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대비전·혜경궁·가순궁에 올린 치사와 전문의 내용
인정전(仁政殿)에 나아가 직접 왕대비전(王大妃殿)·혜경궁(惠慶宮)·가순궁(嘉順宮)에게 치사(致詞)·전문(箋文)·표리(表裏)를 올리고, 이어 백관의 하례(賀禮)를 받았다. 왕대비전에 올린 치사·전문에 이르기를,
"국왕(國王) 신(臣) 모(某)는 삼가 가경(嘉慶) 14년 8월 15일에 왕대비 전하의 덕이 흡족하고 자애하심으로 인하여 후손이 창성(昌盛)하는 경사를 맞이합니다. 지극한 교화와 두터운 곤덕(坤德)으로 큰 복록(福祿)이 물줄기처럼 이르러서 원자(元子)가 탄생함으로써 종사(宗社)가 태산 반석처럼 공고하여졌으므로 신인(神人)이 함께 기뻐하고 구우(區宇)가 다같이 환희에 차 있으니, 신은 경사스럽고 기쁜 마음 견딜 수 없어 삼가 전문을 올려 칭하(稱賀)합니다. 삼가 동조(東朝)134) 의 봉양을 융성히 하니 바야흐로 어버이의 마음을 위로하여 기쁘게 해드리고 싶은 심정이 간절하고, 경사가 열 달이 차는 데 맞으니 비로소 원량(元良)의 탄생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리하여 여정(輿情)이 서로들 환희에 젖어 있고 국본(國本)이 영구히 공고해지게 되었습니다. 삼가 생각건대, 왕대비 전하께서는 지위는 문왕(文王)의 어머니[太任]처럼 높고 덕은 여요(女堯)135) 와 같으시어 음교(陰敎)로 선조(先朝)를 도와 아름다움을 계승하는 교화를 잘 드러냈으며, 소자(小子)의 보호를 독실히 하시어 매양 후사(後嗣)가 탄생하는 상서로움이 있기를 바라셨습니다. 다행히도 천심(天心)이 묵묵한 가운데 종팽(宗祊)을 도와 곤위(坤位)가 총사(冢嗣)를 탄생하여 별이 거듭 빛나고 바다가 거듭 불어난 듯하니 팔방(八方)의 구가(謳歌)가 돌아갈 데가 있게 되었고 길한 달 좋은 때에 우리 나라의 경록(慶祿)이 진실로 합치됩니다. 삼가 생각건대, 신은 천승(千乘)의 봉양으로 삼조(三朝)에 정성을 독실히 함에 있어 옛날 돌보아 길러주신 자애로움을 추념(追念)하니 기쁜 일을 맞아 느낌이 더욱 가중되며, 백세(百世)토록 본손(本孫)·지손(支孫)의 경사가 이어져 끝없는 아름다움을 누리시기를 바랍니다."
