다면 무엇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쉽게 알도록 수범과 종범을 모두 참형·교형에 처한다고 하지 않고 반드시 말하기를, ‘수범과 종범을 구분하지 않는다.’고 하였으며, 또 이미 수범과 종범을 구분해 놓고 본율을 적용한다면 법문 가운데 종범은 감등(減等)한다는 문구를 간개(刊改)해야 옳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 조문을 간개한다면 투구·살상·위조와 같이 그 수범도 있고 종범도 있어서 비록 수십백인에 이른다 하더라도 수범과 종범이 모두 주륙(誅戮)을 면할 수 없을 것이니, 이와 같이 한다면 사람들이 어떻게 그 삶을 보전할 수 있겠습니까? 이는 크게 우려할 만한 두 번째의 일입니다.

헌의에 또 말하기를, ‘이 옥사의 정황은 일찍이 주객(主客)의 형세가 없지 않았다.’ 하고, 또 말하기를, ‘계달한 말을 고치려고 도모하였다.’고 하였는데, 이것은 과연 누구를 위해 한 것입니까? 일에는 본말(本末)이 있고 계책에는 주객(主客)이 있는 법인데, 이제 주객을 가지고 말하면서 ‘형세’를 말하고 ‘계책’을 말한 것은 그 지목하고 귀속되는 곳이 있음을 볼 수 있습니다. 대개 저 두 죄수 가운데 한 사람은 한역(漢譯)이고 한 사람은 왜역(倭譯)인데, 바다를 건너가 강정(講定)하는 등의 일은 왜역의 임무이므로, 주객의 형세를 가지고 논하고 일을 맡은 계책을 가지고 지목한 것이니, 이는 자기의 의사를 미루어서 모색(摸索)한 말입니다. 그러나 신은 달리 듣고 본 것이 없고, 단지 직접 대면해 질문하여 공초(供招)한 것을 가지고 그 실정을 알아냈는데, 계사(啓辭)를 고칠 때 서로 문답(問答)하며 한마음으로 주무(綢繆)한 것과 장계(狀啓)를 환송(還送)시킬 것을 함께 지휘(指揮)했던 일을 한결같은 말로 자백하였으니, 정적이 이미 똑같고 죄범(罪犯)도 균등하여 실상 말할 만한 경중(輕重)이 없었으므로, 마침내 율문(律文) 가운데 수범과 종범을 구분하지 않는 조항을 원용(援用)하여 아룀이 마땅하다고 여겼던 것입니다. 따라서 정당함을 잃은 것이 있으면 묘당(廟堂)에서 아뢰고 대간(臺諫)이 평론(評論)하여 그 관원을 체개(遞改)하고 그 형신(刑訊)하고 의언(議讞)한 것을 고치는 것이 또한 어찌 명백하고 엄정(嚴正)하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지금은 그렇게 하지 않고 곧 죄수가 모두 자복(自服)한 데 대해 해당되는 율(律)을 마련하자는 의논에 따로 덧붙여 진달하면서 한갓 죄수가 공초한 이외의 것을 자기 의중대로 미루어 모색하는 말을 하며 외모로 상고하여 상세히 조사하고 진실 그대로 틀림없게 이미 이루어진 옥사에 의아심을 갖고 있으니, 이와 같이 한다면 옛부터 형옥(刑獄)을 다스리면 치대(置對)013) 하여 공사(供辭)를 받는 법은 폐기함이 가할 것이며, 이를 폐기한다면 장차 옥사에는 완비된 문안(文案)이 없고 형벌(刑罰)에는 정해진 율(律)이 없게 될 것입니다. 따라서 출입(出入)은 오직 청문(聽聞)만을 증빙으로 해야 하고, 죄의 경중은 부회(傅會)하는 데 많이 달려 있게 될 것이므로, 죄를 범한 바가 있는데도 혹 벗어나고, 허물이 없는데도 죄에 걸려들게 될 것이니, 백성들은 어떻게 그 수족(手足)을 놀리겠습니까? 이 또한 크게 우려할 만한 세 번째 일입니다.

