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신들과 내원에서 낚시를 하고 시를 짓다
여러 각신들을 불러 내원(內苑)에서 꽃을 구경하고 고기를 낚았다. 상이 이르기를,
"내가 규장각을 설치한 이래로 이 직책에 있는 모든 자를 집안 사람처럼 보았으니, 오늘의 모임에도 마땅히 집안 사람의 준례를 적용하겠다. 각신의 자제들도 모두 이 자리에 참여하기를 허락한다."
하였다. 못에 둘러앉아 낚시질을 하는데, 고기 한 마리를 잡을 때마다 기(旗)를 들고 음악을 연주하였다. 상이 각신을 돌아보고 이르기를,
"금일의 놀이는 매우 성대한 모임이니, 시를 짓지 않을 수 없다. 내가 기구(起句)와 결구(結句)를 지을 터이니 경들이 각각 한 연[一聯]씩 지어서 전편(全篇)을 만들도록 하라."
하고, 드디어 기구(起句)를 읊기를,
내원에선 어조(魚藻)030) 시를 노래하고
앞 연못엔 뛰어난 인재 모여 있네
하고, 결구(結句)를 읊기를,
온 자리에 화기가 혼후(渾厚)하니
너희 무리를 집안 사람처럼 보련다
하고, 이어서 음식을 베풀었다. 9개의 과녁을 설치하고 각신·승지·사관 및 유생 중 활을 잘 쏘는 자들과 짝을 지어 활을 쏘아서 한 차례에 5개의 화살을 맞추었다. 저녁 때에 이르러 파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34책 34권 21장 B면【국편영인본】 46책 282면
- 【분류】왕실(王室) / 군사(軍事)
- [註 030]어조(魚藻) : 천자가 제후들에게 잔치를 베풀어주자 제후들이 천자의 훌륭함을 기린 시이다. 《시경(詩經)》 소아(小雅) 어조(魚藻).
○庚寅/召諸閣臣, 賞花鈞魚于內苑。 上曰: "予自設置內閣以來, 凡在是職者, 視同家人, 今日之會, 當用家人之例。 閣臣子弟, 皆許與筵。" 環池而鈞, 每得一魚, 輒擧旗奏樂。 顧謂閣臣曰: "今日之遊, 甚盛會也, 不可無詩。 予當作起結, 卿等各搆一聯, 足成全篇。" 遂口占起句曰: "內苑歌魚藻前池有鳳毛。" 結句曰: "一席渾和氣, 家人視爾曹。" 仍宣饋。 設九帿, 與閣臣、承、史及儒生能射者, 耦射一巡, 得五矢。 至夕乃罷。
- 【태백산사고본】 34책 34권 21장 B면【국편영인본】 46책 282면
- 【분류】왕실(王室) / 군사(軍事)