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의정 채제공을 비난하는 좌의정 김종수의 상소
좌의정 김종수가 상차하여 아뢰기를,
"신이 수상과는 결코 어깨를 나란히 하여 조정에 설 수 없는 의리를 전석에서 이미 모두 말씀드렸습니다. 아, 작년 5월 22일에 구전하신 하교는 곧 성상의 효성에서 나온 것으로 열어 보임의 명백함과 우려의 심원하기가 그러한 지경에 이르렀으니, 그 몹시 슬퍼하시고 애통해하시는 성의가 충분히 귀신을 울리고 돼지나 물고기까지도 감동시킬 만하였습니다. 그리하여 그 때의 대신으로서 ‘이 뒤에 만일 다시 이 일을 제기하는 자가 있으면 그는 바로 난역(亂逆)이다.’는 말로 소장에서 다짐을 했던 자가 겨우 한 해가 지난 이 때에 그가 도리어 수범(首犯)이 되었으니 이는 천고에 없었던 세상의 변괴입니다. 군부도 안중에 없는 그의 심술은 길가는 사람들도 다 아는 바입니다. 비록 전하의 비답 내용과 그의 상소문을 돌려 보내고 반하하지 않은 것만 보더라도 상소의 말들이 매우 흉패하였음을 미루어 알 수 있습니다. 이러한 형세를 본다면 그가 다시 군부를 협제하는 계책을 써서 역적들의 앞잡이가 되려고 한 것이 명약관화합니다. 몹시 놀라고 분개하여 나라의 여론이 물끓듯하니 실로 어떤 화란이 조석 사이에 닥쳐올지 모르겠습니다. 생각이 여기에 미치니 뼈가 저리고 몸에 소름이 끼칩니다. 삼가 바라건대 깊으신 생각으로 확연히 넓게 살피시어 그의 원소를 특명으로 다시 가져다 반포하셔서, 제때에 성토하여 백성들의 마음을 크게 안정시키는 바탕으로 삼으소서."
하니, 상이 사관을 보내 차자를 되돌려 주게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37책 37권 51장 A면【국편영인본】 46책 395면
- 【분류】인사(人事) / 정론(政論) / 왕실(王室)
○左議政金鍾秀上箚曰: "臣與首相, 決不可比肩立朝之義, 已悉於前席。 嗚呼! 昨年五月二十二日口傳下敎, 以聖上孝思,而開示之明白, 憂慮之深遠, 乃至於此, 其惻怛哀痛之誠意, 有足以泣鬼神而感豚魚, 則伊時大臣之以此後, 若有復提此事者, 乃是亂逆, 質言於章奏者, 甫及周歲, 乃反首犯, 此千古所無之世變也。 其眼無君父之心, 路人所知, 雖以聖批辭旨及封還不頒下, 見之, 疏語之絶悖窮凶, 可推而知。 觀此頭勢, 其必欲復售脅持之計, 以爲諸賊倡者, 明若觀火, 驚遑憤痛, 國言如沸。 實不知何樣禍機, 迫在朝夕, 念之及此, 骨顫體粟。 伏乞淵然深思, 廓然遠覽, 原疏特命取還頒布, 以爲及時聲討, 大定民志之地焉。" 上遣史官封還。
- 【태백산사고본】 37책 37권 51장 A면【국편영인본】 46책 395면
- 【분류】인사(人事) / 정론(政論) / 왕실(王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