아! 저 보잘것없는 상역(象譯)의 무리가 방자하고도 간휼(奸譎)하여 용서받지 못할 죄를 함께 범하였으므로, 신은 피차의 정적이 다를 바 없어서 아울러 중벽(重辟)에 두면, 더욱 엄중하게 간악한 무리를 징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였습니다. 큰 강령(綱領)이 이미 바르면 수범과 종범의 차등을 두어 구분하는 것과 같은 일은 오히려 자질구레한 일에 속할 뿐인데, 이제 덧붙여 진달하면서 많은 사설을 허비해 가며 간절하게 말씀드리는 것은 대부분 이에 있으니, 신의 어리석고도 얕은 소견으로는 감히 알 바가 아닙니다. 다만 생각하건대, 옥사가 있으면 반드시 수범과 종범이 있어야 하겠지만, 비록 수범·종범이 있다 하더라도 아울러 본율을 적용하는 것이 죄다 율문(律文)의 본뜻에 적합하지 않을 듯하다고 한다면, 진실로 옥사를 결단하는 데 의혹과 현란을 야기할 우려가 없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외람되고도 망령됨을 헤아리지 않은 채 대략 이렇게 진달하여 훗날 의언(議讞)하는 자가 참고하여 변정(辨正)하는 데 대비함으로써 착오(錯誤)된 곳이 없게 한다면, 그 형정(刑政)에 있어 혹 조금은 도움됨이 없지 않을 것입니다."

하니, 비답(批答)하기를,

"무릇 형정에 있어서 각각 그 의견을 진달(陳達)하는 것은 진실로 좋으나, 지금 말한 것은 너무 스스로 옳음을 주장하는 데 관계된다. 그러나 어찌 사체(事體)를 생각지 않아서 그러하였겠는가?"

하였다.

  • [註 009] 실출(失出) : 죄는 무거운데 형벌은 가벼운 것.
  • [註 010] 실입(失入) : 죄는 가벼운데 형벌은 무거운 것.
  • [註 011] 정위평(廷尉平) : 형옥을 맡은 진(秦)·한(漢) 때의 벼슬 이름.
  • [註 012] 모반(謀叛) : 십악(十惡)의 첫 번째 죄. 나라와 임금을 저버리고 적국(賊國)을 따르는 것. 《대명률(大明律)》 명례편(名例篇) 십악 모반조(十惡謀叛條) 주(注)에, "본국을 저버리고 몰래 다른 나라를 따르는 것을 꾀한 것이다.[謀背本國 潛宗他國]" 하였음.
  • [註 013] 치대(置對) : 상대하여 서로 질문함.

원문

○判義禁金履載疏曰:

