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중추부사 김종수에게 조정에 나올 것을 하유하니 김종수는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다
판중추부사 김종수(金鍾秀)에게 하유하기를,
"어느덧 경의 거상(居喪)이 끝이 났구나. 효성이 남보다 한층 뛰어난 경으로서 어떻게 감내하며 지내는가? 어제 정목(政目)에 서추(西樞)로 보임하였으니 지금부터는 조정에 나와 있기를 바라고 바라노라. 이에 사관(史官)을 보내 먼저 지극한 뜻을 펴노라."
하니, 종수가 대답하기를,
"신의 실낱같은 목숨이 끊어지지 않고 상기(喪期)를 얼결에 마쳤습니다. 관직을 옛날 그대로 보전해 주시고 이어 특별히 유시까지 내려주시니 감격이 북받쳐 올라 살을 에이는 듯하오며 단지 피눈물이 있을 뿐입니다. 아, 신이 악명(惡名)을 뒤집어쓰고서 죽고자 하면서도 죽지 못한 것이 지금 1백 20여 일이옵니다. 지난날 해와 달같은 전하의 밝음으로 통촉해 주시고 하늘과 땅같은 전하의 포용으로 감싸 주지 않았더라면 신의 집안은 이미 씨가 말랐을 것입니다. 전후 정녕하고 애달파하시는 전교가 원통함을 씻어주고 시비를 가려주는 방도에 있어 최고의 성심을 다하시기 거의 자상한 어미가 갓난아이를 보살펴 주는 것과 다름이 없었으니, 신이 비록 보잘것 없으나 어찌 감히 다시 번거롭게 원통함을 밝히고자 하는 생각을 갖겠습니까마는 유성한(柳星漢)과 윤구종(尹九宗)의 아들에게 캐물어 조사를 벌이자는 것은 바로 원고(原告)와 피고(被告)들이 똑같이 청을 드린 말이었습니다. 조사하여 그런 사실이 있었다면 신은 당연히 바로 그자리에서 형을 받을 것이고, 조사하여 그런 사실이 없으면 신은 당연히 다시 일어나 사람의 대열에 설 것입니다. 그러나 혹시라도 얼버무려 덮어버리고 한번의 조사도 이루어지지 아니한다면 신이 죽지 못해 살아가는 남은 날은 장차 역적이냐 아니냐의 사이를 끊임없이 오가며 끝내 하늘 아래 낯을 들지 못할 것이니, 살아서는 당연히 원통함을 지니고 한을 삼키는 사람이 될 것이고 죽어서도 원통함을 지니고 한을 삼키는 귀신이 될 것입니다. 신이 낮에는 밥먹기를 잊고 밤에는 잠자기를 잊고 흐느껴 울먹이며 손을 모아 하늘에 비는 것은 오직 그 한가지 일뿐입니다. 아, 가슴이 아프옵니다. 성한과 구종의 흉악한 역모는 참으로 임금과 신하가 있어온 이후로 보지도 듣지도 못했던 일입니다. 하늘이 내린 성정을 갖춘 자라면 뉘라서 그의 살점을 씹고 살가죽을 벗겨내 이불로 덮고자 아니하겠습니까. 그런데도 신만이 악의 소굴이니 뿌리니 하는 악명을 입고서 이토록 어질고 밝은 세상에 길이 하소연할 곳이 없는 백성이 되어 하늘을 향해서는 허리를 펴지 못하고 땅을 향해서는 발을 움추리니 이런 사람을 어떤 사람이라 하겠습니까. 얘기하는 자들의 말에는, 두 번째의 상소를 머물려 두고서 결정하여 내리지 않은 것이 더더욱 신에게는 애매하고 밝히기 어려운 단서로 되어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조사하라는 명이 내려져 역모의 내용들을 끝까지 추궁한다면 본시의 상소가 내려지는 것은 저절로 포함될 일일 것입니다. 신은 외람스러워 감히 한번 청을 올리려는 생각을 못하고 서울의 궁궐을 멀리서 바라보며 정신과 넋만 아득히 날아가고 있을 뿐입니다."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36책 36권 2장 A면【국편영인본】 46책 341면
- 【분류】인사(人事) / 사법(司法)
○諭判中樞府事金鍾秀曰: "於焉之間, 卿之制事終訖。 以卿加人一等之行, 何以堪居? 昨於政目付西樞, 自此造朝在卽, 爲之企企。 玆遣史官, 先布至意。" 鍾秀附對曰: "臣縷命未絶, 喪制奄畢。 官銜如舊, 別諭踵下, 感激摧割, 但有血淚。 噫! 臣之蒙被惡名, 求死不死, 于今百二十有餘日。 嚮非日月以照燭之, 天地以容覆之, 則臣之族已赤矣。 前後丁寧惻怛之敎, 其於伸雪辨析之方, 靡不用極, 殆無異慈母之拯赤子。 臣雖無狀, 豈敢懷更煩鳴暴之念, 而惟是星漢與九宗子之究問行査, 卽發告人與被告人之一辭上請者也。 査而有實, 則臣當卽地就刑; 査而無實, 則臣當復起爲人。 倘或漫漶掩覆, 不成一番行査, 則臣之未死餘日, 將一向宛轉於逆與未逆之間, 終無以擧顔於天日之下, 生當爲抱冤飮恨之人, 死亦作抱冤飮恨之鬼。 臣晝而忘飡, 夜而忘寢, 歔欷涕泣, 攅手祝手者, 惟此一事而已。 噫嘻痛矣。 星、九凶逆, 實是有君臣以來所未聞覩。 凡具彝性者, 孰不欲食肉寢皮, 而臣獨被根窩之惡名。 當此聖明之世, 長作無告之民, 跼高蹐厚, 此何人哉? 至若言者, 第二疏之留中不下, 尤爲臣䵝昧難明之端, 而行査命下, 逆案究竟, 則原疏之頒降, 特次第事耳。 臣猥不敢爲一時上請計, 瞻望京闕, 神魂飛越。"
- 【태백산사고본】 36책 36권 2장 A면【국편영인본】 46책 34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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