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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실록40권, 정조 18년 7월 11일 병신 1번째기사 1794년 청 건륭(乾隆) 59년

가뭄으로 내린 전교

전교하였다.

"향과 축문을 대신 전하게 하여 마음속으로 신(神)이 감격하기를 바랬는데, 지금 보건대 비 올 가망이 막연하니 애타는 마음은 농부보다 10배나 더하다. 어제 도움을 구하는 뜻을 전교 속에 아울러 열거하려 하였으나 곡절이 많아 아직 시행하지 못하였다.

다시 생각건대, 입추(立秋)가 내일이므로 전례를 끌어다가 제사를 지내야 하겠다. 더구나 도움을 구하는 것이 조금이라도 재해를 없애고 하늘의 뜻을 바꾸는 방법에 도움이 된다면 하루라도 지연시켜서야 되겠는가. 대체로 사람의 일이 아래에서 잘 다스려지지 않기 때문에 무더운 날씨가 가물게 된 것이다. 임금이 정사를 잘못하거나 벼슬아치가 농간을 부려 백성들의 숨은 고통이 되는 것이 사람의 일 가운데에 한 가지가 되고 있으니 사람의 일이 다스려지지 않는 원인이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근자에 언로(言路)가 열리지 않는 것을 역사에는 없던 일이라고 하지 말라. 극도에 이르면 반드시 원상태로 돌아오는 것은 필연적인 이치이다. 지금 내린 금지령을 가지고 원칙으로 삼지 말라. 대체로 지금 임금을 위하여 의논하고 생각하며 바른 말을 하는 반열에 있는 자들은 말할 만한 일은 숨김없이 의논하여 내 마음의 선한 발단을 채우도록 하라. 지금 명목상으로는 전지에 응한다고 하면서 말을 간결하고 명쾌하게 하지 않는다면 이것이 어찌 사실을 가지고 대응하는 도리라고 하겠는가. 말은 간절해야 사람을 감동시킬 수 있다. ‘한 번 막대기로 치면 한 줄기의 흔적이 나고 한 번 주먹으로 치면 한 번 손바닥에 피가 맺힌다.’065) 는 말은 옛사람들이 비유한 격언이니, 삼사의 신하들을 위하여 이 말을 외워 본다."


  • 【태백산사고본】 40책 40권 23장 B면【국편영인본】 46책 483면
  • 【분류】
    왕실(王室)

  • [註 065]
    ‘한 번 막대기로 치면 한 줄기의 흔적이 나고 한 번 주먹으로 치면 한 번 손바닥에 피가 맺힌다.’ : 말은 그 상황에 잘 맞게 해야만 사람을 감동시킬 수 있다는 뜻. 《주자어류(朱子語類)》 권34 논어(論語) 16에 "대체로 성인은 어떤 일을 할 때 ‘몽둥이로 치면 한 줄기의 흔적이 나고 한 번 주먹으로 치면 한 번 손바닥에 피가 맺힌다.’는 것과 같이 한다." 하였다.

○丙申/敎曰: "攝傳香祝, 反以求格於方寸, 而以今覩覿, 雨意邈然, 焚灼之思, 十倍農夫。 昨以求助之意, 欲竝擧於傳敎中, 而自有層節, 姑未果焉。 更思, 立秋在明, 猶且拔例行祭。 況求助之爲一分有裨於消弭導揚之方, 而其可一日或遲乎? 大抵人事不修於下, 故恒暘之咎, 其應爲暵。 袞闕時政, 官邪民隱, 無非人事中一件, 而所以不修之由, 必有所因。 近日言路之不闢, 莫曰史乘之所未有。 極必反, 理固然。 勿以目下設禁之條件, 把作藉欛, 而凡今在論思言責之列者, 事之可言, 渴論無諱, 以充予心之善端。 今或名以應旨, 拖泥帶水, 是豈應之以實之道也? 言須剴切, 可以感人。 ‘一棒一條痕, 一摑一掌血’ 之句, 卽古人取諭之格言, 爲三司諸臣誦之。"


  • 【태백산사고본】 40책 40권 23장 B면【국편영인본】 46책 483면
  • 【분류】
    왕실(王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