하였고, 혜경궁에 올린 치사와 전문에 이르기를,
"효강 자희 정선 휘목 혜빈 저하(孝康慈禧貞宣徽穆惠嬪邸下) 께서는 유범(柔範)으로 아름다움을 계승하시고 지덕(至德)으로 경사를 배양하시어 보령(寶齡)이 바야흐로 높으시고 불록(茀祿)이 더없이 성대합니다. 하늘이 종팽(宗祊)을 도와 원자(元子)가 탄생하여 주창(主鬯)을 부탁할 데가 있게 되었고 손아(孫兒)들과 즐기는 기쁨에 이바지하게 되었으므로 경사롭고 기쁜 마음 견딜 수 없습니다. 삼가 전문을 올려 칭하(稱賀)합니다. 삼가 생각건대, 해옥(海屋)에 주(籌)를 더하니136) 바야흐로 애일(愛日)의 정성이 깊어지고, 곤위(坤闈)에 경사가 있게 되니 열 달이 차는 상서로움에 합치되었습니다. 그리하여 팔역(八域)의 환호하는 소리와 육궁(六宮)의 기뻐하는 기운이 넘쳐 흐르고 있습니다. 삼가 생각건대, 효강 자희 정선 휘목 혜빈 저하께서는 인덕(仁德)으로 복을 배양하고 유화(柔化)를 밖으로 드러내지 않았으며, 협기(協氣)가 궁위(宮闈)에 널리 흡족하니 희운(熙運)을 누리게 되었고, 생각은 항상 종팽(宗祊)에 달려 있으니 곧 아름다운 복록이 넘치게 되었습니다. 이번에 총사(冢嗣)가 탄생하게 되니 황천(皇天)이 아래로 도와주셨다는 것을 더욱 증험하게 되었습니다. 주창에 대한 목마른 기대를 부합케 하기 위해 일인(一人)인 원량(元良)을 탄생시켰고, 슬하(膝下)의 재롱을 즐기시는 기쁨에 이바지하게 하기 위해 증손(曾孫)이 태어나는 기쁨이 있게 되었습니다. 삼가 생각건대, 모(某)가 지물(志物)을 갖추어 봉양하는 것은 보호(保護)하여 준 은혜를 받았기 때문인데, 태산 반석처럼 기틀이 공고해졌으니 사중(四重)137) 의 송성(頌聲)을 듣는 것이 기쁩니다. 강릉(岡陵)처럼 장수하기를 송축하오며 삼춘(三春)의 햇살이 머물러 주기를 기원합니다."
하였고, 가순궁에 올린 치사·전문에 이르기를,
"천휴(天休)가 더욱 불어나서 경록(景籙)이 끝이 없으며, 인후한 덕이 경사를 배양하여 자범(慈範)이 상서로움을 응하게 하였으므로 원량(元良)이 탄강(誕降)하였으니 종국(宗國)이 영구히 공고해질 것입니다. 그리하여 슬하의 재롱을 즐기는 기쁨에 이바지하게 되었고 팔방에서 목이 마르게 기다리던 민인(民人)들의 송성(頌聲)이 비등하게 되었으니, 경사롭고 기쁜 마음 견딜 수 없어 삼가 전문을 올려 칭하합니다. 삼가 생각건대, 큰 복이 창치(昌熾)하게 부연된 것은 황천(皇天)이 내려준 아름다움인데 원량(元良)의 탄생을 경하(慶賀)하기 위하여 자위(慈闈)에 기쁨을 고합니다. 이렇게 국세(國勢)가 더욱 중하게 되었으므로 군정(群情)이 서로들 기뻐하여 마지 않습니다. 삼가 생각건대, 수빈 저하(綏嬪邸下)께서는 지닌 덕이 부드럽고 아름다움에 합치되고 자품(姿稟)이 화순(和順)하시어 영고(寧考)께서 간선(簡選)한 때로부터 매사에 예의(禮儀)를 따랐고, 소자(小子)가 높여 받드는 때에 이르러서는 겸양하는 마음을 깊이 지니셨습니다. 다행히 총사(冢嗣)가 탄생하였으니 더욱 적경(積慶)의 남은 아름다움을 증험할 수 있는데, 경술년138) 무지개가 흘렀던 상서로움과 부합되니 하늘이 아름다운 복을 거듭 명하였고, 종사(宗社)가 반석처럼 공고한 형세를 갖추게 된 것은 자덕(慈德)이 밀어 주신 것입니다. 삼가 생각건대, 모(某)는 구로(劬勞)139) 의 은혜를 입었으므로 지물(志物)의 봉양을 갖춥니다. 자덕(慈德)이 일월(日月)같이 빛나고 성해(星海)처럼 넓고 크니 팔역(八域)에서 가요(歌謠)가 들리는 것이 기쁘고, 삼가 북당(北堂)의 수(壽)가 송백(松柏)처럼 변치 않고 강릉(岡陵)처럼 높게 되기를 헌축(獻祝)합니다."