象譯兩囚, 竟皆自服。 謹奉成命, 議律於諸大臣, 則大臣獻議, 以兩囚之不分首從, 曰 ‘大非獄體,’ 又曰, ‘此案不可無首從, 均罪則失出也, 同律則失入也。’ 夫是獄, 臣實按之, 按獄而失獄體則不職也, 失出而失入則重犯也。 縱大僚忠厚, 只論其失, 不請其罪, 臣心慙懼, 實無所容措。 惟俟鈇鉞之誅, 乞仰稟東朝, 亟遞臣職, 仍治臣罪。 夫刑法者, 王者之所愼重也。 立條著文, 較若畫一, 而後之遵用者, 猶或有得失, 況一有異說, 參行於其間, 則轉益疑眩, 差毫謬千, 將至於刑罰不中, 豈不大可憂哉? 臣之前日議啓, 曰 ‘稽之法文, 有分首從者, 亦有不分首從者, 於其可分處不分, 與其不可分處强分, 俱非廷尉平之,’ 議者非臣臆說, 卽據法文中分與不分, 有兩條而言者也。 蓋犯罪者, 不止一人, 則多人共犯之中, 必有情跡彼此之殊, 罪犯輕重之差, 則不可無首從之分。 而首從首律, 從從減論, 此固聖王欽恤之意。 故著于法文, 分首從者居多, 如鬪驅、殺傷、僞造, 以下數百條, 不可悉數者是也, 亦或有情跡無彼此之殊, 罪犯無輕重之差, 則無以別其首從, 而律亦同勘。 如謀反逆、謀叛, 造妖書、妖言, 盜制書事于軍機錢糧, 盜內府財物强盜得財之類若干條是也。 故法文中別立不分首從之一科, 是亦不可無者也。 今見獻議有曰, ‘獄不可無首從,’ 又曰, ‘有獄而無首從, 非獄體也。’ 然則法文中, 不分首從一條, 可刪去也, 刪去此條, 則如反叛、盜劫, 同謀共犯者, 雖有數十百人, 誅止首惡, 則餘皆減免, 如此則何以懲暴而防亂乎? 大可憂者一也。 又曰, ‘律文中斬紋諸條, 不分首從者, 卽首從竝用本律之謂也, 非謂罪之首從, 初不分也。 若然則何不使人易知云, 首與從皆斬絞, 而必曰, ‘不分首從乎?’ 且旣分首從, 而竝用本律, 則法文中爲從者減等之文, 可刊改也。 刊改此文, 則如鬪驅、殺傷、僞造之有首有從者, 雖至數十百人, 首與從, 皆不得免戮也, 如此則人何以得保其生乎? 大可憂者二也。 獻議又曰, ‘此獄事情, 未嘗無主客之勢,’ 又曰, ‘圖改啓語,’ 其果爲誰地乎? 事有本末, 計有主客, 今以主客爲言, 而曰勢曰計者, 可見其指屬之有在。 蓋彼兩囚, 一則漢譯, 一則倭譯, 而渡海講定等事, 倭譯之任, 故論以主客之勢, 指以任事之計, 此則意推摸索之言。 而若臣則無他聞見, 只以其面質口招, 得其情實, 改啓之相與問答, 一心綢繆, 還啓之共爲指揮, 一辭輸款則情跡旣同, 罪犯惟均, 實無輕重之可言, 故遂援律文中不分首從之條, 以爲奏當。 苟有失當, 廟啓臺評, 改其官而更其訊讞, 亦豈不明白嚴正? 而今則不然, 乃於罪囚, 皆服當律磨鍊之議, 另有附陳, 徒以囚供以外, 意推摸索之言, 然疑於貌稽, 審覈眞的已成之獄, 如是則, 自古治刑獄置對受辭之法, 可廢棄也, 此而廢棄, 則其將獄無完案, 刑無定律。 出入惟憑於聽聞, 輕重多在於傅會, 有犯而或逭, 非辜而亦罹, 民何所措其手足乎? 大可憂者三也。 噫! 彼幺麽象譯之類, 縱恣姦譎, 共犯罔赦之罪, 臣謂無有彼此, 竝置重辟, 則可以益嚴於懲奸戢惡矣。 大綱旣正, 則如爲首爲從之差等分介, 猶屬細故, 今此附陳之費辭惓惓者, 多在於是, 則非臣愚淺所敢知也。 但念有獄必有首從, 雖有首從而竝用本律, 似未盡合於律文本旨, 則誠不無斷獄疑眩之憂。 故不揆僭妄, 略此敷陳, 以備後來議讞者參考辨正, 無爲錯誤之地, 則其於刑政, 或不無少補焉耳。"

批曰: "凡有刑政, 各陳其意誠好矣, 今此所言, 太涉自是。 豈不念事體而然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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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종실록6권, 헌종 5년 1월 22일 기미 2/2 기사 / 1839년 청 도광(道光) 19년

