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의 주조에 대해 의논하다
상이 호조 판서 김화진에게 이르기를,
"경이 주전(鑄錢)을 관장하였는데, 옛날 돈은 크고 두꺼웠는데 지금 돈은 얇고 작은 까닭이 무엇인가? 시험삼아 고사(古史)에서 보건대 아안전(鵝眼錢)이나 연환전(綖環錢)056) 은 가벼워서 물 위에 뜨기까지 했는데, 모두 잘 다스려진 시대의 일이 아니었다. 이런 물건의 제작은 시대상(時代象)에도 관계가 있는 것인데, 어찌 이해 관계를 따져 오래도록 쓸 방도를 생각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하니, 상호군 정민시가 진언하기를,
"주전에 대한 제도가 옛날에는 10분의 7이었는데, 지금은 겨우 10분 2밖에 안되면서도 도리어 돈 모양이 옛날 것만 못한 것은 대체로 동(銅)이 귀함으로 인연하여 공장(工匠)이 협주(挾鑄)할 때에 동을 얻기가 어려우면 매양 관주(官鑄)의 돈에다 연(鉛)을 많이 섞고, 거기에서 남은 동을 취하여 협주를 한 데서 연유된 것이니, 그 작간의 폐단이 오로지 이 협주에 있습니다."
하였다. 상이 이르기를,
"협주라는 것이 무슨 말인가?"
하니, 김화진이 말하기를,
"관(官)에서 용광로 10개를 설치하고서 5일 동안은 관전(官錢)을 주조하고, 하루는 그 장수(匠手)들로 하여금 물력(物力)을 준비하여 자기 기관의 돈을 주조하도록 허락하고 있으니, 이것이 이른바 협주입니다."
하였다. 상이 이르기를,
"이들이 모두 금위영(禁衛營)과 어영청(御營廳)의 장수들인가?"
하니, 정민시가 말하기를,
"그렇습니다. 금위영과 어영청의 공채(公債)를 어떻게 충당할 길이 없기 때문에 그 장수들로 하여금 협주를 해서 공화(公貨)를 충당하도록 한 것입니다. 그런데 신의 생각에는, 군문(軍門)의 장수를 쓰지 말고 호조(戶曹)에서 다른 장수들을 모집하여 써서 그 협주를 없애버리면 돈의 모양을 복구시킬 수 있고 이익도 적지 않으리라 여깁니다."
하므로, 상이 이르기를,
"어찌 꼭 이익을 말하는가. 돈의 모양만 두꺼워지면 좋을 것이다."
하였다. 상이 또 김화진에게 이르기를,
"경이 두꺼운 돈 수만 냥을 주조하여 본조(本曹) 및 각사(各司)에 저장해 두어서 사람들이 내가 임어한 때의 아무 해에 아무가 주조한 돈이 마치 김성응(金聖應)이 무인년에 주조한 돈과 같음을 알게 한다면 어찌 미사(美事)가 아니겠는가."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48책 48권 27장 B면【국편영인본】 47책 73면
- 【분류】금융-화폐(貨幣) / 공업(工業)
- [註 056]아안전(鵝眼錢)이나 연환전(綖環錢) : 모두 악전(惡錢)의 이름이다. 남조 송(南朝宋) 때의 경화(景和:송 폐제(宋廢帝)의 연호) 연간 이후로 돈을 주조한 것이 매우 얇고 작아서 일천전(一千錢)의 길이가 3촌(寸)이 채 안되었고, 워낙 가벼워서 물에 띄워도 가라앉지 않고 손으로 만지기만 해도 부서질 정도로 조잡하여 이를 아안전이라 하였고, 또 이보다 더 열악한 것을 연환전이라고 했다 한다.
○上, 謂戶曹判書金華鎭曰: "卿掌鑄錢, 舊錢之所以大而厚, 今錢之所以薄而小, 何也? 試觀於古, 如鵝眼、鋋鐶, 輕浮水上, 皆非治世事。 此等制作, 亦關時象, 利之有無, 何足較計, 而不思經久之道乎?" 上護軍鄭民始進曰: "鑄錢之制, 古者什七, 今僅什二, 而錢不及於古者, 蓋緣銅貴之故, 而工匠挾鑄之時, 難於得銅, 則輒多雜鉛於官鑄, 取其銅爲挾鑄, 奸弊專在於此。" 上曰: "何謂挾鑄?" 華鎭曰: "官設十罏, 五日官鑄, 一日則許令匠手, 備物力自鑄, 此所謂挾鑄也。" 上曰: "此皆禁、御兩營匠手乎?" 民始曰: "然矣。 兩營公債, 無以充數, 故使其匠手挾鑄, 以充公貨。 臣意則勿用軍門匠手, 自戶曹, 募匠以用, 罷其挾鑄, 則錢樣可以復舊, 利亦不少矣。" 上曰: "何必曰利? 只令錢樣敦厚則好矣。" 又謂華鎭曰: "卿鑄得敦厚錢數萬兩, 藏於本曹及各司, 使人知當宁朝某人所管某歲所鑄之錢, 如金聖應戊寅鑄錢, 豈不美哉?"
- 【태백산사고본】 48책 48권 27장 B면【국편영인본】 47책 73면
- 【분류】금융-화폐(貨幣) / 공업(工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