하였다. 【대제학 남공철(南公轍)이 지었다.】
- 【태백산사고본】 12책 12권 38장 A면【국편영인본】 47책 636면
- 【분류】왕실-비빈(妃嬪) / 왕실-의식(儀式) / 어문학(語文學)
- [註 134]동조(東朝) : 왕대비(王大妃).
- [註 135]
여요(女堯) : 송(宋)나라 영종(英宗) 비(妃) 선인태후(宣仁太后).- [註 136]
해옥(海屋)에 주(籌)를 더하니 : 해옥(海屋)은 해상(海上)에 신선이 산다는 곳으로, 주(籌:산가지)를 더한다 함은 오래도록 장수(長壽)함을 축하하는 말.- [註 137]
○癸卯/詣仁政殿, 親上致詞、箋文、表裏于王大妃殿、惠慶宮、嘉順宮, 仍受百官賀。 上王大妃殿致詞箋文曰:
國王臣某, 恭遇嘉慶十四年八月十五日, 王大妃殿下, 德洽止慈, 慶膺昌後。 至化坤厚, 景籙川至, 元子篤生, 宗社泰、磐, 神人胥悅, 區宇均歡, 臣不勝慶忭之至, 謹奉箋稱賀者。 伏以養隆東朝, 方切親心之慰悅, 慶叶彌月, 聿見元良之篤生, 輿情胥歡, 國本永鞏。 恭惟王大妃殿下, 位尊文母, 德媲女堯, 贊陰敎於先朝, 克著嗣徽之化, 篤保護於小子, 每企錫胤之祥。 幸天心默佑宗祊, 而坤位誕生冡嗣, 星重輝海重潤, 八方之謳歌有歸, 月之吉辰之良, 我家之慶祿允叶。 伏念臣以千乘養, 篤三朝誠, 追昔日顧復之慈, 遇喜增感, 緜百世本支之慶, 無疆惟休。
上惠慶宮致詞箋文曰:
孝康慈禧貞宣徽穆惠嬪邸下, 柔範嗣徽, 至德毓慶, 寶齡方隆, 茀祿無競。 天祐宗祊, 元子篤生, 主鬯有托, 含飴供歡, 不勝慶忭之至。 謹奉箋稱賀者。 伏以海屋增籌, 方深愛日之悃, 坤闈篤慶, 克叶彌月之祥。 八域歡聲, 六宮喜氣。 恭惟孝康慈禧貞宣徽穆惠嬪邸下, 仁德毓祉, 柔化含章, 協氣普洽於宮闈, 克享熙運, 慈念恒係於宗祏, 則篤餘休。 乃玆冡嗣之誕生, 益驗皇天之垂佑。 主鬯副延頸之望, 一人元良, 含飴供置膝之歡, 曾孫有慶。 伏念某備志物養, 荷保護恩, 磐泰鞏基, 欣聞四重之頌。 岡陵獻祝, 願駐三春之暉。
上嘉順宮致詞箋文曰:
天休滋至, 景籙無疆, 厚德毓慶, 慈範膺祥, 元良誕降, 宗國永鞏。 繞膝供歡, 延頸騰頌, 不勝慶忭之至, 謹奉箋稱賀者。 伏以衍景祉於昌熾, 皇穹垂庥, 慶元良之誕生, 慈闈告喜。 國勢增重, 群情胥歡。 恭惟綏嬪邸下, 德叶柔嘉, 姿稟和順, 自寧考簡選之日, 動循禮儀, 逮小子隆奉之辰, 冞存謙抑。 幸玆冡嗣之篤降, 益驗積慶之餘休, 符庚戌流虹之祥, 天休申命, 奠宗社固磐之勢, 慈德攸推。 伏念某恩荷劬勞, 養備志物。 日月星海, 喜聞八域之謠, 松柏岡陵, 恭獻北堂之壽。 【大提學南公轍製。】
- 【태백산사고본】 12책 12권 38장 A면【국편영인본】 47책 636면
- 【분류】왕실-비빈(妃嬪) / 왕실-의식(儀式) / 어문학(語文學)
- [註 1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