죄인을 수범·종범 구분없이 처벌하는 것의 정당성을 아뢴 판의금 김이재의 상소

국역

판의금(判義禁) 김이재(金履載)가 상소(上疏)하기를,

"상역(象譯) 두 죄인(罪人)이 마침내 모두 자복(自服)하였습니다. 그런데 삼가 성명(成命)을 받들어 여러 대신(大臣)들에게 율(律)을 의논하였더니, 대신의 헌의(獻議)에서 두 죄인의 수범(首犯)과 종범(從犯)을 구분하지 않았다 하여 헌의(獻議)하기를, ‘크게 옥체(獄體)에 어긋난다.’ 하였고, 또 말하기를, ‘이 죄안(罪案)은 수범과 종범이 없을 수 없는데, 고르게 죄주면 실출(失出)009) 하는 것이 되고, 율(律)을 똑같이 적용하면 실입(失入)010) 하는 것이 된다.’고 하였습니다. 대저 이 옥사는 신이 실제로 안찰(按察)하였는데, 옥사를 안찰하면서 옥체(獄體)를 잃었다면 직무를 이행하지 못한 것이 되나, 실출(失出)하거나 실입(失入)하는 것은 중죄(重罪)를 범한 것입니다. 비록 대신들이 충후(忠厚)하여 단지 그 잘못만을 논하고 그 죄는 청하지 않았으나, 신은 마음속으로 부끄럽고도 두려워서 진실로 몸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오직 부월(鈇鉞)의 주벌(誅罰)만 기다릴 따름이니, 바라건대, 동조(東朝)께 우러러 품의(稟議)하여 빨리 신의 직임을 체차(遞差)하시고, 인하여 신의 죄를 다스리게 하소서.

대저 형법(刑法)이란 군왕이 신중하고도 엄중히 하는 바입니다. 조문(條文)을 세우고 밝힌 것이 비교적 일정하다 하더라도 훗날 이를 준용(遵用)하는 자가 오히려 간혹 득실(得失)이 있는 것인데, 더구나 한 번 이설(異說)이 있어서 그 중간에 참작하여 시행하게 되면, 점차 더욱 의혹하고 현란하여 털끝만한 작은 차이로 인해 천리의 크고 먼 착오를 일으키게 됨으로써 장차 형벌(刑罰)이 적중하지 못한 데 이르게 될 것이니, 어찌 크게 우려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신이 전일에 의계(議啓)하기를, ‘법문(法文)을 상고해 보건대, 수범과 종범을 구분하는 경우가 있고, 또한 수범과 종범을 구분하지 않는 경우가 있는데, 구분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 구분하지 않거나 구분할 수 없는 부분을 억지로 구분하는 것은 모두 정위평(廷尉平)011) 의 논의가 아닙니다.’ 하였는데, 이것은 신의 억설(臆說)이 아니고, 바로 법문(法文) 가운데 구분해야 할 것과 구분하지 않아야 할 것이 있다는 두 조문에 의거하여 말했던 것입니다. 대개 죄를 범한 자가 한 사람에 그치지 않는다면, 많은 사람이 함께 범한 가운데에는 반드시 정적(情迹)에 있어 피차가 다른 것이 있고, 죄범(罪犯)에도 경중(輕重)의 차이가 있을 것이니, 수범과 종범의 구분이 없을 수 없는 것입니다. 따라서 수범은 수율(首律)을 따르고, 종범은 감율(減律)하는 의논을 따라야 하니, 이는 진실로 성왕(聖王)의 흠휼(欽恤)하는 뜻이므로, 법문(法文)에 밝혀져 있습니다. 수범과 종범을 구분하는 것이 많은데, 예컨대 투구(鬪毆)·살상(殺傷)·위조(僞造) 이하 수백 개의 조문을 죄다 셀 수가 없는 것이 이것이며, 또한 간혹 정적에 있어서도 피차의 다름이 없고 죄범에 있어서도 경중의 차이가 없으면, 그 수범과 종범을 변별(辨別)할 수가 없으므로, 율 또한 똑같이 감단(勘斷)하는 것입니다. 반역(反逆)·모반(謀叛)012) 을 꾀하고, 요서(妖書)·요언(妖言)을 지어내고, 일이 군기(軍機)와 전량(錢糧)에 관계되는 제서(制書)를 도둑질하고, 내부(內府)의 재물을 강도질하여 재물을 얻는 따위의 약간의 조문이 이것입니다. 그러므로 법문(法文) 가운데 수범과 종범을 구분하지 않는 한 과조(科條)를 따로 세웠으니, 이 또한 없어서는 안되는 것입니다. 지금 헌의(獻義)한 것을 보건대, 이르기를, ‘옥사(獄事)에는 수범과 종범이 없을 수 없다.’ 하였고, 또 이르기를, ‘옥사가 있는데 수범과 종범이 없는 것은 옥체(獄體)가 아니다.’ 하였습니다. 그렇다면 법문 가운데 수범과 종범을 구분하지 않는다는 한 조항은 삭제하는 것이 옳은데, 이 조항을 삭제한다면 반역(叛逆)·모반(謀叛)·도둑질·겁략(劫掠) 등의 죄범이 함께 모의하고 함께 죄를 범한 자들이 비록 수십백인이 있다 하더라도 수악(首惡)을 주살(誅殺)하는 데 그친다면, 나머지는 모두 감면(減免)해야 할 것이니, 이와 같이 하고 어떻게 포악한 무리를 징계하고 소란스러운 일들을 막겠습니까? 이는 크게 우려할 만한 첫 번째 일입니다.

