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학 죄인을 추국하여 작처하다
사학 죄인(邪學罪人)을 추국하여 작처(酌處)하였다. 죄인 황사영(黃嗣永)은 본래 정약종(丁若鍾)의 질서(姪婿)로 사술(邪術)에 미혹되어 빠져 들어가 주문모(周文謨)가 나온 뒤에 스승으로 섬기고 아비라고 불렀으며, 영세(領洗)를 받고 명호(名號)를 받았었다. 체포하라는 명령이 내리자 기미를 알고 망명(亡命)하여 산협(山峽)에 숨어서 불궤(不軌)를 도모하였으며, 황심(黃沁)·옥천희(玉千禧)와 함께 난만하게 화응(和應)하여 백서(帛書)를 써서 내어 장차 양인(洋人)의 천주당(天主堂)에 전하려 하였는데, 백서 가운데에 말한 것은 글자마다 흉악한 뱃심이었고 글귀마다 역적의 심장이었으므로, 위를 향하여 부도(不道)한 말을 한 것과 국가와 더불어 원수가 되려는 계획을 한 것 아님이 없었기에 대역 부도(大逆不道)한 죄로써 결안(結案)하였다. 죄인 옥천희는 본래 선천(宣川) 사람으로 해마다 절사(節使)를 따라 왕래하면서 황사영·황심·현계흠(玄啓欽)의 무리와 체결하고 여러번 서찰(書札)을 전하여 천주당에서 우두머리로 있는 탕아립산(湯亞立山)이란 자로부터 세례(洗禮)와 명호를 받았으며, 주문모를 강완숙(姜完淑)의 집에서 찾아보고 토서(討書)를 양인에게 전달하여 그의 답장을 받아 장차 돌아와서 주문모에게 전하려 하다가 만부(灣府)394) 에 도착하여 사당(邪黨)이 체포되었다는 소문을 듣고는 도로 피중(彼中)에 들어가 국내의 사정을 전부 전하였다. 황사영의 무리들이 해박(海舶)을 오도록 청하여 사술(邪術)을 널리 펴려 한 계획을 난만하게 참견하여 들었기에 지정 불고(知情不告) 죄로써 결안하였다. 죄인 현계흠은 황사영·최창현(崔昌顯)·강완숙 등 여러 사람에게 서로 주무하고 관통(關通)하여 주문모가 나온 뒤에 세례를 받고 명호를 받았다.
당초에 사당이 옥(獄)에 갇히게 되자 기미를 알고서 도피하였는데, 스스로 면하기가 어려울 것을 알고는 돌아서 바로 자수하기를 다시는 더러운 데에 물들지 않겠다는 뜻으로써 공초(供招)를 바쳐 방면(放免)받게 되었었다. 황사영이 체포되기에 미쳐 정절(情節)이 더 드러났는데, 사당이 서양 선박을 오도록 청할 때에 함께 난만하게 참섭하여 밤낮으로 그들이 나오는 것을 기다리다가, 이국(異國)의 선박이 동래(東萊)에 표착했다는 소식을 듣고 자세히 가 보고서 십자(十字)를 그리어 보였으니, 이는 사교(邪敎)들 사이에 서로 탐문하는 방법으로 이로써 그 진위(眞僞)를 분변하였다. 주문모의 문적(文蹟)과 황사영의 흉서(凶書)가 나타나기에 이르러 모두 동래에서 탐문한 선박으로써 동일한 화본(話本)을 만들어 낭자하게 터무니없이 속이고 바꾸어 가면서 서로 빚어내었기에 지정 불고 죄로써 결안하여 아울러 정법(正法)하였다. 거제부(巨濟府)에 정배(定配)한 죄인 이치훈(李致薰), 신지도(薪智島)에 정배한 죄인 정약전(丁若銓), 장기현(長鬐縣)에 정배한 죄인 정약용(丁若鏞), 능주목(綾州牧)에 정배한 이학규(李學逵), 운봉현(雲峯縣)에 정배한 죄인 신여권(申與權)·죄인 이관기(李寬基)에게는 모두 국초할 것을 발론하여 아울러 다시 붙잡아다 형신(刑訊)하였으나 별로 정범(情犯)을 더 구핵(究覈)할 것이 없었으므로, 모두 작처(酌處)하여 이치훈은 제주목(濟州牧)에, 정약전은 나주목(羅州牧)의 흑산도(黑山島)에, 정약용은 강진현(康津縣)에, 이학규는 김해부(金海府)에, 신여권은 고성현(固城縣)에, 이관기는 장흥부(長興府)에 찬배하도록 명하고, 이어서 추국을 철파하라 명하였다. 삼사(三司)에서 번갈아 가며 상소하여 작처 찬배하라는 명을 정침하라고 청하였으나, 따르지 않았다.
- 【태백산사고본】 3책 3권 52장 A면【국편영인본】 47책 413면
- 【분류】사법(司法) / 사상(思想)
- [註 394]만부(灣府) : 의주(義州).
○推鞫酌處邪學罪人。 罪人黃嗣永, 本以丁若鍾之侄壻, 惑溺邪術, 周文謨出來之後, 師事而父號, 領洗而受名。 逮捕之下, 知機亡命, 竄伏山峽, 潛圖不軌, 與黃沁、玉千禧, 爛漫和應, 寫出帛書, 將傳洋人之堂, 書中所言, 字字凶肚, 句句逆腸, 無非向上不道之說, 與國爲讎之計, 以大逆不道結案。 罪人玉千禧, 本以宣川人, 每歲隨節使往來, 而締結黃嗣永、黃沁、玄啓欽之徒, 屢度傳書, 受洗受名於天主堂居接之湯姓名亞立山者, 訪見周文謨於姜完淑之家, 討書傳于洋人, 受其答, 而將欲歸傳文謨, 到灣聞邪黨就捕, 還入彼中, 備傳國事。 嗣永輩請來海舶, 廣布邪術之計, 爛漫參聞, 以知情不告結案。 罪人玄啓欽, 綢繆關通於嗣永、昌顯、完淑等諸人, 周文謨出來之後, 受洗受號。 而當初邪黨就獄, 知機逃躱, 自知難免, 旋卽自現, 以更不染汚之意, 納招蒙放。 及夫嗣永就捕, 而情節益著, 邪黨之請來洋舶, 爛漫參涉, 日夜佇企其出來矣, 聞異國船之漂舶東萊, 委往見之, 畫示十字, 乃是邪敎中相探之法, 而以此辨其眞贗。 至發於周漢之文蹟、嗣永之凶書, 皆以東萊探船, 作一話本, 狼藉譸張, 轉相醞釀, 以知情不告結案, 幷正法。 巨濟府定配罪人李致薰、薪智島定配罪人丁若銓、長鬐縣定配罪人丁若鏞、綾州牧定配罪人李學逵、雲峯縣定配罪人申與權ㆍ罪人李寬基, 俱發鞫招, 竝更拿訊, 別無情犯之有如究覈, 命竝酌處, 配致薰于濟州牧, 若銓于羅州牧 黑山島, 若鏞于康津縣, 學逵于金海府, 與權于固城縣, 寬基于長興府, 仍命撤罷推鞫。 三司交章請寢酌配之命, 不從。
- 【태백산사고본】 3책 3권 52장 A면【국편영인본】 47책 413면
- 【분류】사법(司法) / 사상(思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