또 이르기를, ‘율문(律文) 가운데 참형(斬刑)·교형(絞刑)의 여러 조항에 수범과 종범을 구분하지 않은 것은 곧 수범과 종범에게 아울러 본율(本律)을 적용함을 말하는 것이요, 죄의 수범과 종범을 애초부터 구분하지 않는 것을 이르는 것이 아닙니다. 만약 그렇다면 무엇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쉽게 알도록 수범과 종범을 모두 참형·교형에 처한다고 하지 않고 반드시 말하기를, ‘수범과 종범을 구분하지 않는다.’고 하였으며, 또 이미 수범과 종범을 구분해 놓고 본율을 적용한다면 법문 가운데 종범은 감등(減等)한다는 문구를 간개(刊改)해야 옳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 조문을 간개한다면 투구·살상·위조와 같이 그 수범도 있고 종범도 있어서 비록 수십백인에 이른다 하더라도 수범과 종범이 모두 주륙(誅戮)을 면할 수 없을 것이니, 이와 같이 한다면 사람들이 어떻게 그 삶을 보전할 수 있겠습니까? 이는 크게 우려할 만한 두 번째의 일입니다.

헌의에 또 말하기를, ‘이 옥사의 정황은 일찍이 주객(主客)의 형세가 없지 않았다.’ 하고, 또 말하기를, ‘계달한 말을 고치려고 도모하였다.’고 하였는데, 이것은 과연 누구를 위해 한 것입니까? 일에는 본말(本末)이 있고 계책에는 주객(主客)이 있는 법인데, 이제 주객을 가지고 말하면서 ‘형세’를 말하고 ‘계책’을 말한 것은 그 지목하고 귀속되는 곳이 있음을 볼 수 있습니다. 대개 저 두 죄수 가운데 한 사람은 한역(漢譯)이고 한 사람은 왜역(倭譯)인데, 바다를 건너가 강정(講定)하는 등의 일은 왜역의 임무이므로, 주객의 형세를 가지고 논하고 일을 맡은 계책을 가지고 지목한 것이니, 이는 자기의 의사를 미루어서 모색(摸索)한 말입니다. 그러나 신은 달리 듣고 본 것이 없고, 단지 직접 대면해 질문하여 공초(供招)한 것을 가지고 그 실정을 알아냈는데, 계사(啓辭)를 고칠 때 서로 문답(問答)하며 한마음으로 주무(綢繆)한 것과 장계(狀啓)를 환송(還送)시킬 것을 함께 지휘(指揮)했던 일을 한결같은 말로 자백하였으니, 정적이 이미 똑같고 죄범(罪犯)도 균등하여 실상 말할 만한 경중(輕重)이 없었으므로, 마침내 율문(律文) 가운데 수범과 종범을 구분하지 않는 조항을 원용(援用)하여 아룀이 마땅하다고 여겼던 것입니다. 따라서 정당함을 잃은 것이 있으면 묘당(廟堂)에서 아뢰고 대간(臺諫)이 평론(評論)하여 그 관원을 체개(遞改)하고 그 형신(刑訊)하고 의언(議讞)한 것을 고치는 것이 또한 어찌 명백하고 엄정(嚴正)하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지금은 그렇게 하지 않고 곧 죄수가 모두 자복(自服)한 데 대해 해당되는 율(律)을 마련하자는 의논에 따로 덧붙여 진달하면서 한갓 죄수가 공초한 이외의 것을 자기 의중대로 미루어 모색하는 말을 하며 외모로 상고하여 상세히 조사하고 진실 그대로 틀림없게 이미 이루어진 옥사에 의아심을 갖고 있으니, 이와 같이 한다면 옛부터 형옥(刑獄)을 다스리면 치대(置對)013) 하여 공사(供辭)를 받는 법은 폐기함이 가할 것이며, 이를 폐기한다면 장차 옥사에는 완비된 문안(文案)이 없고 형벌(刑罰)에는 정해진 율(律)이 없게 될 것입니다. 따라서 출입(出入)은 오직 청문(聽聞)만을 증빙으로 해야 하고, 죄의 경중은 부회(傅會)하는 데 많이 달려 있게 될 것이므로, 죄를 범한 바가 있는데도 혹 벗어나고, 허물이 없는데도 죄에 걸려들게 될 것이니, 백성들은 어떻게 그 수족(手足)을 놀리겠습니까? 이 또한 크게 우려할 만한 세 번째 일입니다.

아! 저 보잘것없는 상역(象譯)의 무리가 방자하고도 간휼(奸譎)하여 용서받지 못할 죄를 함께 범하였으므로, 신은 피차의 정적이 다를 바 없어서 아울러 중벽(重辟)에 두면, 더욱 엄중하게 간악한 무리를 징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였습니다. 큰 강령(綱領)이 이미 바르면 수범과 종범의 차등을 두어 구분하는 것과 같은 일은 오히려 자질구레한 일에 속할 뿐인데, 이제 덧붙여 진달하면서 많은 사설을 허비해 가며 간절하게 말씀드리는 것은 대부분 이에 있으니, 신의 어리석고도 얕은 소견으로는 감히 알 바가 아닙니다. 다만 생각하건대, 옥사가 있으면 반드시 수범과 종범이 있어야 하겠지만, 비록 수범·종범이 있다 하더라도 아울러 본율을 적용하는 것이 죄다 율문(律文)의 본뜻에 적합하지 않을 듯하다고 한다면, 진실로 옥사를 결단하는 데 의혹과 현란을 야기할 우려가 없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외람되고도 망령됨을 헤아리지 않은 채 대략 이렇게 진달하여 훗날 의언(議讞)하는 자가 참고하여 변정(辨正)하는 데 대비함으로써 착오(錯誤)된 곳이 없게 한다면, 그 형정(刑政)에 있어 혹 조금은 도움됨이 없지 않을 것입니다."

하니, 비답(批答)하기를,

"무릇 형정에 있어서 각각 그 의견을 진달(陳達)하는 것은 진실로 좋으나, 지금 말한 것은 너무 스스로 옳음을 주장하는 데 관계된다. 그러나 어찌 사체(事體)를 생각지 않아서 그러하였겠는가?"

하였다.

  • [註 009] 실출(失出) : 죄는 무거운데 형벌은 가벼운 것.
  • [註 010] 실입(失入) : 죄는 가벼운데 형벌은 무거운 것.
  • [註 011] 정위평(廷尉平) : 형옥을 맡은 진(秦)·한(漢) 때의 벼슬 이름.
  • [註 012] 모반(謀叛) : 십악(十惡)의 첫 번째 죄. 나라와 임금을 저버리고 적국(賊國)을 따르는 것. 《대명률(大明律)》 명례편(名例篇) 십악 모반조(十惡謀叛條) 주(注)에, "본국을 저버리고 몰래 다른 나라를 따르는 것을 꾀한 것이다.[謀背本國 潛宗他國]" 하였음.
  • [註 013] 치대(置對) : 상대하여 서로 질문함.

원문

○判義禁金履載疏曰:

象譯兩囚, 竟皆自服。 謹奉成命, 議律於諸大臣, 則大臣獻議, 以兩囚之不分首從, 曰 ‘大非獄體,’ 又曰, ‘此案不可無首從, 均罪則失出也, 同律則失入也。’ 夫是獄, 臣實按之, 按獄而失獄體則不職也, 失出而失入則重犯也。 縱大僚忠厚, 只論其失, 不請其罪, 臣心慙懼, 實無所容措。 惟俟鈇鉞之誅, 乞仰稟東朝, 亟遞臣職, 仍治臣罪。 夫刑法者, 王者之所愼重也。 立條著文, 較若畫一, 而後之遵用者, 猶或有得失, 況一有異說, 參行於其間, 則轉益疑眩, 差毫謬千, 將至於刑罰不中, 豈不大可憂哉? 臣之前日議啓, 曰 ‘稽之法文, 有分首從者, 亦有不分首從者, 於其可分處不分, 與其不可分處强分, 俱非廷尉平之,’ 議者非臣臆說, 卽據法文中分與不分, 有兩條而言者也。 蓋犯罪者, 不止一人, 則多人共犯之中, 必有情跡彼此之殊, 罪犯輕重之差, 則不可無首從之分。 而首從首律, 從從減論, 此固聖王欽恤之意。 故著于法文, 分首從者居多, 如鬪驅、殺傷、僞造, 以下數百條, 不可悉數者是也, 亦或有情跡無彼此之殊, 罪犯無輕重之差, 則無以別其首從, 而律亦同勘。 如謀反逆、謀叛, 造妖書、妖言, 盜制書事于軍機錢糧, 盜內府財物强盜得財之類若干條是也。 故法文中別立不分首從之一科, 是亦不可無者也。 今見獻議有曰, ‘獄不可無首從,’ 又曰, ‘有獄而無首從, 非獄體也。’ 然則法文中, 不分首從一條, 可刪去也, 刪去此條, 則如反叛、盜劫, 同謀共犯者, 雖有數十百人, 誅止首惡, 則餘皆減免, 如此則何以懲暴而防亂乎? 大可憂者一也。 又曰, ‘律文中斬紋諸條, 不分首從者, 卽首從竝用本律之謂也, 非謂罪之首從, 初不分也。 若然則何不使人易知云, 首與從皆斬絞, 而必曰, ‘不分首從乎?’ 且旣分首從, 而竝用本律, 則法文中爲從者減等之文, 可刊改也。 刊改此文, 則如鬪驅、殺傷、僞造之有首有從者, 雖至數十百人, 首與從, 皆不得免戮也, 如此則人何以得保其生乎? 大可憂者二也。 獻議又曰, ‘此獄事情, 未嘗無主客之勢,’ 又曰, ‘圖改啓語,’ 其果爲誰地乎? 事有本末, 計有主客, 今以主客爲言, 而曰勢曰計者, 可見其指屬之有在。 蓋彼兩囚, 一則漢譯, 一則倭譯, 而渡海講定等事, 倭譯之任, 故論以主客之勢, 指以任事之計, 此則意推摸索之言。 而若臣則無他聞見, 只以其面質口招, 得其情實, 改啓之相與問答, 一心綢繆, 還啓之共爲指揮, 一辭輸款則情跡旣同, 罪犯惟均, 實無輕重之可言, 故遂援律文中不分首從之條, 以爲奏當。 苟有失當, 廟啓臺評, 改其官而更其訊讞, 亦豈不明白嚴正? 而今則不然, 乃於罪囚, 皆服當律磨鍊之議, 另有附陳, 徒以囚供以外, 意推摸索之言, 然疑於貌稽, 審覈眞的已成之獄, 如是則, 自古治刑獄置對受辭之法, 可廢棄也, 此而廢棄, 則其將獄無完案, 刑無定律。 出入惟憑於聽聞, 輕重多在於傅會, 有犯而或逭, 非辜而亦罹, 民何所措其手足乎? 大可憂者三也。 噫! 彼幺麽象譯之類, 縱恣姦譎, 共犯罔赦之罪, 臣謂無有彼此, 竝置重辟, 則可以益嚴於懲奸戢惡矣。 大綱旣正, 則如爲首爲從之差等分介, 猶屬細故, 今此附陳之費辭惓惓者, 多在於是, 則非臣愚淺所敢知也。 但念有獄必有首從, 雖有首從而竝用本律, 似未盡合於律文本旨, 則誠不無斷獄疑眩之憂。 故不揆僭妄, 略此敷陳, 以備後來議讞者參考辨正, 無爲錯誤之地, 則其於刑政, 或不無少補焉耳。"

批曰: "凡有刑政, 各陳其意誠好矣, 今此所言, 太涉自是。 豈不念事體而然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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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조-철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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